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고대 교우회의 ‘의리’

파랑새호 2007. 11. 30. 11:13

한국에는 지옥에 가도 안 없어진다는 조직이 무려 3개나 있다. 첫째가 해병전우회, 둘째가 호남향우회이다. 첫째와 둘째의 선정이유에 대해선 대개 사람들이 짐작하리라 예상한다. 세 번째가 바로 ‘고대교우회’이다. 연세대도 아니고, 중앙대도 아니고, 경희대도 아니다. ‘고대교우회’이다.

 

나는 늘 고대 친구를 보면 개인주의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연대 친구를 보면 개인주의가 확 살아난다고 느꼈다. 고대의 특징은 조직에 대한 의리이고, 연대의 특징은 개인주의라고 술 먹으면서 이야기 했던 적도 있다.

 

고대교우회가 의리로 똘똘 뭉치게 된 이유는 서울대 때문이다. 좋은 자리, 좋은 조건은 모두 서울대가 차지하는 대한민국에서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거의 대부분 자기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절대로 뭉칠 수 없고, 뭉쳐서도 안된다.”는 것은 내가 주장한 것이 아니다. 서울대 출신 친구가 주장한 것이다. 이렇게 주장한 배경은 무엇인가? 실제 사회생활 해 보면 서울대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학벌을 중요시 하는 한국에서 ‘서울대’라는 타이틀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력한 힘이 된다. 한국은 ‘서울대 공화국’이지 않은가?

 

고대가 살아남는 방법은 유일했다. “우리끼리 뭉쳐야 산다. 무슨 일을 하든, 어느 곳에 있든 고대 출신이면 밀어줘라. 그것이 고대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90년대의 경우 정치권을 살펴보면 고대는 정당을 뛰어넘어 모임을 만든다. “민자당이면 어떻고 민주당이면 어떠냐? 일단 고대는 모여라.” “같은 당이라면 더 좋다. 서로 도와주자.”

 

그런데 내가 학부모가 되고, 애들 키워보니 우리 애들 수준에 고대는 완전히 하늘나라였다. 웬만한 고등학교에서 ‘in seoul'하려면 엄청 공부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 가는 것도 어려운데 고대는 그야말로 먼 꿈나라 이야기였다. 지금 고대는 예전과 다르다. 언젠가는 CEO출신이 총장이 되가지고 이건희에게 명예박사학위도 줬다. 온통 나라를 부패의 온상으로 만든 장본인에게 교육기관에서 덜컥 명예박사학위까지 주고, 그것을 반대한 학생들을 징계했으니 ’민족고대‘라는 그 찬란한 명성은 잊혀진지 오래다.

 

 

2007년 대선을 맞이하여 고대교우회는 고대출신으로서 최초로 대통령에 도전하는 이명박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나는 고대교우회에 이야기하고 싶다. 고대는 이제 뭉치지 않아도 된다. 충분히 능력 있고, 실력도 있다. 아직 서울대가 판을 치고 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서울대도 그렇지만 고대도 뭉치면 나라 망한다. 아예 ‘학연’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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