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우리 실정에 맞는 독서경영

파랑새호 2007. 12. 15. 13:16

독서는 사람에겐 필수적이다. 굳이 직장인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독서를 통해서 세상과 호흡할 수 있다. 독서를 게을리 하는 사람은 새롭게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독서를 게을리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은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독서경영], 박희준, 김용출, 황현택 지음, 위즈덤하우스, 2006년

 

직장에서 직원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고 더 나아가 독서를 주된 관심사로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만든다면, 그 직장은 희망의 싹이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책을 읽기 쉽지 않다. 직장이라는 환경이 동료나 상사, 혹은 부하직원들과의 의사소통, 교류에 우선 초점을 둘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나고 대화하고, 같이 운동이나 게임을 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연극이나 영화를 같이 보러가는 것도 좋다. 반면 책읽기는 같이 공유하기 쉽지 않고,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결정적으로 무슨 책을 어디서 어떻게 고를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난감한 경우가 발생한다.

 

직원들의 독서문화를 진작하고, 독서가 기업의 생명이 되게 하는 시도에서 [독서경영]은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여러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독서경영’의 풍부한 사례를 제시한다. 직원들에게 필독서를 제시하고, 독서 후 독후감을 작성하고 이를 자료로 축적하며, 인사, 승진, 복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다양한 경험을 서술한다. 아마도 독서경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책을 읽다보면 자신의 회사에 맞는 응용사례를 여러 개 만들 수도 있다. 예를들면 나같은 경우에는 직원을 위한 ‘독서휴가’제도가 떠올랐다. 직원이 원할 경우 독서휴가를 부여한다. 독서휴가를 실행한 직원은 반드시 독후감을 제출해야 하며,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회사에서는 반기별 혹은 년도별로 우수독후감을 선정하여 포상하고, 인사고과에 반영한다. 독서휴가 후에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년차나 주휴에서 차감하도록 한다 등등.

 

[독서경영]에서 제시하는 과정은 대개 다음과 같다. 필독서 지정과 의무적 책읽기, 독후감 제출, 토론회, 자료축적, 평가, 포상이다. 그러나 [독서경영]을 읽다보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런 점은 독서경영이 이제 태동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한다.

 

우선 ‘필독서 지정’의 문제이다. 대개 책에서 제시하는 사례의 필독서는 업무와 관련되거나 혹은 경영마인드, 서비스마인드, 혹은 6시그마라는 경영이론에서 제시하는 사고유형을 주된 지향점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대개 ‘자기개발서’라는 특징도 있다. 이같은 책은 주제자체가 거의 대부분 기업조직에 맞는 인간형을 획일적으로 제시하며, ‘탈정치’적이란 특징도 있다. 반드시 일정한 가치에 대해 공유하고 있고, 비전을 체득한 상태에서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또한 필독서 지정은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조직에 맞게, 연령대와 학력 등에 초점을 두고 세심하게 지정할 필요가 있다. 왜 내가 CEO의 철학에 나의 철학을 동일시해야 하며, 세계관을 동일시해야 하는가? 독서의 의미는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제출하는 것에 있다.

 

두 번째로 책에서는 한양대 유영만 교수의 의견을 거의 전적으로 수용한다. 내용인 즉 “책을 통해서 얻은 내용을 업무현장에 적용하여 작은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문구 자체만 봐서는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하지만, 심각한 결함이 있다. 바로 ‘업무현장’이라는 말이다. 이는 업무연관성을 지칭한다. 독서는 그것이 ‘경영’과 관련되기 위해선 반드시 ‘업무현장’과 연결되어야 하고, 그럴 때만이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다. 왜 독서가 업무와 연관되어야 하는가? 왜 독서가 업무현장에 적용되어야 만 하는가? 도대체 업무와 관련 있는 책 읽기는 무엇인가? 예를 들면 톨스토이의 ‘부활’을 읽으면서 주인공 ‘카추사’에 대해서 토론하거나, 혹은 일본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으면서 주인공 ‘고마코’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떤가? 기업의 업무는 특정 분야와 관련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모르겠다. 독서를 ‘반드시’ 업무현장에 적용하라는 말은 자칫 잘못하면 책선정과 책읽기의 즐거움을 상쇄시키며 결국 독서경영 자체를 힘들게 할 것이다. 특히나 책 읽는 문화를 체득하지 못한 직장인들에게 문학책이나 소설책은 아주 중요하다. 문학책이나 소설책은 책 읽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두 번째의 문제로부터 연결되는 것이지만, 책읽기는 업무교양을 증가시키기도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체험해야 할 일반교양을 증가시키는 역할도 한다. 일반교양이 뒷받침 되지 않은 업무교양은 사상누각이다. 풍부한 사고가 뒷받침되지 못한다. 논리적 사고, 분석적 사고, 긍정적 사고는 업무와 연관해서 배양되기 힘들다. 일반교양의 풍부함 없이 논리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봐라. 비논리적인 자신만을 발견할 뿐이다. 4년 정도 직원과 독서토론회를 하면서 느낀 것은 아직 젊은 사람들이 책 읽는 문화에 많이 익숙하지 않고, 사고나 철학이 불완전하며, 선입관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독서경영’은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장기적 투자이면서 새로운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책에서는 안철수연구소의 ‘핵심가치(core value)'이론을 사례로 제시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할 때 ’핵심가치‘는 CEO에 의해 제시되는 것이 아니다. 직장 구성원 모두가 제시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핵심가치는 CEO의 입장에서 보면 변할 수 있고, 유연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핵심가치‘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하고 의문을 제기 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 보자. 책에서는 이랜드의 박성수에 대한 사례를 많이 제시한다. 책을 3천권 이상 읽었다든가, 혹은 이랜드의 경우 독서문화를 완전히 정착시켜 퇴직자도 필독서가 무엇인지 문의하고 있다든가 하면서 성공 사례로서 제시한다. 이랜드가 결국 ’독서경영‘해서 현재 남은 결과는 ’광범위한 비정규직 인원의 대량해고‘이다. ’독서경영‘에 성공한 회사가 그렇게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것은 도대체 독서경영을 무엇 때문에 하는지가 의심스럽게 만든다. 이런 회사를 성공사례로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현재 ’독서경영‘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독서경영’을 실행해야 하는 이유는 핵심가치를 발굴하기 위해서이다. 직원이 찾고 고민해서 핵심가치를 만들려면 반드시 독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CEO의 핵심가치는 전 직원이 찾아내는 ‘핵심가치’를 위한 실마리이며, 출발점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회사를 자기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싶은 CEO는 절대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서경영을 할 수 없다.

 

[독서경영]이라는 책에 대해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사례는 많으나 지침의 내용이 적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시간이 없다고 할 때 어떻게 책을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내용이 너무 적다. 또 다양한 층과 직종이 함께 공존하는 직장에서는 어떻게 책읽기가 활성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서술하지 않고 있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례는 거의 대부분이 직종이 비슷하고, 직원 개개인의 수준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회사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