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야구가 발전할 수 있는 조건

파랑새호 2006. 3. 21. 12:24

  간만에 야구경기에 흠뻑 빠져 본 나날이었다. 매 순간 긴장감 넘치는 경기들과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들이 참으로 대단하다. 다들 그렇듯이 이들의 플레이로 인하여 우리는 "국가적 결속력"을 드러냈고, 언제나 그랬듯이 "정치인들 보다 훨 낫다"는 평가와 함께, 이종범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돌아보면 사실 메이저리그의 플레이가 안방에 소개되고, 메이저리그의 연봉, 메이저리그의 엄청난 선수층 등을 보면서 한국의 프로야구가 시들해진 것도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보다가 한국 프로야구 경기하는 모습보면 무언가 수준이하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다 해보았던 우리가 아닌가? 그런데 어느덧 한국야구는 세계수준의 야구로 도약해 있었다. 

 

  그러면서 선수나 언론, 기타 많은 사람들이 야구의 저변확대를 위해선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이구동성 주장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는 더 많은 수익창출을 바라고 하는 행동이다.  "체계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으면 향후 수익창출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예상하고 실행하는 투자인지는 모르겠으나, 돔 구장도 건설하고, 고등학교 야구, 유소년 야구에 대한 지원확대 등등이 이야기되는 것을 보면 순서있게 투자하자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그래 좋다. 지금까지 프로야구 선수들이 병역기피한 것, 경기장에서 난투극 벌인 것, 경기장에 직접 가보면 팬들에 대한 서비스가 형편없던 것 등등을 모두 잊자. 그리고 중 고등학교때 야구 하는 애들 보면 공부안하고, 욕은 '졸라'잘하고, 머리는 멍청하다는 그런 선입관도 잊자. 마지막으로 가장 결정적인 기억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전두환이라는 천하에 둘도 없는 독재자에 의해 탄생되었고, 국민을 3S로 몰아넣기 위한 정책의 한 방편이었다는 점도 과감하게 잊자. 오늘에 있어 프로야구는 "국가적 결속력"을 가능하게 하고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하니까.

 

  그러나 프로야구는 어디까지나 '프로'야구다. 잘하는 몇몇 선수는 엄청난 돈을 벌고, 못하는 다수들은 늘 찌그러져야 하고, 구단운영이나 선수선발이 늘 "체계적인 투자"의 개념에 입각하여 돈을 벌수 있는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 실행되는 그런 개념에서의 '프로'이다. 박민규의 표현에 의하면 우리나라를 결정적으로 "프로복음"에 빠져들게 한 것이 바로 프로야구이다. 오직 실력으로만이 모든 걸 이야기하는, 실력이 없으면 그저 폐기처분 되는 그런 환경이 바로 프로야구이다. '프로'의 세계에는 나같은 대다수의 평범한 인간들이 끼여들 자리가 없다.

 

 그리하여 지금 언론이나 야구하는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돔구장 건설과  유소년 야구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가 실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 프로야구 구단을 갖고 있는 대기업한테나 할 소리이다. 그들은 프로야구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자본주의의 냉엄한 법칙에 의거하여 프로야구 시장을 키우고 싶으면 투자하라. 메이저리그가 혹은 일본의 프로야구 시장이 하루아침에 된 것은 아닐 진 대, 손도 안대고 코 풀생각 하지 말라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우리나라 야구의 수준을 세계4강으로 올려놓았다면 이젠 프로야구구단에서 세계4강에 걸맞는 투자를 해야 할 차례이다. 그러한 투자 없이 프로야구 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마치 국위선양을 했으니까 국가에서 해야 한다는 논리로 주장한다면 어불성설이다. 국가는 프로야구 말고라도 써야 할 돈이 엄청나게 모자라는 상황이다.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구단들이여 투자좀 해라. 일자리도 늘리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도 주고 그래서 야구가 국민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자. 그런 날이 오면 본전 뽑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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