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와 차범근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야구는 명실상부 국내 프로야구에서 잘하는 사람들만 뽑아다가 팀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안에서 ‘가장’잘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만일 누군가가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선수들까지 포함해야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타당하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나라 안’이라는 말에 주의하라고 지적하고 싶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객관적으로 아직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못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2연패하지 않았던가? 객관적 전력으로 보면 한국야구는 대만도 이겨야 했고, 사회인 야구선수가 주축이 되어 있는 일본도 이겨야 했다.
차범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축구선수 였고, 수원삼성 감독이 되어 ‘비교적’잘하는 사람으로 선수를 구성했다. 삼성에서는 이를 위해 많은 돈을 썼다. 차범근 감독 한사람에게만 연봉이 4억원이다. K리그에 대해 별로 잘 알지 못하는 필자도 김남일, 송종국, 조원희, 이운재, 이관우 등 유독 삼성팀에만 6명의 선수를 알고 있다. 그만큼 스타급 선수가 삼성에는 많다. 객관적 전력으로 보면 차범근은 우승했어야 했다.
따라서 한국야구와 차범근의 공통점은 객관적 전력으로 보면 이겨야 했는데 실제 경기에서는 패배했다는 점이다.
한국야구가 객관적 전력에서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과 상대하는 한국야구를 보니 선수들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한국야구의 패배는 선수층이 좁다는 사실 외에도 선수 자신들의 준비소홀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소위 페넌트레이스에 온 힘을 쏟아 붓고, 게다가 대구삼성의 경우에는 일본까지 가서 경기를 한 후라 몸을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말은 주요한 변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에서 상대를 이겨야 하는 절박함은 더 없었으며, 바로 이점이 한국야구를 패배시킨 더 큰 이유가 된다. 한국야구는 프로야구이기 때문에 졌다. '국가'의 명예 운운하면서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나쁜 몸상태를 무시하라는 말은 '프로'를 우습게 알아도 한참 우습게 안 것이다.
차범근 감독이 객관적 전력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이유는 무엇인가? 차범근은 선수시절 화려한 경력만큼 감독생활을 수행하지 못했다. 국가대표팀을 맡았을 때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차범근 감독의 ‘감독경력’ 중에서 무언가 제기될 수 있는 업적이 있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선수생활을 잘 한다고 감독까지 잘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수원삼성의 모습은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절박함이 모자라기보다는 마침표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는 곧 지도력의 문제로 비롯되는 것이다. 차범근의 경기해설은 참으로 좋다. 소설가 이윤기선생은 어느자리에선가 말했다. “신문선의 해설은 만담이요, 차범근의 해설은 분석이다.” 그러나 차범근의 감독생활은 많이 모자란다. 차범근이 감독생활을 잘 하기 위해선 선수들의 동력을 추동하고 정리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지도력은 감독이라는 지위로, 연봉으로, 화려한 선수경력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축구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략적 사고도 필요하지만 철학과 성품도 필요하다.
한국야구와 차범근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사람사는 사회가 결국 돈만으로는 잘 안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먹고 사는 것이 기본이지만 먹고사는 것을 바탕으로 그 위에 무언가가 채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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