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의 전개과정

파랑새호 2008. 12. 15. 16:35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대형 금융회사들이 망하거나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은 신자유주의의 발원지이자 핵심 주동자로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예정이다. 미국의 사실상의 경제적 식민지라 할 수 있는 한국도 이런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신자유주의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금융자본의 전면 부각은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지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음의 책은 구체적인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면서 본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버블의 기원

[ 버블의 기원]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이주형 옮김, 동방미디어, 2004년

 

1980년 미국에서는 기업인수가 유행이었다. 당시 기업인수는 소위 ‘LBO'라고 하는 것이었다. LBO는 'Leveraged Buy Out'이라는 말의 머리글자로, 돈을 빌려와서 기업을 싸게 매수하여 비싸게 되파는 것을 지칭한다. 굳이 한글로 번역한다면 ’차입매수‘라 할 수 있다. 처음 기업인수는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 기업의 가치가 본래 보다 저평가 되어 있거나, 생산성 혁신을 통해 비용절감이나 생산량을 증가시킨다면 기업의 수익이 현재보다 개선될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소위 ’정크본드‘(Junk Bond ; 위험이 높은 채권)중에서는 실제 기업상황을 잘 반영하지 않거나, 혹은 위험을 과대 평가한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런 기업을 인수하여 경영혁신 활동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킨다면 당연히 기업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며, 주식가격은 인상된다. 미국의 금융자본은 초기 기업인수가 고수익을 달성하는 것에 주목했다. 금융자본에게는 기업의 경영혁신 활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수익을 달성한 것이 중요했다. 다만 차입금에 의한 기업인수는 오직 고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금융자본은 기업을 인수한 후 이익을 과다 계상하거나 장부상의 가치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수단을 동원했다. 또 고수익 실현을 미끼로 ’뮤추얼펀드‘가 유행했다.

 

뮤추얼 펀드(Mutual Fund)라는 것은 투자신탁회사를 말한다. 1929년 대공황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사람들은 주식을 직접 사는 대신 장부상의 회사에 불과한 뮤추얼펀드라는 신탁 회사의 주식을 산다. 뮤추얼펀드는 투자자들의 돈을 활용하여 이런 저런 주식을 사들여(소위 포트폴리오)수익을 달성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배분한다. 1929년 대공황 당시 뮤추얼 펀드에 투자한 개인은 1928년 약 5만 5천명에서 1929년 52만 5천명으로 10배가 폭증한다. 대개 뮤추얼 펀드의 매력으로서 전문가에 의한 분산투자를 거론하지만, 대공황 당시 뮤추얼 펀드는 대중을 속이기 위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구성을 철저하게 비밀에 붙였으며, 비싼 주식은 팔고, 위험한 주식은 사들이는 식으로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 물론 일반 투자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뮤추얼 펀드의 결정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 부담을 개인이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뮤추얼펀드 회사를 ‘믿고’ 투자하는 것이지만, 믿은 만큼 손실이 발생했을 때도 어떤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펀드의 가치가 하락하기 전에 빠져나오는 것은 전적으로 투자자의 몫이다. 뮤추얼 펀드의 생명은 끊임없는 자금의 유입에 있다. 자금유입이 지속되지 않고 정체된다면 뮤추얼 펀드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마침 레이건 행정부는 세금면제가 되는 뮤추얼펀드를 허용했다. 뮤추얼 펀드는 1980년 불과 20억 달러 미만이었다가 1982년에는 130억 달러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했다.

 

 (참조 ; 뮤추얼펀드의 역사에 대해선 아래의 책이 좋다. 읽기에 약간 지루한 문체이지만, 참고 읽는다면 뮤추얼 펀드의 실제 모습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특히 9장부터 15장이 최근의 사례를 많이 다룬다.)

뮤추얼펀드 제국 피델리티

[ 뮤추얼펀드 제국 피델리티], 다이내나 B.헨리크 지음, 김상우 번역, 굿모닝북스, 2006년

 

사람들은 기업매수로 고수익이 실현되었다는 소문이 나돌자 너도나도 뮤추얼펀드 주식에 투자했다. 대공황을 겪으면서 소위 ‘정보공시’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공황의 오류가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차입매수는 투기화 되어 갔다. 애꿎은 노동자들만 해고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상당한 회사들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고안했다. 예전처럼 호락호락 기업인수 합병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기업인수에 의한 고수익 실현은 한계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금융자본의 입장에서 이제 활성화되어 있는 주식시장을 다시 침체에 빠뜨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위 ‘스톡옵션’이 탄생했다. ‘주주가치’라는 말도 탄생했다. 스톡옵션은 경영진들에게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든 동원하게 했다. 회계조작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조작되고 있는 GE의 잭 웰치는 이런 게임에 능통한 사람이었다. 현대 경영기법의 창시자로 칭송받고 있는 잭 웰치가 주로 사용한 방법은 과감한 포기와 과감한 재투자였다. 이런 방법에서 희생되는 부류는 오직 노동자들 뿐이다. “잭 웰치는 너무도 많은 종업원을 해고해서, 그의 외아들이 해고당한 직원에게 두들겨 맞은 적도 있었다.”(75쪽) 잭 웰치는 충당금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장부상의 이익을 만들어냈다. 또한 주주이익을 위해 활용할 수 없는 종업원의 퇴직연금을 이용하여 결산이익을 부풀리기도 했다.(79쪽) 실제로 GE의 이익을 추적하여 그 연구성과를 발표한 공인회계사에 의하면 GE의 실적은 어떤 해는 마이너스 였고, 어떤 해는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회계장부상으로는 늘 플러스가 일정하게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80쪽) 그러나 이같은 보고는 무시되었다. 사람들은 ‘사기’라는 단어를 ‘회계적 창의력’로 바꿔 버렸다. 윤리의식은 점점 약화되었다.(81쪽) 잭 웰치로 인하여 현대식 경영기법은 은연중에 노동자에 대한 과감한 해고, 회계조작과 같은 말이 되어 버렸다.

 

스톡옵션으로 인한 회계조작이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주식거래가 급증하게 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금융거래가 유행하게 되었다. 파생상품이 그것이다. 파생상품(derivatives)이라는 것은 주식이나, 채권, 통화 등의 기본 금융거래를 기반으로 파생한 상품을 의미한다. 선물(futures), 옵션(option), 스왑(swap)이 주종을 이룬다.

 

(참조 ; 파생상품과 관련해서는 아래의 책을 참조)

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

[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더그 헨우드 지음, 이주명 옮김, 사계절, 1999년

 

선물은 미래의 특정일에 특정 상품을 팔고 사는 거래이다. 옵션은 특정 자산을 특정일에 팔거나 살수 있는 거래이다. 스왑은 서로다른 통화나 금리로 된 금융상품을 특정일에 교환하는 거래이다. 모든 파생상품의 원조는 선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현대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의 대세는 스왑이다.

 

파생상품의 유용성에 대해 주장하는 사람들은 소위 위험회피 이론을 제시한다. 만일 어떤 배추를 경작하는 농민이 가을에 배추가격 폭락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팔기를 원하고, 또 어떤 배추 상인은 가을에 폭등한 가격으로 배추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사두길 원하여 7월에 거래했다면, 이는 파생상품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선물거래라고 볼 수 있다. 농민은 현금을 미리 확보했고, 상인은 현물을 확보했다. 다만 이 거래는 미래의 정해긴 날짜에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양측이 바라는 대로 될 것인가의 여부는 전적으로 우연적이다. 예를들어 가을에 배추가격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면 상인은 이익을 보고 농민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된다. 반대로 배추가격이 하락했다면 농민은 그 차액만큼 이익을 보고 상인은 손해를 본다. 이런 경우는 조금 낫다. 어떤 불행한 사태가 있어서 도중에 배추밭이 없어졌거나 누군가가 배추를 도둑질해 갔다면, 배추 상인은 이미 현금이 나간 상태에서 현물은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마치 맑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으로서 생산과 판매의 분리를 언급하면서, 생산된 상품이 가치 증식된 자본으로 회수되는 과정은 자본가에게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그 실현은 전적으로 우연이라고 언급한 것과 같다. 이처럼 파생상품 거래는 어느 한쪽에는 막대한 이익을, 어느 한쪽에는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옵션 거래는 두 가지로 나뉜다. 콜 옵션과 풋 옵션. 콜 옵션은 살 수 있는 권리이고, 풋 옵션은 팔 수 있는 권리이다. 예를들어 만일 내가 삼성전자 주식 100만원 어치를 특정 기간 중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현재 시세인 주당 만원에 팔았다고 치자. 나는 옵션 행사한 기간 중에 삼성전자 주식이 만원보다 떨어졌다면 더 적은 돈으로 다시 똑같은 양의 주식을 살 수 있다. 만일 반대의 경우가 적용되어 만원보다 훨씬 증가했다면, 울며겨자먹기로 똑같은 양의 주식을 사야 한다. 이때 손해는 기하급수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스왑의 최근 사례는 ‘키코(KIKO)’이다. 키코(KIKO)는 Knock In Knock out의 머리글자로 knock In이라고 하는 것은 상향한계(소위 ‘Cap', 모자를 일컫는다)를 의미하고, Knock Out은 반대로 하방한계(통칭 ’마루‘라고 한다)를 의미한다. 한국 금융기관들이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우려먹은 전형적인 파생상품이다. 한국의 원화가 미국의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때 수출로 먹고사는 중소기업들은 원화강세에 의한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되었다. 만일 달러당 1000원에 수출했는 데, 막상 달러를 받고보니 950원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면, 50원을 손해보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은행은 1000원이라는 달러 환율을 유지해준다. 다만 원화가 달러화에 비하여 아무리 하락하더라도 950원 이하를 유지한다. 즉 950원 밑으로 원화가 하락하는 경우(930원이나 910원 등등)에도 950원으로 지급한다. 그러나 반대로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여 환율이 인상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1,200원, 1,400원 등등. 이럴때는 무한대이다. 소위 ’모자‘가 없다. 기업은 현재 환율시세가 1,400원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으로부터 1,000원만 받는다. 안 바꾸고 가만히 있으면 어떠냐는 의문이 제기될지 모르겠지만, 은행을 통해서 결제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혹은 은행이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아마도 키코계약을 맺을 때 은행들은 장기적인 원화의 강세전망을 설명했을 것이다. 이런 유형의 파생상품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바로 1997년 아이엠에프 당시 미국의 금융자본이 한국의 재벌을 상대로 써먹은 방법인 것이다. 제이피모건이라는 미국 금융기관은 한국의 SK에게 태국의 바트화와 관련된 통화스왑 상품을 통해 대출을 했고, 파생상품에 익숙하지 않았던 SK가 이것을 덜컥 받은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키코와 전혀 다른 것이 아니다. SK는 금융위기로 태국 바트화의 대 달러 환율이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에,(돈쓸때야 좋았지만) 그룹 전체가 제이피모건에 몽땅 넘어갈 뻔 했다. SK는 주지 않고 버티고 소송하였다. (웃기는 것은 SK의 변호사도 김&장 법률사무소, 제이피모건의 변호사도 김&장 법률사무소였다) 결국 SK는 사실상의 ’사기‘(회계조작)로 제이피모건에게 약속한 돈 다 지급하기로 하는 이면계약을 하고 문제가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대로 본떠서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외국계 금융기관이 만든 파생상품을 이용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우려먹는데 쓰고 있다.

 

파생상품의 거래는 현대 금융시장의 대세이다. 현재 국제적인 통화거래의 약 40%는 현물시장이며, 9%가 선물시장이다. 이외의 50%이상이 스왑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또한 모든 외환거래의 65% 이상은 외환딜러간의 거래이며, 20%는 금융기관 간의 거래이다. 단지 15% 수준만이 실물경제 수요자들과의 거래에 불과하다. 한쪽에서는 극단적인 고수익을 보장하고, 한쪽에는 극단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것이 파생상품의 본질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런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뮤추얼펀드, 스톡옵션, 파생상품이라는 형식으로 금융자본이 전체 경제영역을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금융화라는 말이 탄생했다. 금융화라는 것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투기적 본질을 나타내는 것에 불과하다. 이제 금융화된 체제는 금융자본의 논리를 끊임없이 뒷받침하기 위한 상품이 필요했다.

 

21세기 이후에는 금융화된 자본주의를 지탱하기 위해 두 가지의 특정양상이 나타났다. 첫째, 실리콘 벨리로 상징되는 아이티 업체의 주식상장으로 인한 거품발생과 둘째, 주택 저당 대출(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시장 붕괴였다. 그리고 이러한 주식시장 거품이나 모기지 시장의 교란은 모두 다 노동자계층의 희생과 광범위한 회계부정위에 발생했다는 특징도 있다. 자본주의 금융화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노동자계층의 희생과 참여 없이는 불가능했다. 1980년대는 기업인수 합병으로 인한 대량 해고, 1990년대는 특히 노동자들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연금의 주식시장 투입, 2000년대는 주택저당 대출에 의한 노동자계급의 희생이 대표적이다. 금융화는 무조건적인 인건비 감축을 요구한다. 고용시장의 유연화로 통칭되는 노동자계급의 룸펜화는 필연적이다. 금융자본은 노동자계급에게 임금에 신경 쓰지 말고 주식시장에 모든 힘을 투여하라고 부추긴다. 거품이 터져 모든 것이 사라질 때 오직 노동자계급만이 그 손실을 떠맡는다. 금융자본은 끊임없이 이익을 늘리라고 주문한다. 이 모든 실적은 매 분기별로 드러나야 한다. 다만 수치상으로만 드러나면 된다. 장부조작에 대해 너무 윤리적으로 판단하지 말라. 중요한 것은 대차대조표상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상이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금융시장은 왜 끊임없이 거품이 발생하고, 파열하는가? 금융시장의 막대한 수익은 어떻게 가능하며, 손실은 왜 발생하는가? 에 대해 고민해 볼 차례이다. 즉 현대 금융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한 바 있다. (‘중산층의 몰락 기생경제의 번영 4’, ‘자본주의의 금융화’, ‘금융자본의 반격’ 참조) 여기에서는 금융자본의 기원, 금융자본의 본질, 금융자본의 전략이라는 항목으로 이책저책에서 따온 내용을 싣는다.

 

① 금융자본의 기원

“ 이자에서는 두 가지가 고찰되어야 한다. 첫째로 이윤의 이자와 이윤으로의 분할. 둘째로 자본 자체가 상품이 되거나 또는 상품(화폐)이 자본으로 판매된다. 요컨대 수요와 공급이 이자율을 규정한다.

 

화폐자본가와 산업자본가는 이윤이 두 가지의 수입 영역으로 분활 될 능력이 있기 때문에만 두개 의 특수한 계급을 이룬다. 두 종류의 자본가는 이 사실을 표현할 뿐이다. 그러나 두 특수한 자본가 계급이 그 위에서 성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윤의 분할이 존재해야 한다. 즉, 이윤이 두 가지 특수한 수입 형태로 분할되어야 한다.“ ([정치경제학 비판요강] 칼맑스 지음, 김호균옮김, 그린비출판사, 2007년 서울, 151쪽)

 

② 금융기관의 본질

“금융적 자본은 수수료, 이자, 배당, 자본이득 등을 얻어 가치증식하고 있다. 이런 항목들은 사실상 다른 경제주제들의 수입을 수탈하는 것이다. 금융적 자본은 산업자본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먹고 산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융적 자본은 비생산적이다.”(‘1980년대 이후 미국 경제의 금융화’, 김수행, [마르크스주의 연구], 경상대학교사회과학연구원, 2005년, 한울출판사 155쪽에서 인용)

“ 화폐자본의 증권화, 투기화에도 불구하고 화폐자본의 수익의 토대는 언제나 실물자본이며, 실물자본의 안정적 지배와 이를 위한 화폐자본과 실물자본과의 독점적 결합경향은 화폐자본의 투기화 속에서도 관철.” (‘현대자본주의와 국가독점자본주의론론’, 김성구, [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 2], 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회 엮음, 문화과학사, 2003년, 28쪽)

“루돌프 힐퍼딩이 주목한 금융자본도 이자 수취를 겨냥한 ‘은행자본’이지, 금융 거래의 양도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본은 아니었다. 확실히 투기자본은 세기말 자본주의를 전형적으로 규정하는 상징적 요소이다.” ([자본주의 경제 산책], 정운영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2006년, 81쪽)

“지금까지 투기는 생산자본에 기생하여 그것이 생산하는 잉여가치 분배에 참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자본과 대립하여 생산기반과 그 잠재력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 산책], 정운영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2006년, 83쪽)

 

③ 금융자본의 전략(유동화)

“ 금융기관의 전략은 금융기관과 차입자 간 관계에서의 상환위험과 금융자산의 비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시도로 나타난다. 이러한 시도가 자산운용의 단기화나 재산권 투자 증대인데, 이는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금융거래의 중요한 특성이다. 이것은 금융자산의 유동화 추구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자산은 미래수익에 대한 청구권이며, 따라서 금융거래가 미래수익에 대한 청구권의 거래라는 점은 금융시장의 특성을 일반재화시장의 특성과는 매우 다르게 만든다. 이로부터 나오는 금융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은 금융거래가 불확실성을 전제한다는 점이며, 또 그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려는 노력의 하나로서 금융자산의 유동성 추구가 수익성 못지 않게 중요한 하나의 목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동성이란 무엇인가?

 

금융거래가 이처럼 실물부문의 변화하기 쉬운 미래수익을 전제로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이러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수단을 추구한다. 맑스는 이러한 점에 크게 주목해 실물부문의 미래수익과는 독립적인 금융거래 및 금융수단들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금융시장의 기본적인 속성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주식이나 채권의 축적이나 거래가 본래는 실물부문의 생산활동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점차 실물부문의 활동과는 독립적으로 되어간다고 주장한다. 은행자본 역시 은행의 투자활동이 대출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투자로 확대되면서 점차 현실적 실물경제의 움직임으로부터 독립한다. 이러한 실물경제 활동으로부터의 독립은 금융자산이 유동성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인즈도 주식시장의 특성을 분석하면서 자본시장이 갖는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가 유동성의 증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물자본의 비유동성과 미래수익의 불확실성 때문에 발생하는 투자지출의 망설임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자본시장의 발전이라는 것이다. 자본시장의 발전은 주식을 언제든지 다른 사람에게 처분함으로써 투자지출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투자를 원활하게 만든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특성은 사실 금융자신이 갖고 있는 본성으로부터 나온다. 금융자산은 본질적으로 실물부문의 수익창출을 전제로 한다. 실물부문에서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미래수익에 대한 청구권으로서의 금융자산은 이행되지 못할 약속증서, 즉 휴지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의 유동성추구는 금융부문의 취약성을 증대시킨다. 왜냐하면 금융자산의 유동성 추구가 대출의 단기화나 재산권투자에 대한 대출의 증가, 또는 직접적인 유가증권 투자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와같은 자산운용은 차입자의 생산적 투자를 통한 미래이윤으로부터 이자를 얻으려는 투자가 아니라 재산권의 단기 가격차익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투기적 투자의 증대는 당연히 금융기관의 금융자산의 취약성을 증가시킨다. 투기의 대산인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재산권의 가격은 매우 변동이 심하다. 더욱이 이들에 대한 수요증가는 재산권의 가격을 상승시켜 이들이 기초하고 있는 미래수익의 기대치를 훨씬 초과하도록 만든다. 결국 부동산이나 주식가격에 대한 거품이 발생한다. 이와같은 부동산이나 주식가격의 거품형성은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나 이들을 담보로 또는 이들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대출을 매우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작은 경제적 충격에도 재산권의 가격은 급변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결과 금융기관의 투자나 대출을 매우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작은 경제적 충격에도 재산권의 가격은 급변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결과 금융기관의 투자나 대출은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개별금융기관의 금융자산 취약성은 물론 금융부문 전체의 취약성이 커지는 것이다. 차입자인 실물부문의 운명과 금융기관 자신의 운명을 같이하기 보다는 자신의 독립적인 운명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금융자산의 유동성 추구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유동성 추구가 금융자산의 본성인 유동성 제약을 완전히 극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동성 제약을 벗어나 독립적 성격을 강화하면 할수록 실물부문의 움직임에 더욱 민감해짐으로써 금융자산의 취약성을 증대시키고 만다. 금융부문에서의 수익성과 유동성 추구가 금융의 투기적 속성을 강화시켜 금융공황을 빈번하게 만들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자율이나 업무영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는데, 그것이 바로 1930년대의 대공황이후 전 세계에서 취해졌던 금융규제인 것이다.“

(이상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엮음, 한울, 2005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