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역시 손학규는 아니다.

파랑새호 2007. 9. 20. 15:52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이라고 해도, 어쨌든 대통합민주신당이 한국정치의 한 축인 것은 사실이다. 언론에서는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에서 합세하였고, 대표나 최고위원의 중요 직책을 시민단체에서 맡고 있다. 어쨋든 '열린우리당 출신 정치인은 안된다'는 여론속에,  손학규 후보는 소위 '대세론'으로 밀어 왔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손학규 후보는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기 때문에, 설마 경선에서 밀리겠느냐 라는 생각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선거는 생물인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한 양상을 나타낸 것도 사실이다.

 

손학규 후보 진영은 물론이거니와 이해찬 후보 쪽에서도 주장하고 있고, 언론의 보도를 보더라도  정동영 후보가 조직선거를 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현재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위원장은 양길승 최고위원이다. 양길승 최고위원은 시민단체에서 참여했다. 만일 국민경선위원회에서 지금 제기되고 있는 정동영 후보의 조직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시민단체 출신의 아마추어리즘'운운하는 비판이 제기될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당 내의 여러 사람들이 정동영 후보의 조직 동원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선위원회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지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선위원회에서 조직동원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보도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룰을 정하더라도 일정한 조직선거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이 그 사람 아니냐?’라는 전반적인 상황 인식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보다 가까운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지금의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조직 동원은 분명 문제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야하는 핵심은 정동영 후보가 아무리 조직 동원을 하더라도 손학규 후보나 이해찬 후보가 아직 이를 확실하게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정동영 후보의 조직 동원은 분명히 밝혀져야 하고,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정동영 후보는 국민 앞에 사죄해야 마땅하다. 정동영 후보가 자신의 경선을 위해 그동안 꾸준하게 조직관리를 해왔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언론에서는 김한길 의원 측과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당의 공식기구인 국민경선위원회에서 정동영 후보의 조직 동원에 대한 공식발표가 아직 없었다는 점에 있다. 각 후보, 특히 손학규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아무리 조직동원 운운하며 주장해봐야 ‘문제제기’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손학규 후보의 문제제기는 구체적인 사실을 구체적인 물증으로 제시하지 않는 한 정치공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와중에 경선의 당사자인 후보가 일체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고 공식일정을 중단했다. 이는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다. 그동안 지지해준 사람들과, 자신을 위해 운동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이와같은 행동은 본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전쟁터에서 싸우다 말고, 형세가 불리하니 싸움을 회피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자신을 지지하는 조직에 대해선 눈꼽만큼의 애정도 없으며, 결국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나홀로’의 전형이다.

 

이와같은 손학규 후보의 특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손학규 후보는 80년 그 살벌하고 누구나 다 고생했던 시절 유학을 갔다.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은 채, 그는 훌쩍 유학을 간 것이다.(유학을 본인이 결정해서 가는 것이지 누구와 상의해서 가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의 문제제기와 차원이 다른 문제임을 유념해 달라.) 시대의 상황이 극히 암울하고,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이를 온몸으로 극복해 간다는 진정한 역경극복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번일로 인하여 “한나라당에서 계속 3등하니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옮겼다”는 기존의 손학규 후보에 대한 비판이 그렇게 틀린 지적은 아닌 내용이 되었다.

손학규 후보의 경선일탈 행위는 그렇지 않아도 지지부지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며, 이는 결국 한나라당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이다. 손학규 후보는 왜 자신이 신당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조직과도 상의하지 않고, 오직 혼자만의 판단으로 칩거하여 ‘역시 손학규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확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