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문제

장모님, 1번 찍으세요. 어쩔 수 없습니다.

파랑새호 2007. 12. 18. 12:22

“누구 찍기로 했어 ? 문국현 인가?”

“아뇨. 아무래도 정동영 찍어야 될 것 같아요. 이러다 이명박 당선되면 어떡해요?”

“아이 참, 정동영을 찍어야 된다고 ? 정동영은 금방 금방 변할 사람 같던데...”

“최선은 아니죠. 어쨌든 문국현이나 권영길 찍으면 표 분산돼서 안돼요.”

 

사위의 정치적 성향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장모님은 그래도 혹시 하며 최종 확인을 하신다. 이제는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다. 시민사회원로들은 “다수의 힘을 집결할 수 있는 후보를 밀어주는 길만이 남았다”고 주장했다. 나의 생각도 그렇다. 짜증도 난다. 대통령은 하늘의 ‘점지’가 있어야 한다는 데, 정동영은 과연 하늘로부터 점지를 받았을까? 하는 공상도 해본다. 어쨌든 이 상황에서 투표를 안하는 것은 죄악이다.

 

내가 지금까지 대통령선거 투표를 하면서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사 정동영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더라도 후회하지는 않겠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반드시 의미는 있을 것이다. 이명박이 되더라도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이유가, 지금으로선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있기는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선택은 함부로 예단하거나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이미 덩치가 커져서 누가 대통령되더라도 사실 변할 수 있는 영역은 그리 많은 것 같지도 않다. 다만 김영삼 이후 조금씩 개선되어온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질서가 다시 후퇴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약간의 우려만이 있다.

 

돌이켜보면 이번 대선의 진정한 화두였던 ‘경제’는 어느새 실종 되어 버렸다. 이게 다 사기꾼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바꾸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소득수준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방법은 있는가? 이런 점들이 이후 누가 대통령이 되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내일 아침 일찍 투표하고 마누라와 함께 등산이나 가야겠다.

 

 (한겨레 신문 12월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