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이해찬과 문국현의 진검승부

파랑새호 2007. 6. 13. 12:18

동아일보에 ‘이해찬 프로젝트’라는 제목 하에 이해찬의 대선출마가 김대중-노무현의 합작대안임을 시사하는 기사가 실렸다.

(동아일보 6월 13일)

 

 

동아일보가 꼴 보수 신문이긴 하나 어쨌든 기사의 내용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만일 기사대로라면 여권의 핵심적인 두 그룹, 즉 김대중-노무현의 통합후보인 셈이다. 현재 여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선언한 여러 사람들이 있으나 실제 후보는 이해찬으로 봐야한다. 조선이나 동아 등은 여권의 후보가 누가 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그래야 흠집을 낼 수 있을 것 아닌가?) 아마도 앞으로는 상당한 비중을 이해찬 공격에 두게 될 것이다.

 

독자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경향신문에서 여권의 향후 일정에 대해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나타낸 그림이 있어 이를 다시 한번 게재한다.

 

 

(경향신문 6월9일)

 

위 그림에 의하면 시민사회를 포괄한 반한나라당(혹은 비한나라당) 세력은 8-9월에 소위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가 개최될 예정이다. 국민경선추진단 구성이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으나 이같은 그림으로 갈 경우 아마도 오픈프라이머리는 한나라당의 후보가 확정된 직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그 자체가 상당한 파괴력이 있다. 한나라당의 경선이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형태가 되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한나라당 ‘내부 경선’의 성격을 갖고 있다. 반면 오픈프라이머리는 국민들이 실제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말하자면 진검승부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반한나라당 세력이 현재까지 카드로 갖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가 현재의 지리멸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의해 달려 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선 몇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1) 반한나라당(혹은 비한나라당)의 모든 후보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민주노동당의 경우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선의 구도는 전적으로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의 구도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어려을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토대이다

2) ‘미래구상’으로 대표되는 시민사회 세력의 신당 창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목표로 오픈프라이머리에서 경선을 하기 위한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3) 열린우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조직으로서 국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마당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4) 모든 후보는 오픈프라이머리 과정에 끝까지 가야한다.

 

대통령선거는 사실 정확한 예측이 어렵지만,  이대로 간다면 오픈프라이머리는 이해찬 대 문국현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짜증이 너무나 크기때문이다.  '흥행'을 위해서도 이 구도가 가장 좋다. 물론 여권 내 다른 후보들과 손학규 등의 움직임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 조직이나 파괴력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문국현은 기존 정치질서와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경영자로서의 경험을 충분히 내세울 것이 뻔하다. 문국현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 그렇게 고생을 해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험난한 정치역정을 갖고 있지도 않고, 전국적 규모의 조직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문국현은 오직 기존 질서에 싫증난 국민여론만이 유리하다. 반면 이해찬은 운동권 경력에 행정을 관장했던 총리경험까지 있고 조직적인 뒷받침이 있다. 객관적인 판세는 이해찬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한국사회는 상당히 보수화되어 있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영웅이 내려오지 않을 바에야 지명도 등을 고려할 때 이해찬이 더 유리하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을 통해 시민사회세력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문국현은 한번도 언론을 통해 검증작업을 받지 않았다. 아직 공식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연적이겠으나 정치신인이 어떠한 정치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문국현은 적극적인 행보를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보여야하고, 정치신인으로서 속된말로 ‘박박 기는’ 자세도 보여야한다. 문국현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신선함’이다.

 

 이명박하면 ‘대운하’가 떠오르고, 박근혜하면 ‘대통령 딸’이 연상되며, 이해찬하면 ‘운동권’에 ‘전직 총리’가 연상되는 데, 문국현은 무엇이 떠오르나? 국민들이 알고는 있나? 지식인들 내에서나 알려진 사람 아닌가? 문국현은 경영을 해본 경험 외엔 별로 없다. 경영으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다. 문국현은 시급하게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만들고, 오픈프라이머리 경선을 위해 질주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