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답이 없네, 답이 ……

파랑새호 2007. 11. 16. 10:28

현재의 상황을 진단해 보자. 삼성비자금 사건, ‘옵셔널벤쳐스’ 주가조작 사건(소위 BBK), 여기에 결정적으로 야권의 후보 분열(이쪽도 물론 단일화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연이은 남북경제회담 개최 등의 ‘파괴력 있는 사건’이 제시된 상황이다. 이러한 사건의 부각은 지금이 대선정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대선정국과 그만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그런 사건이다. 그러나 ‘파괴력 있는 사건’을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로 변질시켜버린 엄청난 힘이 작용하고 있다. 국민들의 무관심,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짜증, 이명박에 대한 경제적 기대감 등 개별로 놓고 보면 “깜도 안되는 사건”이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몰랐고”, “산 넘어 산”이 되어 버렸다. “무슨 놈의 도덕성이 밥 먹여주냐?”는 한마디에 답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OECD 상위클래스에 포함될 만큼 우리나라의 경제가 이미 너무 커 버렸다는 최신 분석도 곁들이게 되면서....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아류의 후보를 제외하고, 누가 나와 있는가?

 

우선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개인적으로 보면 가장 호감이 간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것인지 두 번이나 대선에서 떨어진 사람을 또 내보냈다. 우리나라에서 3번 이상 대선에 출마한 사람은 영원한 정치인 3김(‘와이에스’와 ‘디제이’, ‘제이피’)이 있고, 지금 한창 귀족티를 벗으려고 애쓰는 이회창이 있다. 그리고 당당히 민주노동당의 권영길이 그 반열에 올랐다. 그렇게 사람이 없나? 두 번이나 떨어진 사람을 내 보낸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권영길의 후보 선정은 민주노동당에 인물이 없거나 혹은 조직 자체가 혁신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국민들은 권영길 후보에 대해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문국현은 어떤가? 참신하고,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치판에서 고생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고, 어떻게 험난한 정치역경을 극복할 것인지 검증된 바가 없다. 노무현은 모든 것을 걸고 정치활동을 했다.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스스로 굴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노무현을 높게 평가한 것은 바로 이점이다. 문국현은 말 하는 내용이 참신하고, 기업경영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경영감각도 있을 것 같다. 최소한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노가다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인 것도 같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것이 전부다. 국민들이 문국현의 실체를 알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정치적 활동경험도 없다. 그는 “곧 지지율의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민들이 볼 때 문국현은 앞으로 지지율이 오르게 될 것을 주장하면서 현재의 지지율 정체를 애써 무마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는 데, 정동영이 우리의 대안인가? 민주당과의 합당과정에서 보여준 정동영의 변신은 놀라울 정도이다. 정동영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조직에 대한 배려, 같이 일하는 사람과 함께 하겠다는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동영의 특징으로 나같은 속세의 사람들이 주로 거론하는 것은 무엇인가? “화면빨 후보”라는 것이다. 사진구도나 화면상에서 정동영은 멋있게 보인다. 방송앵커 출신이니 이런 점에 대해선 탁월할 것이다.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정동영이 방송하기 전 자신의 옷에다 흙먼지를 묻혀 ‘현장감’을 살린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이런 주장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상황진단을 해보고 후보를 살펴봐도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다.

 

김대중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시한 해답은 “국민이 선호하는 후보로 연합”하라는 내용이다. 국민이 선호하는 후보의 기준은 “여론조사”였다. 연합의 범위는 ‘범여권’이다. 일반적으로 범여권이라고 지칭할 때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를 제외한다. 그렇다면 문국현과 정동영이 단일화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문국현이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동영은 문국현과의 우선 협상을 시도하지 않고 민주당과 합당하여 자신이 대선에서 끝까지 가겠다는 점을 강력하게 암시하였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문국현과 정동영 두 사람 모두는 사실상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기 보다는 내년 총선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악수만 하지말고 단일화도 좀 해라)

 

내가 생각할 때 가장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림은 정동영이 자진 사퇴하고 문국현 지지를 선언하는 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바램이다.) 만일 정동영이 이렇게 결단한다면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이미지를 완전히 반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기 선거에서 박근혜와 맞붙을 수 있는 사람으로 급성장할 것이다. 사실 정동영은 지난번 대선 노무현의 선거유세 마지막날 명동에서, 노무현이 정동영과 추미애를 차기정치지도자로 추켜세운 때부터 급속하게 성장했다. 정동영 스스로 만들어낸 정치 환경은 별로 없다. 자신을 죽임으로써 다시 사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역시 답이 없다. ‘답이 없네, 답이’라는 표현앞에 한 단어를 넣어야 겠다. ‘씨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