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문제

‘노빠’여 산개하자.

파랑새호 2007. 12. 19. 23:12
 

 

MBC에서는 ‘노무현 정권의 실패’가(혹은 지난 10년의 실패에 대한 준엄한 심판) 이명박 압승의 이유라고 말했다. 한겨레에서는 이명박의 경제이미지를 일차적인 승리 이유라고 분석했다. 두 언론사의 표현은 다르지만 사실상 내용은 하나이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가 바로 경제이기 때문이다. 간혹 주가지수, 수출실적, 외환보유고 등을 근거로 노무현 정권의 경제는 실패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TV토론에서 정동영이 주장했던 것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경제는 실패했고, BBK, 위장전입, 탈세의 혐의가 있더라도 이명박을 밀어 줬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여타의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부동산마저도 서툴게 막아버린 결과 모든 계층으로부터 외면당한 결과이다. 부동산을 확실하게 잡은 것도 아니고, 자본이득 창출마저 막아버렸기 때문에 중산층은 노무현 정부를 확실하게 버렸다. 노동자 농민 계층은 비정규직 양산과 FTA로 노무현 정부로부터 등을 돌렸다. 노무현 정부를 지지한 것은 일부 관료(대표가 변양균이다)와 소위 ’노빠‘ 외엔 없었다.


정동영을 찍고 싶어 찍은 사람은 과연 정동영이 획득한 표 중에서 얼마나 될까? 나는 그것이 궁굼하다. 그러고 보면 이회창, 문국현, 권영길 등의 후보에게 나타난 표는 나처럼 누가 싫어서 찍은 표가 아니고, 거의 대부분 그 후보가 좋아서 찍은 표일 것이다. 이회창을 제외할 때 ‘문’과 ‘권’을 합쳐 얻은 득표율은 10%가 안된다. 일부 노빠는 기권했을지 모르겠으나 감히 생각하건대 정동영의 표는 사실상 노빠의 표라 할 것이다.


나는 이 순간 노빠들의 과감한 산개를 요구한다. 신자유주의로 먹고 살기 힘들어 고생은 하겠지만 산개하자. 국민 속으로 산개하자.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노빠의 결정적인 실수는 결국 뭉친 것에 있다. 노무현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노빠가 아니다. 노빠들의 역할은 똘똘 뭉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빠는 한 곳에 뭉치면 힘을 잃는다. 흩어지자. 다른 어떤 조건도 바라지 말자. 청와대에 들어가 노무현 주위에서 얼쩡거리며 노무현을 보좌한다고 노빠라 할 수 있는가? 그들은 노빠가 아니다. 그들은 '노무현의 측근'이라고 명명할 수 있으나 노빠라고 할 수는 없다. 왜 노빠가 아닌가? 이미 그들은 단물 맛을 봐버렸다. 5년 전 노빠는 아무런 조건 없이 노무현을 당선시켰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순수한 마음이 노빠의 출발이다. 5년 전 노무현은 어느 정치인보다도 순수했고, 헌신적이었다. 노빠는 그런 노무현이 좋았다. 힘들고 불리한 여건임을 알면서도 다시 도전하는 노무현이 좋았다. 남들은 회피하는 고생을 일부러 사서하는 노무현이 좋았다. 노빠는 우리 정치에 최초로 기득권의 일원이 아닌 사람을 당선시킨 것이다.


흩어지자. 흩어져 나는 노빠임을 분명히 다짐하자. 사람들에게 노빠라고 이야기하여 당장 불이익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예전 노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참고 감내하자. 그리고 노무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자. 이명박의 당선은 노무현의 실패라는 것을 부정하지도 말자. 그리하여 신명나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다음 대통령 선거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이명박의 당선이 확정된 오늘, 나는 5년전 노빠가 그립다. 국민 속에서 살아 숨쉬는 노빠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