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문제

중산층의 몰락, 기생경제의 번영-4

파랑새호 2007. 1. 22. 13:59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하여 나날이 비정규직 노동이 증가하고, 소수의 대기업 노동자를 제외한다면 비록 정규직일지라도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은 힘이 부친다. 설상가상 투기세력에 의해 급증하는 집값, 치솟는 대학등록금, 엄청난 사교육비 등으로 한국 가정은 마치 권투경기에서 최후의 일격을 남겨둔 쓰러지기 직전의 선수신세가 되었다. 한국가정은 이제 부채 없이 살수 없다.

 

  쓰러지기 직전이라 절박한 한국 가정에 돈을 빌려주면서 합법적으로 이자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의 피와 땀을 차곡차곡 챙겨가는 온갖 종류의 금융기관은 정반대로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국가 디폴트에 의하여 아이엠에프 통치를 받은 지가 엊그제 이건만 한국의 금융기관은 그중에서도 은행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표. 시중은행의 년도별 수익금액과 당기순이익

 

(자료 출처 : 금융감독원 2006년 은행경영통계, 단위 : 억원)

 

  위 표에 보면 이자수익의 증가율은 미미한 것 같아도 이는 2005년도에 이자비용을 대폭 줄인 결과가 반영 안된 것이다. 즉 실제 이자손익의 개념에서 보면 년 평균 증가율은 13.4%에 달한다. 은행이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곳은 가계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선진국 미국보다 높다고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출처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06년 10월)

 

  그리하여 한국 가계의 경우 개인가처분 소득에서 순수하게 이자로만 지급하는 비중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출처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06년 10월)

 

  즉 일본가정은 부채이자로 소득의 약 5%를 지불하고, 미국가정은 8% 수준인 것에 비하여 한국가계는 이자로만 매년 소득의 9%이상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금융기관의 본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경제에서 금융의 역할 등에 대해 우선 몇가지 핵심적인 사항을 검토한 후에 다시 우리나라 은행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이 타당하다. 

 

  서구금융사(A Financial History of Western Europe)를 저술한 ‘킨들버거’에 의하면, 은행은 본래 중세시대에 외국무역의 어음발행을 위해 설립되었다. 이 말은 당시 결제를 위한 현금이 부족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은행이 설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은행은 실물경제를 보완하고, 실물경제의 바탕위에서 설립되었다. 다시 말해 은행은 원래 실물경제에서 개별 주체들이 현금출납업무와 예금계정관리업무를 담당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한곳으로 집중하여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한 사회에서 마땅히 갈 곳을 모르고 헤매고 있는 浮動자금을 한데 모아 사업하는 사람에게 제공하여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수수료 수익, 이자수익, 배당수익, 자본이득 등을 얻어 성장한다. 근본적으로 금융기관은 실물경제의 부가가치 창출로 인한 혜택을 보는 것이며, 스스로 창출하는 것은 대단히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실물경제 없는 금융기관은 허상이며, 실물경제의 부가가치 창출이 없는 경우 금융기관도 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현상적으로 금융기관은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나타나지만, 금융기관의 주된 수익 자체가 실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어서 실물의 뒷받침 없는 금융기관은 ‘거품’에 불과하다. 금융기관의 주된 관심은 잘나가는 실물의 잉여가치를 어떻게 전유할 것인가에 있다. 다음의 주장을 유념해 두자.

 

      “금융적 자본은 수수료, 이자, 배당, 자본이득 등을 얻어 가치증식하고 있다. 이런 항목들은 사실상 다른 경제주제들의 수입을 수탈하는 것이다.   금융적 자본은 산업자본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먹고 산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융적 자본은 비생산적이다.”(‘1980년대 이후 미국

       경제의 금융화’, 김수행, [마르크스주의 연구], 경상대학교사회과학연구원, 2005년, 한울출판사 155쪽에서 인용)

 

       “화폐자본의 증권화, 투기화에도 불구하고 화폐자본의 수익의 토대는 언제나 실물자본이며, 실물자본의 안정적 지배와 이를 위한 화폐자본과 실물자본과의 독점적 결합경향은 화폐자본의 투기화 속에서도 관철.” (‘현대자본주의와 국가독점자본주의론론’, 김성구, [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 2], 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회 엮음, 문화과학사, 2003년, 28쪽)

 

 

  경제학자들은 금융시스템을 두 종류로 구분한다. 은행 중심과 증권 중심.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증권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은행 중심 시스템으로 판단된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은 금융기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핵심 금융기관의 주된 역할, 주된 수입은 국민들의 가계대출에 의한 이자수입과 수수료 수입이다.

 

  그렇다면 증권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갖고 있는 미국에서는 어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가 ? ‘독점자본’이란 책을 저술한 미국의 Sweezy라는 학자는 미국경제가 금융화되고 있다면서, 경제의 금융화(financialization of the economy)는 3가지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 첫째 기업중심의 자본주의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1980년대 기간 중에 정크본드(위험도가 높은 회사채)가 차입금에 의한 기업매수(leveraged buyout)로 유행했던 바와 같이. 비록 대기업일지라도 기업외부의 금융 기업가들(financial entrepreneurs)이 주도하는 적대적 인수합병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기업가들의 주된 관심은 막강한 현금보유 능력을 활용하여 부채가 불어난 회사를 헐값에 투매하도록 주주들을 매수하는 것에 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회사들의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회사들로 하여금 금융기업가들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부채를 축소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런 과정에서 예전 안정적인 기업중심의 세계가 흔들린다. 경제에 대한 주도권은 기업 이사회에서 금융시장으로 이전한다. 기업은 점점 더 자산가치로만 취급 받게 되고, 유동성이 크면 클수록 더 좋다고 판단한다. 둘째 금융시장의 번영은 독점자본의 운동법칙에 극단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융관련 직업이 증가하고, 국민소득에서 금융영역의 비중이 증가한다. 결국 경제 전체에서 금융영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한다. 금융 영역은 새로운 잉여(surplus)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금융영역에서 활동하는 거대한 화폐 자본은 자본재 상품생산에 대한 투자보다는 증권, 부동산, 상품시장의 투기를 위해 존재하게 된다. 이는 GDP 증가에 기여하는 바가 적게 되며, 결국 경제를 정체시킨다. 셋째, 예전 경제는 비즈니스 싸이클의 회복기에 공공설비, 운송, 제조업의 기계설비 등에 대한 투자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증권, 부동산, 상품시장과 비교했을 때 투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출처 : ‘Monopoly - Finance Capital', John Bellamy  Foster, Monthly Review, 2006년 12월에서 재인용)

 

   즉 기업중심의 자본주의는 1980년대 이후 급속하게 금융 중심의 자본주의로 변화되었다. 금융 중심의 자본주의는 금융의 원래 토대가 ‘실물’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단기간의 거래이익을 위해 실물자체를 파괴하는 경향을 갖게 된 것이다. 이점에 대해선 이미 우리나라의 마르크스 경제학자 정운영교수도 지적한 바 있다.

 

 

        “루돌프 힐퍼딩이 주목한 금융자본도 이자 수취를 겨냥한 ‘은행자본’이지, 금융 거래의 양도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본은 아니었다. 확실히 투기자본은 세기말 자본주의를 전형적으로 규정하는 상징적 요소이다.” ([자본주의 경제 산책], 정운영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2006년, 81쪽)

        “지금까지 투기는 생산자본에 기생하여 그것이 생산하는 잉여가치 분배에 참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자본과 대립하여 생산기반과 그 잠재력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 산책], 정운영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2006년, 83쪽)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의 경우 1997년 아이엠에프 이후에 구조조정을 겪었고, 외국 금융자본과 경쟁하여 존속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주로 국내로 눈을 돌려 자신의 수입원을 찾아야 했다. 증권은 너무 위험부담이 크고, 경험도 없다. 그렇다면 기업과 가계가 남는다. 그런데 기업의 경우에도 주류경제학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평가되고, 은행입장에서 보면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은 돈이 남아돈다. 삼성전자 한곳만 당기 순이익이 7조원에 이른다. 당기순이익이라는 개념은 각종 상각비용, 적립금 등을 제외한 개념이기 때문에 실제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또한 회사채 시장이 있어서 비싼 이자를 주면서 은행돈을 빌려올 필요가 없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측면에서 은행의 대출은 중소기업에 집중된다. 다음의 표를 참조하자.

 

(출처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06년 10월)

 

  다음과 같은 한국은행의 표현을 보아도 명확하다.

 

 

        “ 대출시장에서는 금융기관 간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의 영향으로 기업 및 가계대출이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나고 ……(중략)……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났으며, ……(중략)…… 가계대출도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출처 : 한국은행 금융통화보고서 2006년 10월, 4-5쪽)

 

   이제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출로 먹고사는 점이 분명해 졌다. 특히 가계대출의 비중은 단연 압도적이다. 중소기업과 가계는 우리나라의 양극화 현상으로 인하여 점점 더 허덕이고 있는 것에 비하여 우리나라 은행은 허덕이는 두 주체들의 피와 땀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설상가상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돈을 더 떼어가니 서민들의 경우 죽을 맛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국민들의 돈을 수탈하는 구조는 대개 4가지이다.

 

    1) 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올린다.(소위 ‘예대마진’의 확대)

    2) 각종 수수료를 인상한다.

    3) 변동금리를 적용하여 금리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한다.

    4) 신용카드를 통해 고리대를 적용한다.

 

  1) 소위 ‘예대마진’은 그간 수차례 지적되어 왔으나 시정된 적이 없다.

 

 

(출처 ; 2007년 1월21일자 서울신문)

 

  위의 그림이 이해가 안된다면 다음의 그림이 보다 쉽게 이해가 된다.

 

 

(출처 : 2006년 9월5일자 서울신문)

 

  2) 각종 수수료에 대한 이야기도 이미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 (이 글 맨앞의 수수료수익 통계 참조)

 

 

(출처 : 2006년 9월13일자 서울신문)

 

 수수료는 송금수수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현금서비스 수수료 등도 중요한 항목이다.(신용카드에 대해선 다음에 더 조사하기로 하자.)

 

  3) 우리나라 주택담보 대출은 이미 지적되었지만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다음의 그림을 보자.

 

 

(출처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06년 10월)

 

  주택담보 대출에서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2.4%이다. 한국은행은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이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고정금리조건부 대출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한 미국 벨기에 등 일부 국가의 경우 변동금리 조건인 경우에도 가계의 금리변동 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대출 금리상한제(interest rate cap)를 시행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위험관리능력이 취약한 가계가 금리위험의 대부분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출처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06년 10월, 41-42쪽)

 

  그렇지만 이렇게 취약한 가계를 위한 대책은 전무하다. 오로지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부실화에만 초점을 둔다. 가계는 누가 초점을 두고, 가계의 부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기대하지 마시라. 오직 스스로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

 

  이상에서 우리나라 금융기관 특히 은행은 경제의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부문(즉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수탈을 강화하여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 졌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외에도 신용카드, 사 금융업체 등의 횡포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으로 미룬다.)

 

    표. 시중은행 이자수익중에서 각 영역별 비중의 년도별 변화

 

(출처 : 은행감독원 2006 은행경영통계)

 

  그런데 은행이 대출자금을 빌려주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예금이 있어야 한다. 예금은 가계나 중소기업에서 쓰고 남은 돈으로 충당될 수 밖에 없는데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다보니 예금도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은행들은 사채를 쓰고 있다. 다음의 그림을 참조하라.

 

  표. 시중은행의 대차대조표상 부채계정의 예금과 사채현황

 

 

(출처 : 은행감독원 2006 은행경영통계)

 

  위 그림은 시중은행의 대차대조표의 부채항목 전체금액을 100으로 했을 때, 예금과 사채가 차지하는 금액과 비중이다. 즉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예금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사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1년 이후 예금증가율은 고작 4.6%인 것에 비해 사채증가는 28.4%이다. 은행이 이자수입을 내기위해선 우선 빌려줄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예금은 줄어들고 그러다보니 사채를 끌어 쓰게 된다. 사채는 일반 예금보다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가계대출의 이자를 점점 더 올릴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은행감독원의 시중은행 대차대조표 통계를 이용하여 재구성해 본 것이다.

 

  표. 우리나라 시중은행에서 지급하는 년평균 예금이자율과 사채이자율

 

(출처 : 은행감독원 2006 은행경영통계)

 

  이로써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고리대금업과 본질적인 측면에서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