잡설

예수-천당, 불신-지옥

파랑새호 2007. 8. 29. 10:56

그러나 성서는 온 세상이 죄에 갇혀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만이 그 믿음으로 약속된 그 선물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갈라디아서 3장 22절, 공동번역 성서)

 

위의 성서구절은 얼핏보면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설명할 수 있는 성서적 근거가 된다. 하지만 다르다.

 

사도 바울은 이방인의 선교에 전력을 다한 사람이다. 그는 거의 모든 생애를 통해 이방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유대인들의 율법주의에 비판을 다한다. ‘이방인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사도 바울 선교의 핵심이다. ‘기독교는 히브리인들의 종교’라는 선입관을 깨뜨리지 않는 한 사도 바울의 선교는 성공하기 힘들었다. 이방인이나 유대인들 모두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명제는 이런 상황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왜곡되기 싶다. 달리 표현하면 사도 바울 선교의 핵심은 이방인의 문화, 이방인의 전통 그 자체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후 기독교는 ‘이방인의 종교’가 되었다. 사도 바울이후 ‘하느님은 이 세상을 사랑하시고 그의 출신이나 신분, 종족에 상관없이 관계를 맺는다.’는 명제가 확산되었다.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 유대인의 율법이나 문화를 따를 필요는 없다. 하느님의 자녀이냐 아니냐의 판단은 바로 ‘믿음’이 유일한 근거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결국 ‘믿음’은 무엇이냐가 기독교에서 중요한 명제로 다가오게 되었다.

 

한국교회는 ‘믿음’의 구체적인 내용을 강조하기 보다는 ‘믿음’자체를 강조한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고 사람 많은 전철역에서 혹은 전철 안에서 까지 외쳐대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그 외침이 ‘협박’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예수 믿어라,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이 명제는 사실상 나약한 인간에 대한 협박이다. 총칼로 위협하고 협박하면서 행동을 통제하고, 인생을 통제하는 것과, 지옥을 들이대면서 인생을 통제하는 것은 본질상 같은 것이다. 납득과 이해, 존중이라는 영역이 끼어들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에게 사도 바울 선교의 핵심이 바로 이방인에 대한 존중이었다는 점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신념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 자신의 믿음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 그것은 파시스트에게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리스도예수를 믿는 사람에게는 할례를 받았다든지 받지 않았다든지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오직 사랑으로 표현되는 믿음만이 중요합니다. 

(갈라디아서 5장 5절, 공동번역 성서)

 

누구든지 자신의 이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이익을 도모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유다인에게나 그리이스인에게나 하느님의 교회에나 어느 누구에게든지 양심의 가책을 받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도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애씁니다. 그것은 나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구하여 결국 그들을 구원하려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0장 24절, 32~33절, 공동번역 성서)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고린도전서 13장 2절, 공동번역 성서)

 

믿음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기독교인에게 중요한 믿음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도대체가 인간을 사랑할 줄 모르면서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을 믿는 행위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사랑을 모른다면, 사랑을 할 수 없다면, 자신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있다면, 당신은 비록 교회를 다니고 있다 해도, 비록 ‘산을 옮길만한 굳건한 믿음’이 있더라도 기독교인은 아니다. 그저 하느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 드디어....나는 천당에 갈 수 있다.....아멘,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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