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여론조사 1위 이명박은 물론이거니와, 이회창은 갖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출마선언 하자마자 정동영의 지지율을 앞서고 있다. 반면 정동영은 당내 경선을 통해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가 된 직후에 약간 지지율이 오르더니만 이후 정체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왜 이렇게 정동영의 지지율은 정체상태인가?
우선적으로 생각나는 이유는 이번 대선의 성격 때문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관심이 없지만, 대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있어 첫 번째 화두는 ‘경제문제’가 단연 으뜸이다. 정동영은 경제문제로 일을 한 적도 없고, 그다지 관심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많다. 통일문제 같은 것은 많이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상황은 북한과의 교류도 경제 때문에 교류하는 것이 되어야 할 만큼 경제가 우선적인 화두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문제와 관련하여 정동영은 이슈를 선점하거나 제기한 적이 없다.
(이렇게 많이 만나고 있는데 왜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가?)
두 번째 정동영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오랜 기간 노무현 정권의 핵심역할을 해왔으면서 노무현과 결별하였기 때문이다. 정동영은 상당히 오랜 기간 대선 출마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돌아가는 정치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 지 이런저런 저울질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대통령이 말을 바꾸거나 갑자기 황당한 정책을 추진한 적은 없다. 정동영은 오직 노무현대통령이 무지하게 욕을 많이 먹자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결별하였다. 정치는 얼핏 보면 급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성격이 있어 이렇게 저렇게 변신을 해도 무죄라는 통념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차라리 장렬하게 산화할 지언정 표변하는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국민들은 노무현의 출마 당시 우직하게 초지일관 한 길을 걸어온 점에 점수를 후하게 준 것이다. 카멜레온의 색깔이 변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색깔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카멜레온’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정동영은 색깔만 변한 것이 아니라, ‘카멜레온’ 자체를 부정했다. ‘정동영은 언제든지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위의 문제점으로부터 파생되는 정동영의 정치활동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조직의 결여’에 있다. 지금 내가 ‘조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세계관을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조직을 말한다. 개인보다는 우선되는, 그렇다고 개인을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팀 플레이를 통해 나도 살고 조직도 산다는 의미에서의 ‘조직’을 의미한다. 팀 플레이가 누적되고 지속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지도자가 나타난다. 이것은 모든 정치활동의 기본이다. ‘조직의 결여’라고 하는 것은 비록 조직에 속해있으나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않은 상태, 조직에 속해 있으나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 특히나 조직보다는 자신만을 우선하는 그런 상태를 지칭한다. 물론 정치인은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책임으로 모든 활동을 해 간다. 그러나 결코 혼자서는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소속에 대해서 별로 신임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조직내에서 활동하다보면 때론 일시적으로 개인의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일시적인 손해는 장기적으로 보면 정치인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실제 정치가 개선되는 효과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 대통령이다. 정동영은 정치활동 과정에서 어떤 조직적인 플레이도 보이지 않는다. 항상 본인만이 문제를 제기하고, 본인만이 판단했으며, 본인만이 부각되었다. 현재 정동영은 대통합민주신당에 속해 있고, 그 당의 대통령 후보이며, 한번도 정당을 떠나서 활동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런 그의 경력이 그의 ‘조직결여’를 합리화해 주지 못한다. 특정 정당에 속해있다고 해서 조직적인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정동영은 조직으로 인해 자신이 손해보는 일을 감수하지 않았다. 정동영은 조직과 함께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에 있지만 자신이 우선시되는 그런 스타일이다. 조직운영에 있어서도 자신의 의견을 우선 관철하려고 하는 그런 스타일이다. 자신을 우선 고려하고, 조직을 고려하지 않는 정치인은 ‘권력은 나누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확대 문제, 양극화 심화 문제, FTA 문제 등으로 사실상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충실했다. 반면 대다수 국민들이 염원하는 부동산 거품, 부동산 투기 문제는 아직 불확실하다. 수도가 확실하게 이전된다면 부동산 문제는 아마 거의 해결될지 모르겠다. 즉 노무현 정부는 노무현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양극화를 해소시키지 못했다. 반면 가진 자를 위한 정책은 지속되었고,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선 대단히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노무현 정부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결정적인 이유는 ‘관료집단의 강세’에 있고, ‘인적 자원의 한계’에 있다. 대통령 혼자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적자원이 없다는 이야기는 달리 말하면 인적자원의 활용이 대단히 한정되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인적 쇄신은 ‘사람’에 대한 판단 범주가 달라지지 않고서는 달성할 수 없다. 보수언론이나, 한나라 당에서 제기하는 인력기준 등은 정책집행자가 결국 기득권층으로 한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노무현 정부는 과감한 인적쇄신을 추진하지 못했다. 인적쇄신을 하면 보수언론이나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로 정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기득권의 논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의 한계가 정동영에 이르러 일정부분 극복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 정동영은 한번도 국정운영을 책임질만한 활동이 없었다고 판단한다. 국정운영을 책임질만한 활동이 없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을 설득하고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정동영의 모습이 확실하다면 그런대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을 것이다. 정동영은 대략 진보적이고 대략 똑똑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떤 사람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이것은 전적으로 정동영 자신만이 부각된 것에 대한 부작용으로 봐야 한다. 노무현의 한계를(관료집단의 강세) 웬지 그대로 답습할 것 같은 생각이 강하다. 당내 경선에서도 정동영의 이런 한계는 두드러진다. 정동영은 이슈를 주도하지도 못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발굴하지도 못했다. 정동영은 노무현의 한계를 넘어서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아직 정동영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의 지지율이 정체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답이 없네, 답이 …… (0) | 2007.11.16 |
---|---|
이명박은 과연 박근혜를 배려했는가? (0) | 2007.11.12 |
좌파정권보다는 이명박이 초점이더라. (0) | 2007.11.07 |
역시 손학규는 아니다. (0) | 2007.09.20 |
“10년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신정아) (0) | 2007.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