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문제

민주노동당을 어떻게 볼 것인가?

파랑새호 2007. 12. 4. 11:59

대선을 맞이하여 민주노동당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겠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멀게만 느껴진다. 민주노동당은 특히나 이번 대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노동당 때문이라기보다는 ‘권영길’ 후보에게 있다. 민주노동당이 대선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국민들로부터 당선 가능한 많은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주류 정치인과는 다른 이슈를 제기하고, 진보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 있다.

 

 

 

  

민주노동당은 대선 때 마다 늘 ‘사표’논쟁에 휘둘려 왔다. 한나라당이라는 원조 수구보수가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에 찍는 표가 반 한나라당 진영을 분열시켜 한나라당을 당선시키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표’논리는 현재도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수구보수가 분열되어 있어 민주노동당의 사표논쟁자체가 한결 수그러들었다. 또 ‘사표’논쟁을 야기할 만큼 권영길 후보의 지지도가 일정한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의 역할은 일종의 ‘캐스팅보트(castingvote)'가 되어야 의미가 있다. 그래야만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주류집단의 횡포를 제어할 수 있다. ’캐스팅보트‘는 어떻게 가능한가? 내가 생각할 때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최소한 플러스 마이너스 10% 수준은 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대중적 기반은 어디에 있겠는가? 일차적으로 민주노총에 있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어떤 단체인가?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가장 먼저 고민하고 가장 많은 조합원을 확보한 노동단체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예전과는 달리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면 권영길 후보가 예년의 성적은 유지할 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권영길 후보 지지가 곧바로 민주노총 조합원의 지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에 한계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그들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조차 문국현 후보보다 뒤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민주노동당은 그들의 대중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적극적인지지 없이 권영길 후보만을 내세워 대선을 치러야 한다.

 

두 번이나 대선에서 실패한 후보를 다시 도전하게 하는 방식은 사실 민주노동당에는 걸맞지 않는다. 새로운 후보가 새로운 이슈를 가지고 대선에 나왔어야 했다. 한마디로 민주노동당은 조직 혁신의 자세가 부족하다. 민주노동당은 당 지도부의 거의 대부분이 민주화 운동에 헌신적인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이 속한 조직을 혁신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나는 사실 한겨레신문에 기사화가 되었던 민주노동당 내부의 ‘자주파’와 ‘평등파’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예전 학생운동에서 분파로 나눠졌던 NL과 PD의 후속 집단인지 모르겠으나, 그 누구든 무엇을 지향하든 민주노동당의 '비 혁신'에 대해선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공식적인 자리이든, 사석에서든 민주노동당 찍지 말자고 이야기 한 적이 없으나, 올해 대선에서는 다급한 심정에서 주장하려 한다. 이번 대선은 유감스럽지만, 민주노동당에 표를 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