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하늘이 국민들에게 주는 벌

파랑새호 2009. 1. 21. 08:34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공공연히 사람을 죽였으니 이는 마땅히 단죄해야 한다. 군포 여대생 실종 수사는 지지부진 하고, 철거민 진압은 신속하다. 무언가 거꾸로 가고 있다. 누구 때문인가?

 

시위 진압은 ‘토기몰이’가 아니다. 시위 진압은 테러 방지와는 다르다. 시위 진압은 컨테이너 박스를 크레인으로 끌어 올려 특공대를 투입하지 않는다. 현 정부의 시위 진압은 가히 독보적이다.

 

대통령 한번 잘못 뽑았다고 하늘이 국민들에게 주는 벌이 너무나 크다.

 

어디다 하소연 할 곳도 없고, 무너지니 억장이요, 창자가 거꾸로 뒤틀리며 분기탱천한다. 한겨울 날씨도 차가운데, 따뜻한 구석은 하나도 없어, 온기가 남아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측정해보니 피피엠(ppm) 수준은커녕 피피비(ppb) 수준에도 미달한다.

 

언론은 과격시위 탓하고, 검찰은 ‘법과 원칙’을 내세울 것이며, 법원은 “일몰시간 후의 옥외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관할경찰관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할 것이다. 경찰은 김석기 청장의 특공대 투입 지시는 있었으나, 살인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용산경찰서장은 자신이 특공대 투입을 요청한 것은 불법시위를 엄단하기 위함이지 결코 살인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

 

특히 용산경찰서장은 해야 할 말은 안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은 과감하게 했다. 용감했다. 20일 엠비씨 뉴스를 보니 기자들이 특공대 투입과 관련한 최종 승인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한마디도 안한다. 그리고 참사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답변한다. "시너를 안 가져갔으면 그럴 일이 없죠."

 

엠비는 법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으로, 책임지지는 않겠다고 지나가다 한마디 할 것이다. 이제나 저제나 대통령의 눈치와 실세 장차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국무총리는 경찰특공대 투입은 신중해야 하겠지만, 특공대를 탓할 생각은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한번 국민들의 가슴속에 응어리가 켜켜이 쌓인다.

 

입만 열면 ‘불법필벌’하니 ‘법’에 대해 한마디 한다.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 ‘불법’에 대한 ‘필벌’은 어떻게 시행되어야 하나?

 

시대가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서 법도 바뀐다. 법은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오늘의 불법은 내일의 합법이요, 오늘의 합법은 어제의 불법이었다. 세월을 흘러 관통하고 있는 유일한 진리는 바로 ‘법’은 사람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이다. 최근에 읽은 책 [글쓰기의 최소원칙]에는 ‘차병직’이라는 변호사가 법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법은 우리가 과거에 생각했듯이 항상 고정불변한, 절대적인 정의를 규정해 놓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도 고정불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법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바뀔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게 됩니다. 예를들면 인간의 생명권을 불가침의 절대적 권리로 생각하지만, 생명에 대한 사상도 세월이가고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변하고 있습니다. 법은 그때그때의 정치적 산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정치적 합의만 이뤄지면 어떤 법이건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가 있는 것이죠."(차병직, '글쓰기 작업으로 구성되는 법의세계' [글쓰기의 최소원칙], 경희대학교출판국, 2008년, 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