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돌아온 탕아 - '김민석'

파랑새호 2007. 6. 14. 11:09

김민석이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기억에서 사라졌는데, 13일 그의 활동재개가 언론에 나타났다. 전두환 시절에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내고, 서울시장 후보로도 나서는 등 정치인으로서 활동하다가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을 지지하면서 추락하였다. 그는 정몽준을 위한 민주당의 탈당이 단일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변했지만 사람들의 평가는 달랐다. 그리고 이후에 다시 민주당에 복당했다. 김민석이 민주당에 복당한 이유는 한가지이다. 총선출마. 그는 총선에 출마하여 똑같은 학번이며, 학생운동 동기라고 할 수 있는 고진화 현 한나라당의원에게 패배했다. 유권자들이 그를 외면한 것이다. 그 와중에 서울시장선거에서 SK로부터 2억원을 받아 쓴 이유로 법원판결을 받았다. 이후 한국과 정치를 떠난 후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정치활동 재개의 글이 담긴 김민석의 홈페이지)

 

 

사실 김민석은 본인 스스로 “정치활동재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5년이라는 기간을 제시한다. 즉 자신이 5년 만에 정치활동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민석이 정치활동을 그만둔 것은 2004년 총선이후이다. 총선출마는 정치활동이 아닌가? 그는 단지 총선에 떨어졌기 때문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대부분의 정치지망생들이 낙선한 이후에 절치부심 지역구에 머무르며 활동하는 것에 비해 김민석은 그런 과정을 밟지 않고 외국에 갔다 이제 선거철이 시작되자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즉 김민석이 정치활동을 그만둔 것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선거에 떨어지게 되자 어쩔수 없이 시작된 것이다. 말하자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정치활동을 다시 재개할 경우에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을 의식하여 그간의 자신의 문제점을 겸허하게 반성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정치재개를 발표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저는 5년 전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의 절박성과 노대통령의 비정상적 정치행태에 대한 제 나름의 판단에서 나온 정치생명을 건 결단이긴 했지만, 단일화라는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국민과의 대화와 소통을 경시하는 오류와 결례를 범했습니다. 아마 지금의 저라면, 목표와 문제의식이 동일하더라도 보다 지혜롭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김민석은 그다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직 그가 반성한 것은 당시 자신의 행위를 국민들에게 잘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그가 정몽준 후보에게 간 것은 정당한 것인데, 그같은 행위에 대한 국민들과의 “대화와 소통” 부재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치인을 판단할 때 “대화와 소통”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이점은 김민석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 여러 가지 정책이나 조직 등을 보고 판단한다. 오히려 정치인들이야말로 화려한 언어구사로 본질을 흐리게 한다. 정치인을 포함하여 사람에 대한 판단은 그의 말 뿐만 아니라, 행동, 친구, 가족 등 다양한 면을 보고 이루어진다. 국민들이 당시에 김민석에 대해 판단한 것은 단지 “대화와 소통”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철학, 행동, 인간관계 등을 보고 나타난 것이다. 김민석은 여전히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김민석은 ‘반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시간이 더 흐른다면 아마 본인의 정당성을 극구 주장하는 그런 모습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김민석은 SK로부터 2억원을 받아 쓴 것에 대해선 “영수증처리를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당한 후원금을 받았는데 영수증처리를 잘못해서 불법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그 어떤 댓가를 바라고 돈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주장’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댓가를 바라는 돈이 아니게 되는 핵심적인 사실적 근거는 결국 영수증 처리이기 때문이다. 김민석의 주장은 핵심적인 사실이 되는 내용은 도외시한 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김민석이 넘어야 할 산, 그것은 바로 주장이 아니라 행동이며, 도덕성이다.

 

아는가 ? 그의 5년전 별명은 ‘김민새’였다. 이쯤에서 다시한번 김민석에 대하여 5년 전 한겨레신문에 실린 한 법학교수의 평가를 잠시 살펴보자.

 

“지난주 <오마이뉴스>는 김민석씨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요즘 인터넷에서 `김민새’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그의 변명들을 끝까지 읽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노력과 헌신 때문에 후보단일화를 이룬 것 아니냐고 강조하고 싶은 듯 했다. 정몽준씨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수월하리라 판단했다”는 승리지상주의 이외에 아무런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그는 거듭하여 후보단일화의 당위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이러다가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선 승리의 공로는 후보단일화를 위해 몸 바친 나 김민석에게 있다”고 큰소리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의 이런 태도는 광주 경선에 나서던 이인제씨 측이 “김대중 대통령 당선에 이인제가 기여했으니 그 은혜를 갚아 달라”고 주장했던 일만큼이나 황당한 것이다. 이인제씨는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출마했던 것이 아니었다. 김씨가 민주당을 탈당했던 것도 단순한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정몽준으로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것이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정치인의 자유지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표로 심판하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다.“  김두식(전 한동대법학과 교수), 2002년 12월8일자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