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교회 교인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선교를 위해 혹은 봉사를 위해 아주 오래된 이슬람 문화를 자랑하는 아프카니스탄에 갔으나 ‘탈레반’에게 인질이 되었다. 인질 사건을 둘러싸고 한국 내에서 몇가지 쟁점이 있다. 인질 관련 쟁점은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쟁점 정리는 말하자면, 인질사건이라는 현상으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문제를 살펴보는 그러한 계기가 된다. 필자는 인질관련 쟁점의 의미랄까 핵심주제랄까 딱 한가지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한국기독교의 문제라고 하겠다. 한국기독교의 이데올로기, 문화행태, 성경에 대한 해석 등에 대해 이번만큼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던가? 아프카니스탄 인질 사건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점점 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다.
1) 테러단체와 협상 논쟁 ;
o 테러단체와의 협상은 국제관례를 어긴 것이다.
o 테러단체에게 몸값을 지불하여 인질사태를 더욱 촉발시키는 우를 범했다.
o 돈을 지불했는가? 안 했는가?
2) 한국 기독교의 선교행위에 대한 문제
o 무분별한 선교, 미국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선교
o 2천년 전부터 복음이 가는 곳마다 비난이 있었고 죽음이 있었다.(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o 정부가 금지해도 비기독교국가에 대한 선교는 계속될 것이다.
3) 피랍자의 잘못된 행위 여부 ;
o 피랍자는 죄 없다.
o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갔다.
4) 구상권의 범위
o 인질사건과 관련해서 지출된 모든 금액을 구상해야 한다.
o 정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의 출장비 등을 구상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리이다.
o 항공료 등은 지불하겠지만, 다른 것은 어림도 없다.(샘물교회)
5) 정보기관의 행태
o 언론에 얼굴을 다 드러내면 그것이 무슨 정보기관이냐?
o 정보기관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언론에 좀 드러나면 어떠냐?
평가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필자의 견해로 결론나지야 않겠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1) 테러단체와 협상 논쟁
우선 ‘탈레반’이 과연 테러단체인가? 라는 문제가 검토되어야 한다. 테러단체라는 용어는 미국정부가 주도해서 명명한 것이다. 아프카니스탄 국내로 본다면 ‘탈레반’은 반정부단체이며, ‘이슬람 무장투쟁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테러단체라는 규정은 강대국의 시각이다. 특히 미국이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규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 국가의 공식기구에 대해서도 테러단체라고 명명한다. 이는 제국주의적 관점과 별반 차이가 없다. ‘탈레반’의 경우 한때 아프카니스탄 지배세력이었으며, 전복당한 후에 게릴라로 전환한 조직이다. 따라서 테러단체라는 규정은 일방적인 규정임에 분명하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반미, 반제국주의 무장 세력에 대해서는 테러단체로 규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테러단체와 협상이 가능한 것인가라는 논점 자체가 일방적인 시각일 수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직접 한국인을 납치하자 대체적인 인식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역시 탈레반은 테러단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러면서 도매금으로 이슬람 무장단체들도 ‘테러단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확실히 탈레반은 한국인을 납치하여 자신들이 거둔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한번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테러단체’로 낙인찍혔다. 이슬람의 본래 정신과도 어긋나는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는 미국이나 아프카니스탄 정부와 전쟁을 하는 상황 속에 자신들의 전략적 열세를 만회해보려는 전술적 시도이지만, 분명 한국인에게 그들은 테러단체로 낙인찍히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테러단체와의 협상 불가는 미국을 위시한 서구의 강대국이 갖고 있는 원칙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그 같은 원칙을 천명한 바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른다. 테러단체와 협상을 하는 것이 테러단체를 더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의 문제가 바로 제기된다. 한 두명도 아니거니와 21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이 인질로 잡혀있고, 또 그중 2인은 총살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테러단체와의 협상불가 원칙 때문에 그냥 손놓고 있어야 하겠는가? 특히나 한국이 군사작전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도 없는 지역에서 주체적으로 해 볼 수 있는 여러 시도가 극히 제한된 상태이다. 테러단체와의 협상 불가는 원칙일 수 있겠지만, 절대불변의 상황지침은 아니다. 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아프카니스탄에 이미 군대를 파견하였다. 전투 목적이 아니라지만, 어쨌든 군대는 군대이다. 탈레반입장에서 보면 한국정부는 이미 탈레반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물며 전쟁 중인 상대가 협상을 하는 일도 종종 있다. 테러 단체와의 협상불가는 현실적으로 많은 인원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과 한국정부가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지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수용 불가능한 지침이다.
협상은 할 수 있다 해도, 돈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협상을 이미 시행한 마당에 돈을 주면 어떤가? 정부는 돈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외신들은 탈레반 고위측 인사의 말을 빌려 한국정부가 돈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국정원장이 애매모호하게 답변하여 더욱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국가의 일차적인 의무는 자국민의 보호이다. 이미 2명이나 살해되었는데 남은 인원마저 살해되도록 지켜볼 수는 없다. 돈을 주고라도 사람살려내야 한다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한국정부가 건넨 돈으로 탈레반이 무엇을 하던 그것은 인질을 살려낸 후 대처해야 할 문제이다. 탈레반이 무엇을 할까 두려워 돈을 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한가한 지적이다.
2) 교회 선교의 문제
금번 아프카니스탄 인질사건은 한국의 보수 기독교집단과 아시아의 보수 이슬람집단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 집단에게 교회의 선교는 어떠어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씨도 안 먹히는 소리”이다. 샘물교회 담임목사인 사람은 “ 생명을 걸고 선교를 계속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무장 이슬람단체에게 “성전”을 포기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샘물교회 목사에게 교회 다니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기독교의 신과 이슬람의 신은 같은 유일신이지만, 이렇게 믿는 신앙의 형태에 따라 정면 충돌할 수 있다.
다른 종교를 갖고 있고, 다른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종교와 신념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특히나 교회의 선교는 타 문화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이 본래의 취지에 맞다. 종교의 자유는 타종교에 대한 인정과, 비종교의 자유가 기본바탕이 된 상황에서 가능한 일이다. 종교의 자유라는 것은 특정 개인이 어떤 종교를 자신의 신념체계로 하여도 자유롭다는 것이지만, 동시에 특정 종교를 자신의 신념체계로 하지 않아도 자유롭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태에서 종교의 자유는 무종교나 타종교에 대한 관용과 인정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기본 전제가 강제적으로 깨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종교의 자유가 아니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선교는 종교의 자유를 전제한 바탕위에 실행되어야 한다. 기독교가 욕을 먹는 이유는 타종교 혹은 무종교에 대한 배타성에 있다. 착하게 사는 사람은 하느님을 믿지 않아도 착한 사람이며,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믿어도 나쁜 사람인 것이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는 한국을 ‘복음화’하기 위해, 즉 한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집단이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는 물질적 이해관계와 함께,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해서도 최근들어 노골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가 한국의 민주주의 정착과정에서 노력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는 언제나 군부독재를 지지해 왔고, 체제수호 적이었으며, 반공투사였다. 신도수가 엄청나게 증가한 현실에 있어서 한국의 보수기독교는 더욱 자신감이 있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는 사학법 제정을 계기로 현 정부와 완전하게 결별하였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는 ‘선교’라는 미명하에, ‘봉사’라는 미명하에 젊은 기독인들을 교육시키고 훈련시킨다. 한국의 보수기독교가 아프카니스탄 등으로 젊은 사람들을 파견하는 이유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청년에 대한 교육’이다. 청년들이 한국의 보수 기독교를 지지하고, 청년들이 한국의 보수 기독교에서 훈련받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한국에서 보수 기독교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갈 수 있다. 제국주의 침략과 함께 한국에 이식된 기독교는, 이식 당시에는 극히 조심스럽게 진행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한국의 보수 기독교는 보다 노골적으로 진행한다. 이식 당시에는 외국의 선교사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거나 장기간 체류하면서 진행되었지만, 현재 한국 보수 기독교에서는 단기 선교 위주로 진행한다. 아프카니스탄의 어린아이들, 주민들을 모아놓고 복음성가를 불러주고, 의료치료도 하면서, “예수 믿으세요”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어느날 휙 사라진다. 필자 어릴 때 교회 다니면 연필도 주고, 공책도 준 기억이 있다. 아프카니스탄 국민들은 의료시설도 모자라, 아이들 교육시설도 모자라 한국 교회에서 진행하는 선교프로그램에 올 수 있지만, 그들의 신념체계가 바뀌는 것은 절대 아니다.
3) 피랍자의 잘못된 행위 여부
2007년도 2월에 외교통상부가 "아프간 탈레반, 한국인 납치계획 첩보 입수"라는 제목의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다음은 당시의 내용이다.
“ 정부가 아프카니스탄 탈레반 세력이 한국인을 납치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 아프카니스탄 지역을 여행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외교통상부는 5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이 아프간 국경도시 토르캄에서 수도 카불로 이동하려는 한국인을 납치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외통부에 따르면, 이들 탈레반들이 수감중인 동료 석방을 위해 한국인 납치를 계획하고 있으며, 탈레반 세력들이 한국인을 납치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한국인들이 다른 외국인에 비해 평소 신변안전 조치를 소홀히 하고 육로 이동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아프간에 거주하는 한국 NGO들은 장거리를 이동할 때 항공편 대신 주로 차량편을 이용하고 있으며 육로 이동시에도 외국 NGO처럼 경비 병력의 호위를 받는 경우가 별로 없어 상대적으로 테러범들의 손쉬운 공격목표가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현지 소재 한국 비정부기구(NGO) 관계자와 선교사 그리고 건설업체 직원들에게 아프간-파키스탄간 육로 이동을 당분간 금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외교부는 "아프간 전역 및 파키스탄의 카이버 패스 등 일부 지역은 여행 제한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만큼 국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청된다"며 "긴급 용무가 아니면 여행을 자제하고 여행 중인 국민은 가급적 조속히 귀국할 것을 요망한다"고 밝혔다. (자료출처: 뷰스앤뉴스, 2007, 02, 05)“
위 보도와 같이 정부는 분명하게 탈레반을 꼬집어 한국인 납치 우려에 대해 경고를 했다. 그러나 물론 누군가 주장하는 것처럼 아프카니스탄을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특히나 젊은 크리스찬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들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기독교를 선교하기 위해 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갈 청년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들이 만일 법을 위반하는 죄를 졌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틀린 말이다.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으나 한국에 엄청난 혼란을 제공하고,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걱정을 끼쳤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타당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피랍자가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였기에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또한 피랍자들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몰아 부칠 수 없다. 이들은 그저 교회의 목사님이나 교회단체에서 선교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여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다. 본인들의 휴가를 사용하여 아프카니스탄에 간 청년들에게 이런 저런 상황을 지적하는 것은 옳으나 그들이 전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였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본질은 한국 보수 기독교의 선교방침에 있다.
4) 구상권의 범위
이 문제는 이미 법적으로는 분명한 상태이다. 정부 관계 공무원들의 항공비나 체재비 까지 샘물교회에서 담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에서 합리적으로 제안하리라 예상한다. 다만 샘물교회는 정부의 구상권에 대해 교회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내용은 그냥 조용히 하면 된다. 굳이 그것을 언론에 흘려 마치 정부와 교회가 구상권을 놓고 대립하는 양상을 드러내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다. 사람들의 감정을 촉발시킬 뿐이다.
5) 정보기관의 행태
정보기관의 수장이 언론에 공공연히 나타나고, 정보기관 요원이 “썬글라스 맨”으로 언론에 드러나는 행태가 과연 적절하냐의 문제이다. 내가 보기에 김만복 국정원장은 정치인으로서의 꿈이 있는 것 같다. “썬글라스 맨”은 중동이나 이슬람권에 정통한 전문가인지는 몰라도, 정보기관 요원으로서는 여러 가지 수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정보원은 아프카니스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는 국가정보원의 당연한 역할이다. 국가정보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폄하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정보기관으로서의 처신은 부적절했다. 그러나 처신이 부적절했다 해서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폄하할 수도 없다. 고생했으나 2%가 부족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한겨레 신문 8월30일자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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