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쿠바혁명 50주년(피델카스트로)

파랑새호 2009. 1. 13. 17:14

 

 

1958년 1월8일 피델카스트로가 아바나에 위풍당당하게 입성한 이후 50년이 경과했다. 물론 그보다 5년 전이면서 한국전쟁의 휴전일 하루 전인 1953년 7월26일 피델카스트로는 쿠바의 두 번째 도시 산티아고에 있는 몬카다 병영을 습격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소련의 멸망과 사회주의권의 붕괴, 중국의 개방정책으로 모든 사람이 이제 사회주의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가 사회주의 혁명 5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쿠바혁명의 실질적인 지휘자 카스트로는 아직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보수적인 영국잡지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쿠바인들의 현재 생활은 "지루하고 따분한 줄서기와 온갖 (체제의)문제들로 가득 차 있으나, 구걸하는 사람과 범죄률은 지극히 낮은"상태이다. 플로리다에서 직선거리로 145킬로미터에 불과한 섬나라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경제봉쇄정책을 견뎌냈고, 소련의 멸망으로 산업이 거의 붕괴직전인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

 

피델카스트로는 1926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현재 공식적으로 82세이다. 상당히 많은 나이라고 할 수 있으나, 아직 여전히 건재하다.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2008년 2월 후계자로 대통령에 취임하였지만, 변함없이 쿠바의 지도자역할을 하고 있다. 아래의 책은 카스트로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피델 카스트로, 마이 라이프] 피델카스트로, 이냐시오 라모네 지음, 송병선 옮김, 현대문학, 2007년

 

왜 쿠바는 망하지 않고,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가? 카스트로는 대답한다.

 

 ○ 동유럽은 외부에서 강요된 체제이고 민중 대부분이 혐오한 체제였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붕괴했다. 쿠바에서는 동유럽과 비슷한 변화과정을 목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23쪽)

○ 우리는 46년에 걸친 봉쇄정책과 적대감, 침략과 경제전쟁을 이겨냈을 뿐만 아니라, 아주 힘들었던 '특별시기'도 견뎌냈습니다. 민중의 지지를 받지 않거나 동의가 없었다면 그리고 민중에게 정치의식이 없었다면, 어떤 나라도 견디지 못했을 겁니다.(471쪽)

○ 혁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직 멀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역사상 최고의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상주의에 사로잡혀 몇몇 실수를 저질렀고, 너무 급히 나아가려는 바람에 습관을 비롯한 다른 요인들의 힘과 무게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는 그런 비판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나라도 그렇게 강력하고 부유한 적과 맞서 싸우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지지 세력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극복하면서 적국의 광고를 통한 음모와 경제봉쇄와 맞섰습니다. 소련이 사라지고 쿠바는 혼자가 됐지만, 낙담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쿠바 민중이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674쪽)

○ 양키들은 우리의 혁명과정을 파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 무기 다루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죠. 또한 실수를 많이 저지르기는 했지만, 우리 국민들이 이 나라가 그들의 식민지가 되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은 문화와 지식과 의식수준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쿠바는 스스로 붕괴될 수 있습니다. 이 혁명을 스스로 파괴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혁명을 파괴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우리의 잘못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실수를 고칠 능력이 없다면 그렇게 될 겁니다. 수많은 도둑질과 횡령 그리고 새로운 부자들이 금전을 공급하는 원천같은 수많은 악습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면, 그렇게 되고 말 겁니다.(677쪽)

 

카스트로가 혁명이후 역점을 둔 분야는 농업, 교육, 의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의료에 대한 카스트로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서방의 보수진영에서도 쿠바의 의료체제와 교육에 대해선 “라틴아메리카의 최고수준”으로 표현한다. 최근에는 생물공학(biotecnology)분야에서도 많은 발전을 달성했다. 특히 카스트로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의약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주장한다.

 

○ 의학이 발전되기를 뜨겁게 소원한다. 의학의 발전은 아이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수천 명의 쿠바 의사들이 많은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동정심과 국제주의적 협력으로 똘똘 뭉친 그의 야심은 전 지구에 건강과 지식, 의학과 교육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27쪽)

○ 의학초강대국이란 용어가 적당한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쿠바에는 7만여명의 의사와 2만5천명의 젊은 의학도가 있습니다. 이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매우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류역사에서 유래가 없죠. 나는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모릅니다. 인류역사에서 유래가 없죠. 나는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모릅니다. 우리 이웃인 미국은 헬리콥터만 보낼 뿐 의료진을 보낼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의사들은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인권지도자'라는 유럽역시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는 3천만명 이상이 에이즈에 걸린 아프리카로 보낼 의사가 100명도 없습니다. 그 유행병과 싸우려면 헨리 리브 파견단을 비롯해, 쿠바가 조직한 파견단보다 더 많은 파견단들이 필요합니다. 10년내에 우리는 10만명에 달하는 의료진을 갖출 것이고, 다른 나라에서 온 또 다른 10만명의 의사를 배출할 것입니다. 우리는 의학교육자들이고, 미국이 배출할 수 있는 의사보다 10배는 더많이 교육시킬 수 있습니다.(335쪽)

○ 오늘날 거의 3만명의 의료진이 해외에서 봉사하고 있으며, 쿠바에서는 4만명 이상이 병원과 의원에서 우리 민중의 건강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 힘들었던 '특별시기'를 보내면서도 우리는 사망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고, 평균수명을 연장시켰으며, 우리 민중의 건강의 질을 향상시켰습니다. 오늘날 쿠바 국민들은 모두 의료혜택을 받고 있고, 앞으로 더 확실한 혜택을 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짧은 시간 내에 평균 수명을 80세로 연장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에이즈 환자가 0.07퍼센트로 세계에서 가장 적은 국가중의 하나입니다. 아니 가장 적은 국가입니다.(336쪽)

○ 예를들어 에이즈 의약품이 팔리는 가격은 …… 의약품은 세상에서 가장 터무니없이 부당하며 착취가 심한 것 중 하나입니다. 의약품의 값은 대체로 생산비용의 10배나 됩니다. 광고가 팔리는 것과 안팔리는 것을 거의 결정합니다. 돈이 많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자기 제품이 훌륭해도 그 어떤 종류의 광고도 할 수 없습니다.(418쪽)

 

쿠바가 의료나 교육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해도,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은 심각한 수준이다. 1989년 소련의 멸망이후 쿠바는 카스트로의 표현에 의하면 ‘특별시기’를 보냈다. ‘특별시기’는 1992년부터 시작했다. 1991년 이후 쿠바의 경제 생산은 3년간 35퍼센트가 감소했다. 1993년에는 소규모 농수산 시장인 ‘농민시장’이 허용되었다. 1994년도부터는 식료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개인농민시장’이 만들어졌다. 카스트로는 사회주의가 제공하는 값싼 전력이나 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부족에 대해 종종 한탄한다. 진짜 문제는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한 이후부터 시작한다. 급기야 2005년 11월17일 피델카스트로는 나라를 좀먹는 몇가지 악습에 대해 ‘병영없는 전투’를 선언한다.

 

○ 부패의 모든 싹은 항상 존재합니다. 사회주의에도 그런 싹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필요한 것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소중한 가치를 심어야 하고, 부패와 맞서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싸웠고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혁명은 모든 법을 모조리 없애면서 시작하니까요. 우리는 부자들의 문화와 가난한 사람들의 문화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부자들의 문화는 점잖고 품위가 있습니다. 그들은 물건을 사고 그 값을 치릅니다. 반면에 가난한 사람들의 문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이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부자나 다른 사람에게서 이것을 훔칠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336쪽)

○ 이곳에는 수만명의 기생충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부자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연료를 구입하고 훔치면서 그렇게 되고 있죠. 많은 사람들이 호스를 잡고 자동차에 가솔린을 넣습니다. 그러면서 가솔린 값도 제대로 내려고 하지 않는 새로운 부자들에게 약간의 돈을 받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런 현상이 무척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그래서 수천만 달러가 사라지는데……(644쪽)

○ 물자와 재원을 훔치는 것은 오늘날, 그러니까 ‘특별시기’에만 있던 일은 아닙니다. 물론 ‘특별시기’가 그런 것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죠. 많은 불평등을 불러왔고, 일부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 중략 …… 어느날 거대한 비밀시장을 보게 됐습니다. 건설 인력들, 그러니까 책임자들과 건설 인부들이 그곳에 물품 판매대를 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멘트, 철근, 목재, 페인트 등 건설에 사용되는 모든 것이 …… 건설현장에서 얼마나 많이 훔쳤을까요? 게다가 공장에서 훔친 것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많겠습니까? …… 중략 …… 어느 공장에서 우리는 관리인과 거의 10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내쫒았는데, 그공장의 관리자와 노동자들은 의약품을 훔쳤습니다. 그래서 100명을 해고시켜야 했고, 다른 사람들로 대체해야 했습니다. (646쪽)

○ 아바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미친 사람들처럼 훔치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바나의 주유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 당신은 아마 놀라 자빠질 것입니다. 있어야 할 주유소 보다 두배가 더 많았죠. 혼돈 그 자체 였습니다. 각 정부부서마다 각기 주유소를 차리겠다는 생각을 했고, 연료를 이곳저곳에 나누어주었습니다. ‘민중의 힘’, 즉 지방 정부에서는 그런 재앙과 혼란이 만연해 있었습니다. 게다가 가장 오래된 트럭들, 그러니까 가장 가솔린을 많이 소비하는 트럭들을 ‘민중의 힘’에 배정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트럭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국가를 영원히 저당잡고 있었습니다. 관용 트럭들이 정상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이 별별 일에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트럭 운전사들은 트럭을 몰고 친척이나 친구, 가족이나 애인을 만나러 갔습니다.(647쪽)

 

쿠바내의 이런 문제들 뿐만 아니라, 현재는 일국 차원을 넘어선 범 세계적인 문제가 압도하고 있는 시기이다.

 

○ 오늘날 우리는 현재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 관점에서 본다면, 범 세계적인 의식을 만드는 것보다 급한 것은 없습니다. 그 문제를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십억명의 남녀노소들에게 가져가야 합니다. 그들이 겪는 객관적 조건과 고통은 의식의 과제라는 주관적 조건을 만듭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죠. 문맹, 실업, 가난, 배고픔, 질병, 식수부족, 주택부족, 전기부족 같은 것이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막화와 기후변화, 숲의 실종과 홍수, 허리케인, 가뭄, 바닥의 침식작용, 생물분해, 전염병 그리고 당신이 잘 아는 다른 비극들도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 정상회담 이후 우리는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니 정반대였죠. 교토의정서는 오만한 보이콧의 희생자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어들기는 커녕 9퍼센트나 늘었습니다. 가장 많은 오염을 배출하는 미국에서는 18퍼센트나 늘었다고요! 바다와 강들은 1992년보다 더 오염됐습니다. 그리고 매년 1천500만 헥타르씩 산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거의 스위스 면적의 4배나 되죠. 인간사회는 어마어마한 실수를 저질렀고 지금도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433쪽) 그러나 나는 인간이 가장 고귀한 사상을 가질 수 있으며, 가장 관대한 감정을 품을 수 있으며, 가장 강력한 본능을 극복하면서 자기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고 깊이 확신합니다. 역사를 통해 인간은 수없이 그것을 보여주었습니다. (433쪽)

○ 외채는 인구와 비례하여 증가했습니다. 이제 개발도상국의 총외채는 무려 2조5천억달러, 아니 2조 6천억달러에 달해요. 선진국은 올래 제3세계 국가들에게 공식적인 개발원조로 530억달러를 제공할 겁니다. 그러나 외채에 대한 이자로 그들은 3천500억달러를 받습니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남아메리카의 외채는 더욱 늘어나 있을 …… 중략 …… 이미 라틴아메리카는 원금의 거의 두배를 갚았는데도 외채는 10년전보다 두배나 더 됩니다.(573쪽)

○ 오늘날에는 자본주의가 없으며, 경쟁도 없습니다. 오늘날 남은 것은 모든 대규모 분야에서의 독점입니다. ……… 중략 ………오늘날 500개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세계 경제의 80퍼센트를 지배합니다. 가격은 경쟁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418쪽)

 

카스트로는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혁명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은 ‘사상’에 있다고 단언한다. 카스트로는 ‘사상전투’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 이 세상의 지식인들과 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이 언제부터 이 문제를 ('사상전투') 의식했습니까? 나는 낙관주의자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거대하고 일방적인 강대국을 여럿 만들어냈지만, 위험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힘보다는 사상이 탁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세상에 빛을 비추는 것은 사상입니다. 나는 사상에 대해 말할 때면 단지 올바르고 정당한 사상,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상, 전쟁이라는 중대한 위험에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상, 폭력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사상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상전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434쪽)

 

책에는 카스트로가 평가하는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 트로츠키, 후르시초프, 모택동 등의 맑스주의 혁명가들 뿐 아니라, 유고 차베스, 모랄레스 등의 라틴 아메리카 정치인들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잘 나와 있다. 특히 차베스에 대한 그의 신뢰는 대단하다. 그러나 역시 카스트로에게 있어 가장 뛰어난 혁명가는 체 게바라이다. 카스트로는 체 게바라가 남긴 유산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 무엇을 남겼을까요? 가장 위대한 것은 도덕적 가치와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체는 가장 고귀한 인간적 가치를 상징하며, 정말 훌륭한 본보기입니다. 그는 큰 영광과 신비를 창조했습니다. (3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