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2007년 11월13일) 한겨레신문을 읽으면서 노무현 정부의 그간의 공과가 오늘처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기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징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마침 오늘은 전태일열사가 분신자살한 날이기도 하다. 전태일 열사를 생각하며, 한겨레 신문 기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를 평가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미국의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 그 자체이다.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는 노동의 유연화로 노동자를 무력화시키고, 소득 양극화를 부추겼다. 신자유주의가 추진된 결과 올해의 소득격차는 6년 만에(딱 노무현 정권 운영시기 만큼이라 할 수 있다)최대치를 달성했다. 비정규직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호출노동도 1년새 18만명이나 증가하여 약 85만명에 달한다. 호출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37%에 불과하다. 이런 사유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올해 861만4천명으로 지난해보다 17만명이나 늘었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54.2%를 달성했다. 비정규직의 증가와 호출노동의 증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민들의 삶은 계속해서 힘들어져 맞벌이가 필수인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이며, 맞벌이가 아닐 경우에도 두개의 일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여성노동자는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 남성노동자의 80%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근로조건은 어려워졌는데도 4인 가족 김장비용은 지난해보다 20%정도 더 올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는 어떠한가? 정치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기사들이 눈에 띈다. 과거사의 정리이다. 강기훈씨 유서사건이 친필이었음이 최종 확인되었으며, 재일동포 간첩사건의 상당수가 조작되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또한 남북총리회담 대표단이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꾸려진다는 보도가 있다.
이런 긍정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정치기사도 많다. 노무현 정부가 시도한 열린 우리당 창당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단지 “지지율만을 노린 지역주의의 부활”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인들은 노무현의 실패에 손을 들었다. 노무현 정부의 ‘국가청렴위원장’과 ‘검찰총장 내정자’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기사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명칭이 여전히 노무현 정부에도 지속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가장 잘 나가갔던 변양균이라는 사람의 재판소식, 국가보훈처에 대한 소식은 노무현 정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11월13일 오늘은 암울한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촛불을 든 전태일 분신자살 사건이 있었던 날이다. 다음은 국가기록포털에 나와 있는 전태일 분신자살에 대한 내용의 일부 인용문이다.
1970년 11월 13일 오후 2시 경, 서울 평화시장 앞길에서 전태일(1948∼1970)이 자기 몸에 불을 붙여 자살을 기도하였다. 그는 불길 속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쳤다. 다음날 그는 자기가 못다 이룬 일을 꼭 이루어 달라고 어머니와 동료들에게 다짐을 받은 후 명동 성모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전태일은 1948년 8월 26일 대구에서 태어나, 1966년 그의 나이 17세에 평화시장 뒷골목 동일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1967년 2월 24일에 그는 마침내 바라던 재단사가 되었지만 하루 15시간의 중노동 속에서 폐병으로 각혈한 미싱사 처녀 노동자가 해고당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1969년에 동료 재단사들을 설득하여 평화시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근로기준법」을 지키게 하기 위해 ‘바보회’를 결성하고, 그 회원을 통하여 노동실태 설문조사를 하고 이를 근거로 근로기준법상 감독권 행사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다. ‘바보회’ 활동을 의욕적으로 전개해 조직 확장에 열을 올리자 업주들은 그를 위험분자로 낙인찍어 해고하였고, ‘바보회’는 와해상태에 빠졌다.
전태일은 오늘 우리에게 강력하게 묻고 있다. 서민들의 생활, 서민들의 권리, 서민들의 문화가 제대로 유지되는 사회를 이루고 있는가? 우리의 희망이었던 노무현이 5년이 지난 지금 평가할 때 왜 이렇게 착잡한 내용이 되었는가? 노무현의 실패는 우리의 실패 아닌가? 우리는 너무도 많은 점을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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