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대한민국 최고검사”(라고 주장하는) 홍준표의 정치활동

파랑새호 2007. 11. 21. 11:33

 

홍준표는 검사출신 국회의원이다. 지난번 한나라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4명중 1천503표로 4등을 했다. 4명 중 4등이라는 사실에 대해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아 보인다. 어차피 이번 후보경선은 ‘홍준표’라는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홍준표는 가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발언을 한다. 그는 대통령의 5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런 명쾌한 조건을 제시한 바 있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홍준표에게 확 빠질 만큼 매력이 철철 넘치는 것을 입증하는 그런 발언이다.

 

   "첫째는 유능해야하고, 둘째는 부패하지 말아야 하고, 셋째 독재하지 말아야 하고, 넷째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하고, 다섯째 정직해야한다".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 제시한 대통령의 5가지 요건, 2007년 8월17일)

 

이명박의 자식과 기사가 위장등록을 하여 세금을 탈루한 사실, 이들의 월급 중 일부가 관리비로 입주자들에게 부담을 넘긴 사실, 자식들의 문제로 위장 전입한 사실이 위의 5가지 요건 중 두 번째나 다섯 번째 조건에 어긋난 것은 분명하다. 당연히 홍준표는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한나라당 후보경선이나 기타 인터뷰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해 자신이 제시한 ‘대통령의 5가지 요건’과 비교했을 때의 평가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다음과 같이 한 술 더 뜬다.

 

    "그간 TV토론이나 합동연설회에서 저는 두 후보의 약점을 한번도 공격한 적이 없다", "어차피 본선에 나갈 후보에게 생채기 내면 나중에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2007년 8월17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마지막 합동연설회)

 

위의 발언이 시사하는 바는 ‘조직원에 대한 의리’이다. 이점에서 그는 검사의 냄새를 풍긴다. 도덕적 요건을 검증하는 것이 왜 생채기를 내는 것인가? 은근히 박근혜를 겨냥한 듯도 하다. 어쨌든 그는 이명박의 확인된 혐의에 대해선 말이 없다. 그러나 이정도로 홍준표를 흠집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조직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있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그랬는데 다음의 발언이 나의 생각을 일거에 뒤집어 버렸다. 그는 만일 이명박 후보가 기소된다면 어떻게 하나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공직 후보자가 기소가 되더라도 윤리위원회를 열어 가지고 과연 징계를 해야될 지 심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서 기소만으로 당원권을 정지한다는데 그렇게 당헌에 돼 있지 않고 확정판결이 났을 때 이야기".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11월16일)

 

즉 이명박 후보의 기소 자체로 당원권을 정지할 수 없다는 것이 검사출신 홍준표의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해선 굳이 나의 의견을 제시한다기 보다는 한나라당 인명진 위원장의 주장이 더욱 명쾌하다.

 

  인 위원장은 또 홍준표 의원이 (당원권 정지 결정이)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야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최고위는 의결이 아니라 단지 (윤리위가 결정한 결과)보고를 받는 것일 뿐”이라며 “당원권 정지 결정은 윤리위 의결이 최종 과정이다. 단 제명시에는 최고위 의결과정이 필요하게 돼 있다. 그런데 그동안 이와 관련해 윤리위원장인 내게 묻는 언론이 없었는데 시민일보가 처음이다”고 말했다. 특히 인 위원장은 “후보에게 문제가 있어 당원권이 정지되면 당연히 후보등록은 못하게 된다. 당원권 정지는 당원의 권리 행사를 못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나라당 후보로 등록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2007년 11월19일 )

 

 사실 글 제목의 ‘대한민국 최고검사’라는 호칭은 홍준표 본인이 스스로 명명한 것이다. 홍준표가 본인에게 스스로 이런 호칭을 명명한 것은 김경준 문제 때문이다.

 

   “국제금융사기꾼 김경준씨 문제는 지금은 시끄럽지만 실제 내용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명박 후보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대한민국 최고 검사를 지낸 내가 약속한다. 책임지고 막겠다.“(한나라당 서울 필승결의대회에서, 2007년 11월16일)

 

이외에도 김경준 문제와 관련한 홍준표의 주옥같은 발언은 다음과 같다.

 

  (김경준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할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자) 황당한 주장을 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요즘 최근 이면계약서 운운하는데, 김경준 씨가 이명박 후보 사인 위조한 것도 여러 차례 있습니다. 사인 위조한 것도 기록상 여러 차례 있습니다. 사인 위조, 여권 위조, 자동차 면허 위조, 회사 정관 위조, 거기다가 유령 회사 설립을 스물 몇 개나 한 게 미국 판결문에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판결문에 단독 범행으로 명시가 돼 있습니다.(CBS 시사자키 인터뷰, 2007년 11월14일)

 

   "김경준의 범죄 사실을 수사하는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고, 이명박 후보는 제3자 참고인에 불과하다" "대선 후보등록 이후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검찰도 이 후보를 조사할 수 없다", "검찰이 김경준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데 열흘 정도 소요되고, 그 시점이면 이미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후로 선거운동 기간이기에 이 후보에 대한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 수사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이 선거운동 기간 중에 본질이 아닌 내용들을 수사해서 발표하거나 언론에 흘린다면 이는 검찰 본연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지 여부를 지켜보겠다"(2007년 11월15일 국회정론관에서의 기자회견)

 

   "지금은 전쟁 중", "상대는 범여권, 검찰, 국정원 등 국가 전체인데 우리는 겨우 20명~30명으로 대처하고 있다", "일단 염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에 기재할 김씨의 혐의 부분을 주의 깊게 보겠다",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내용 외에 이 후보와 관련된 내용을 슬쩍 끼워 넣는 것은 아닌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김씨의 복잡한 구속 사유를 밝히는 데만 20일 이상 걸릴 텐데, 이를 후보 등록 전에 완료하겠다는 말은 검찰이 '쇼'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검찰이 김씨와 이 후보를 연관 짓는 장난을 친다면, 검찰이 '정치검찰'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2007년 11월17일 오마이뉴스)

 

그는 과연 ‘대한민국 최고검사’출신답게 이미 김경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후배 검사들에게 수사를 천천히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정상 이명박의 구속사유를 완료한다는 것은 ‘쇼’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홍준표의 대담함은 그가 한때 대통령 후보의 5가지 요건을 제시한 사람이 맞나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든다.

 

홍준표에게 필요한 것은 대선후보로 가기 위한 중량감 있는 정부요직의 자리이다. 이명박이 당선된다면 그의 공적으로 보아 최소한 법무부장관은 따 놓은 당상이다. 최근 김경준 문제와 관련해서는 홍준표 만큼 혁혁하게 기여하는 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준표는 떠오른 샛별 문국현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은 바 있다.

 

    "정치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이명박이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떠오른 뒤 15년 만에 대통령 후보가 됐는데, 그 동안 정치판에서 단련되고 부딪치면서 여기까지 온 거다. 나도 검사하다가 정치판 들어온 지 12년 됐는데, 아직도 정치에 적응이 안 된다. 그런데 정치권 밖에서 조그마한 회사 해본 사람이 갑자기 대통령을 하겠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약간 흥분된 어조로) 결국 다국적기업의 한국지사장 한 거 아닌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노무현에게 당했지만, 이번에는 능력이 검증 안된 사람에게는 대통령 자리를 안 준다. 차라리 이해찬처럼 정치판에서 20년 있으면서 국무총리도 해본 사람이 불안감을 덜 주지... 문국현? 농촌에 가서 몇 사람이나 아나 한번 물어봐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지도가 너무 낮아서 어렵다."(2007년 9월1일, 오마이뉴스)

 

 내가 생각할 때 위 인용문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한나라당’이라는 단어로 바꾼 것이 원래 홍준표가 하고 싶은 말이다. 홍준표는 참으로 “대한민국 최고검사”출신답게 ‘국민’이라는 단어와 ‘한나라당’이라는 단어를 혼동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제시한 대통령의 5가지 요건으로 문국현 후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적응’과 ‘인지도’로 대통령 당선 여부를 말하고 있다. 이 한가지로 홍준표는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해선 언젠가 자신이 말한 내용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또한 이명박이 정치판에서 단련되고 부딪혔다고 주장하지만, 홍준표 자신이 이명박에 내린 평가는 다음과 같다.

 

    “이(명박) 후보는 여의도 정치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그러다보니 측근들이 다 알아서 하는 것 같은데 당이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2007년 9월1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이쯤되면 도대체 홍준표의 실체는 무엇인지가 궁굼해진다. 대략 난감하지만 굳이 정의를 하자면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자신이 내세운 말과 다르더라도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해관계 강변하기’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