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문국현에게 솔깃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청렴해서인가? 아니다. 그가 오랜 기간 행정경험이 있기 때문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가 민주화운동을 했기 때문인가? 아니다.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경제를 잘 이해하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나라당에서 이명박을 내세운 점, 국민들의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점 때문이다. 다른 것 없다. 오직 이번 대선은 경제문제가 일찌감치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고, 경제문제만큼 중요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민주노동당 당원은 “문국현씨는 ‘다국적기업’의 CEO아닌가? 그런 사람을 지지하는 것은 진보를 포기한 것 아닌가?”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 있던 또 다른 분은 바로 반박했다. “나는 다국적기업이라기보다는 ‘글로벌기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금 문국현을 다국적기업 운운하면서 폄하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경제만 잘하면 되는 자리인가? 경제가 우선이라고 다른 것들은 뒤로 제쳐도 상관없는가? 노무현을 보자. 탄핵으로 대통령 직을 잃을 뻔했고, 한나라당의 집요한 반대로 사실상 모든 정책을 타협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문국현이 아무리 뛰어난 경제 감각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를 풍요롭게 만들어 국민들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비전도 갖고 있다고 인정하자. 그러면 그것을 어떻게 현실정치에 적용시킬 수 있겠는가? 과연 한나라당의 집요한 반대가 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어떤 내용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문국현은 바로 이점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문국현의 주장이다.
저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나왔습니다. 또 부패한 경제를 극복하여 경제를 되살리고 대한민국을 세계 속에서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고자 하는 큰 포부를 갖고 출마했습니다. 다시 한 번 밝히자면 저 역시 이번 대선에서 제가 한 몸을 바쳐 부패한 과거세력의 집권을 막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의지와 자세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 전에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의 국민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후보사퇴를 공식적으로 요청합니다. 스스로 더 이상 희망을 줄 수 없는 무능한 정치세력임을 인정하고, 부패와 무능을 넘는 대한민국 재창조의 기치 아래 거듭날 것을 요구합니다. (문국현의 블로그에서 인용함)
문국현은 우선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의지와 자세를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연후에 “그러나 그 전에”라는 단어를 기술한다. “그러나 그 전에”라는 단어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 것보다는 더 시급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번 대선이 부패한 정치세력의 집권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문제는 바로 정동영의 사퇴이다. 그냥 사퇴하지 말고 스스로 무능한 정치세력임을 인정한 후에 사퇴하라는 것이다.
정동영은 노무현 정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문국현의 말대로 그간의 실정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실정에 대해 책임지는 행태가 곧 대선후보 사퇴(혹은 양보)라는 말로 직결될 수 없다. 문국현이 부패한 정치세력 후보에게는 사퇴하라고 주장했는지 모르겠다. 대립전선을 두개 혹은 세개로 만든다는 것은 전략 전술의 기본을 모르는 것과 같다. 문국현의 전선은 부패한 정치세력인가? 노무현 정부인가?
이같은 문국현의 요구는 사실상 대화불가능을 의미한다. 공개토론회를 요구했지만, 사실상 후보사퇴를 촉구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좋게 보면 문국현은 원칙을 흔드는 문제에 대한 타협이란 없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며, 나쁘게 보면 “너나 잘하세요.”의 빈정거림으로 보인다. 정동영에 대한 태도가 이럴진대, 나중에 집권하게 되면 각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나는 솔직히 문국현의 태도가 마냥 불안하다.
(문국현이 제시한 17대 주요공약)
문국현은 복잡한 정치세력을 상대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없는 사람이 과연 경제를 살릴수 있는가? 그의 17대 공약의 맨 마지막은 ‘사회적 대통합 추진’이다. 나는 문국현에게 사회적 대통합을 추진하기 전에 정치적 대통합을 추진하고 성공시켜 사회적 대통합의 밑거름으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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