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Monthly Review] 2008년 12월, Financial Implosion and Stagnation, Back To The Real Economy
저자 ; John Bellamy Foster and Fred Magdoff
※ '독해'와 '번역'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경제학자 갈브레이스는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탈출해야 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첫 번째 임무이다”고 말했다. 대공황이후 유례없는 심각한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와 여타 중앙은행들은 각국 재무부의 지원 하에 일년 이상의 시간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탈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07년 7월 모기지 증권에 과도하게 투기해 왔던 두개의 베어스턴스 헤지펀드의 파산은 광범위한 신용붕괴의 신호탄이었다. 연방준비위원회와 미국 재무부는 금융 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 두 기관은 금융부문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 부었고, 더 나아가 만일 필요하다면 수조달러 이상의 금액도 지원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규모의 지원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이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2008년 9월18일 저녁 의회에서, 상원의원 크리스토퍼 도드가 “미국이건 세계이건 가릴 것 없이 말 그대로 금융시스템의 완벽한 붕괴상태에 놓여 있다.”고 기가막혀 하고 있는 동안, 연방준비위원회 이사회 의장 벤 버넹키와 재무장관 헨리 폴슨이 모습을 드러냈다. 헨리 폴슨은 즉각적으로 금융시장 지원을 위해 7천억달러 규모의 긴급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금은 모두 잡다한 금융기관들이 구입하였지만, 지금은 휴지조각에 불과해진 모기지 증권(“유독성 쓰레기”로 불리고 있다)구입에 투입된다.
정부가 금융기관을 지원한다고 하자, 국민들의 분노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재무장관의 대안은 하원에서도 상당한 반발을 초래했다. 긴급자금지원은 부결되었다. 재무장관은 당초 지원안의 내용을 정치적으로 약간 덧칠한 결과, 며칠 후에 간신히 의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긴급자금지원 이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여 위기의 심각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연방준비은행은 대개 1조 3천억달러 규모로 추산하고 있는 상업어음 시장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최종 구매자로서의 역할 수행을 표명하여, 금융시장 붕괴와 경기침체를 어마어마한 퍼붓기식 자금지원으로 회생시키려 했다.
퍼붓기식 자금지원은 유동성을 지원하여 신용경색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금융 불안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금융기관 상호 거래도 거의 사라졌다. 사람들은 현금을 갖고 있는 것이 은행에 예금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현금을 보유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는 명목금리가 제로수준으로 가까워질수록 더욱 확대된다. 금리가 아무리 낮아져봐야 제로금리 이하 수준으로 까지는 낮아지지 못하기 때문에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케인즈가 지적한 바 있듯이, 현금이나 정부채권과 같은 현금등가물 같은 자산을 단지 보유만 하는 상태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이다.
위기가 깊어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은 커져만 간다. 은행이나 시장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은 오직 현금만이 안전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고, 연방준비은행이 돈을 얼마나 쏟아 붓던 대출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채권도 발행해 보지만, 금리가 1%로 하락하는 통에 별무신통이며, 유동성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비지니스 위크]라는 잡지가 “금융빙하기”로 대출이 중단된 현재의 시기를 표현했지만, 미국이나 영국의 금융당국은 일종의 국유화조치를 발표한다. 즉 현금을 직접 투입하기 위하여 정부가 금융기관의 주식을 구입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금융기관들은 현금보유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미국정부는 은행이 발행한 선순위채권(senior debt)을 1조5천억달러까지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는 ‘리먼브러더스’라는 금융회사가 파산하고 한달정도 된 2008년 10월15일자 기사에서 “은행들이 갖고 있는 악성채권을 포함시킬 경우 정부가 긴급 지원해야하는 자금의 규모는 당초 7천억 달러보다 세배 많은 2조 2천5백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며칠 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자금지원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추정했다. “이론상, 국회에서 승인된 자금지원은 월가의 ‘베어스턴스’, 'AIG'와 같은 금융기관과, ‘페니 메’와 ‘프레디 맥’같은 모기지 투자회사들에 대해 모두 시행되어야 하는 상태이며, 금융시장에서 선별된 상업어음에 대한 자금지원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원자금의 금액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5조 1천억 달러로 추정한다.”
이런 자금지원 과정에서도 금융시장의 붕괴는 더욱 확대되고, 깊어지고 있다. 실물경제의 위축은 확실해졌다. 미국의 주요 자동차제조업체는 미국정부가 2008년 9월 250억 달러의 저금리 자금지원을 약속한 상태이지만, 심각한 자금 부족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단독주택 건설은 26년 전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는 더 하락할 추세이다. 일자리는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심각성은 이후에 금융파산이 일정부분 완화되고 더 확대되지 않는다고 판명돼도, 1990년대 일본의 경우에서와 같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금융위기는 유동성이나 화폐의 부족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다.(유동성이란 비교적 안정된 가격으로 자산을 매각하거나 거래하여 단기간에 현금을 보유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현재 저금리로 금융시장에 돈을 쏟아 붓는다면 유동성 부족 문제는 일정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이 금융부문에 있다고 해도, 문제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주체들이 돈이 필요한 기관이나 사람들에게 대출을 실행하지 않고 있는 이런 상황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유동성 부족은 미국이나 영국의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치하락으로 인하여 대차대조표 상 자본이 거의 없어진 상태에서 초래되는 지불위기 보다는 좀더 나은 상황일지도 모른다.
이런 회계상의 문제들은 2008년 10월 중순부터 ‘JPMorgan Chase’가 ‘메릴린치’와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메릴린치’의 지점 합병, ‘웰스 파고(Wells Fargo)’의 ‘와코비아(Wachovia)’인수와 같은 헐값 인수합병을 초래했다. 헐값 인수합병은 결과적으로 정부의 지원으로 금융부문의 독점을 조성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은행의 합병과 함께, 정부 자금으로 은행주식을 사들여 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정책은 심각한 경제 불황이나 침체기에 지급불능상태를 개선하기 위하여 광범위한 양의 부실여신을 유동화 시킬 때 시행되는 것이다.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한곳을 땜질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진다. 모기지 증권, 소비자 부채, 기업부채의 손실규모가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 부채 상환 불능에 대비한 보험회사의 이런 저런 평가도구들을 동원해 봐도 알 수가 없다.(보험회사들은 부채담보부채권과(CDO) 패키지로 신용-부채 스왑(credit-debt swap)이라는 신용상품을 운용했다) 최근 메릴린치의 합병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당시 평가도구를 적용해 본 결과 10~20%의 자산가치 하락이 있었다.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승인된 자산가치가 급속하게 하락하는 사태는 금융기관들의 지불능력을 의문시하게 만든다. 은행은 이제 케인즈가 지적한 ‘무조건 현금보유하기’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은행의 ‘무조건 현금보유’는 소비자 부채 증가, 실질 임금의 동결 등으로 경제의 실제적 기초가 되는 일반국민들의 경제조건이 더욱 왜곡되고 악화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대공황'과 최종대부자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종대부자”로서 미국정부와 여타 자본주의 국가 정부의 역할을 살펴봐야 한다. 위기에 처해있는 금융시장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직접 자본을 주입하는 가운데, 필요하다면 아예 국유화 시켜 버리는 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이것은 금융상부구조가 경제학자들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실물”경제라고 지칭하는 토대를 훨씬 능가할 정도로 성장해버린 상황에서, 사실상 정부가 체제운영의 신뢰를 전달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지난 수년간 담당해온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연방은행이나 여타 자본주의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경기침체와, 금융체제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자금지원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행하는 현재의 상황보다 자본이 놀랄만한 일은 없다. 문제는 미국연방은행이나 재무부가 혼신을 다해 경제에 개입하고 있어도 아직 위기를 완전하게 극복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몇몇 사람은 현재의 상황을 “민스키 국면”으로 부른다. 1982년 금융불안정 가설로 유명한‘하이만 민스키’(Hyman Minsky)는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 “ 대공황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가?” 민스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민스키에 의하면 핵심적인 문제는 대공황당시처럼 금융붕괴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물경제를 압도할 수 있는가에 있다. 본질상 불안할 수밖에 없는 금융시장이 지난 수십 년간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아직은 미국 정부가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할수 있는 수준이다. 민스키는 “금융 불안정은 분산된 자본주의 경제에서 필연적인 과정이다.”고 하면서, “그렇지만 금융의 불안정이 대공황을 유도할 필요가 없다. '대공황'은 발생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이탤릭체는 강조)
이런 표현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전제는 정부가 신속하게 결정적으로 충분할 만큼 대응을 해도 이를 압도할 만큼의 금융 불안이 발생할 때만 대공황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론상, 자본주의 국가는, 특별히 미국의 경우에, 달러가 세계통화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를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대개 1930년대 대공황이나 1990년대 일본의 경우에서 드러났던 “부채 디플레이션”에(debt-deflation, 대공황 당시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가 설명한 현상) 대해 더 많이 걱정한다. 1933년 피셔가 쓴 바와 같이 “부채로 발생한 디플레이션은 부채에 반작용한다. 부채 디플레이션은 달러로 표시된 부채를 아직 갚지 못한 상태에서, 달러 가치를 더 증가시킨다. 만일 부채가 커져 압도적으로 증가한다면, 자산 가격은 엄청나게 하락했지만, 부채는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가 되어 부채의 청산은 불가능해 진다.” 즉 채무자가 부채를 갚기 위해 그들이 갖고 있는 자산을 팔게 되어 가격이 떨어지게 되는데, 남은 사람들도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자산을 하나라도 더 팔고보자는 상황을 초래하게 되어 가격은 계속 떨어지지만, 부채는 그대로 온존하게 되어 결국 채무불능 상태를 초래하며,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경제는 아직 이런 상황으로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학자 폴 애쉬워드는 2008년 10월 중반에 “실업률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자본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모든 경향이 디플레이션으로 향하고 있다. 유일한 희망은 정책입안자들이 이런 경향의 목을 베는 것이다.”고 썼다. 영국잡지 [이코노미스트]는 10월초에 “ ‘부채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가격 폭락과 신용경색의 결합은 채무자들에게 비용 삭감과 자산판매를 강요하고 있다.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폭락하고 여타 자산도 가격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물가의 전반적인 하락은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나타낸다.”고 경고했다.
기본적으로 금융시장의 위기는 화폐부족 문제이며, 위험의 징후가 나타날 때 유동성 확보를 위해 화폐를 충분히 공급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초하여, 최근 미국경제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금융위기도 ‘최종 대부자’로서 정부의 역할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주류집단의 사고이다. 연방준비위원회 의장 벤 버냉키가 2002년에 “디플레이션, 여기에서는 확실히 일어나지 않는다.”고 발표한 근거이기도 하다. 벤 버냉키가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충분히 강조했는지 모르겠으나, 금융 불안정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미국정부는 아무런 비용도 없이 원하는 만큼의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유통과정에서 순환하고 있는 달러가 증가하고, 그로인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달러가치가 하락하나, 그만큼 가격은 상승하는 상태, 그럴수록 미국정부의 신뢰도 함께 상실된다. 지폐중심의 구조에서는 정부가 지출을 더 늘리게 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킨다.
물론 미국정부가 막무가내로 돈을 찍어내는 것은 아니다. 대개 화폐는 연방준비은행이 자산을 구매하면서 경제에 투입된다. 단기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내려갈 때 총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 연방준비은행은 반드시 자산구매를 늘려야 한다. 아니면 연방은행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예를들면 재정기관이나 은행 등에 저금리 대출을 실행하여 화폐를 공급한다.
벤 버냉키는 디플레이션을 회피하기 위한 “화폐 금융의 세금감면은 핵심적으로 밀튼 프리드만의 유명한 화폐의 ‘헬리콥터 투하’에 상응하는 것”이라고 말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공황의 연구로 명성을 얻은 바 있는 벤 버냉키로서는 밀튼 프리드만과 안나 슈월츠의 유명한 저작 [미국금융의 역사, 1867-1960]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은 대공황의 원인에 대해 화폐부족과 금융조건의 배타성을 제시했다. 프리드만과 슈월츠에 따르면 처음부터 금융탈출구를 만들어 놓지 못한 것이 심각한 경제 불황을 초래했다. 버냉키는 “실물”경제와 자본축적 과정의 구조적 취약성에 기초하여 대공황을 정의하려는 이전의 설명을 강하게 거부했다. 그는 1929년 주식시장 붕괴의 75주년 기념식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대공황 시기와 그 이후 70년간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화폐(혹은 금융)가 중요한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예를들어 대공황 당시 명목금리가 제로수준이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화폐정책이 경제에 가시적인 성과를 산출할 수 없었다고 결론 내린다. 공황으로부터 경제를 구해내기 위하여 화폐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종종 “효과 없는 인위적인 부양책”으로 거론된다.
대공황 발발 후 10년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화폐 금융적 요인보다는 실물경제의 측면에서 설명했다. 몇몇 사람들은 예를 들어, 과잉투자와 과잉건설이 1920년대를 지배했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산출되지 못하자 공황이 왔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인기이론은 “과소 소비”라는 만성적인 문제- 경제의 생산능력에 상응하는 일반가계의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력 부족-가 경제를 불황에 빠뜨렸다고 주장한다.
이런 모든 주장에 대한 버넹키의 답변은 화폐공급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산업생산 능력을 초과하는 위기와 같은 실물경제의 상황은 전혀 언급할 필요가 없다. 대개 디플레이션은 통화팽창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넹키는 자본주의 경제의 금융체제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는 민스키의 주장을 검토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은 투기군들과 결합한 경제의 비이성적 상황에 근거하는 것이며, 신고전학파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합리적 경제행위”와는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버넹키는 2002년 프리드먼의 90세 생일을 축하 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 나는 밀튼과 안나에게 대공황에 대한 당신들의 판단은 정확했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공황을 겪었습니다. 아주 유감스럽습니다. 당신에게 감사드리지만 그러나 대공황은 다시 오지 않길 바랍니다.”
2000년 주식시장 폭락이후 중앙은행 내부에서 경제적 파국을 방지하기 위하여 실물자산 거품에 대한 “예방적 공격” 실행을 놓고 논쟁이 발생했다. 버넹키는 잘 알려진 경제학 이론을 언급하면서 예방조치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거품이 실제로 거품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이다.(이것은 바로 금융팽창이 경제적 펀더맨틀이나 신규 사업분야에 의해 나타나 정당화 될 수 있는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덧붙여 거품을 파열시키게 되면, 1920년대 연방준비위원회가 시도했던 바와 같이 은행들의 파산과 대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버넹키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 “금융정책은 경제에 심각한 담보 손실이라는 위험 감수 없이 자산 가격을 충분하게 안정화시킬 수 없다.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폭발성(volatility)을 제거 하더라도, 우리는 자유시장경제가 갖고 있는 장점을 희생시키지 않고 상황을 조절해야 힌다.” 요컨대 버넹키가 주장하는 내용은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을 긍정하는 바탕위에, 심각한 거품에 직면한 연방준비위원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로 국한시킨다는 점에 있다.
주택거품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버넹키는 부시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주장했다. : “주택가격은 지난 2년간 25퍼센트 가량 증가했습니다. 주택가격의 증가는 투기행위가 상당히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미국경제의 튼튼한 ‘펀더맨틀’, 국가 전체적으로 일자리와 소득의 증가, 낮은 모기지 금리, 가구 수의 안정적 증가, 일부 지역의 경우 주택공급의 제한 등으로 말미암아 증가한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이와 같은 견해는 2006년 초 버넹키가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으로 임명될 때도 똑같았다.
주택거품은 2006년 초부터 연방준비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시키자 동시에 터지기 시작했다. 주택부문의 붕괴와 모기지 증권의 대 폭락을 초래했다. 2007년초 심각한 금융위기에 직면하자 버넹키는 지폐발행을 최대한 늘리면서 미국과 세계의 금융시장에 돈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자금지원이 아무 효과가 없어 버넹키가 실망한 것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금융기관들이 직면한 지불불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쏟아 부어야 할 자금액수가 감당이 되질 않았다. 현재의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금지원을 받은 대다수 은행들이 레버리지 대출이나 여타 대출을 실행해야 했지만-대출실행을 촉구했다-, 단지 현금을 보유하고만 있는 상태로 신규대출을 거부했던 것이다. 은행의 입장에서 기존의 우량 채무자들이 지급불능의 경계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신규 대출 실행시 감당해야 할 위험이 너무나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는 곧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버렸다. 유동성 함정이라는 것은 케인즈가 지적한 바와 같이, 현금을 보유만 하고 있어, 지출이나 신규 대출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단지 돈만 찍어내는 그런 상황을 말한다.
금융시장 파열의 진짜 원인은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더 뿌리 깊은 것에 있다. 즉 투자와 생산의 정체이다.
금융폭발에서 금융붕괴로 (From Financial Explosion to Financial Implosion)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해보면, 상당기간 지속되어온 금융폭발과 최근의 금융붕괴는 거의 대부분 실물경제의 정체로부터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에 대한 주된 해석은(대개 금융과 가까운 곳에서 원인을 찾는다) 속류학자들이나 피상적인 언론의 주장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를 거론 한다. ; 즉 2000년, 신경제 주식폭락을 상쇄하기 위한 연방준비은행이 실행한 초저금리. ; 초저금리에 기초하여 이전에는 모기지 대출조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주택 구입을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량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주택거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은 “얇게 썰고 잘라서” 여타의 우량 채권들과 함께 ‘패키지’로 만들어 전 세계의 기관투자가들에게 판매되었다. 거의 노골적인 사기행위가 그럴싸한 금융용어로 포장되었다. 주택거품의 파열이후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상당수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무자들이 상환을 못하게 되자, 아무리 가벼운 짚더미라도 많으면 낙타 등을 부러뜨리는 상황처럼, 시스템의 전체 붕괴로 치닫게 되었다. 금융회사들의 탐욕으로 추진된 규제완화가 현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규제완화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방어할 수단을 모두 없애버렸다.
하지만 문제의 뿌리는 더 깊다. 실물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자본은 부채문제를 부채확대라는 “지렛대”로 해결하려 하면서, 투기적 이윤획득을 도모했기 때문에 금융폭발의 위험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던 것이다. 지난 40년간 GDP에 대한 부채의 비중을 표1에서 표시했다. 표에서와 같이 지난 40년간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부채의 팽창이었다.
표1. 국내부채와 GDP(단위 ; 조달러)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민소득에 대한 민간부채의 비중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금융부문의 부채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경우에는 극히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1980년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1990년대 이후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일반가구의 부채 비중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극히 낮았으나, 1990년대 말부터 급속히 증가했다. 비금융회사의 부채는 앞의 두 부문과 비교할 경우 증가율이 낮지만, 상당히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국민소득에 대한 민간부문의 부채는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정부 부채가 포함될 경우이다. 모든 부문을 포함할 경우 국민소득에 대한 총부채의 비중은 1959년의 151%에서 2007년의 경우 천문학적인 숫자 373퍼센트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
GDP에 대한 누적부채의 증가는 경제를 자극한다. 특히 금융이윤이 확대되고 자본주의 체제의 금융화가 달성되는(전체 경제의 중심축이 생산영역에서 금융영역으로 이동) 방향으로 금융부문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금융화가 진행될수록 이윤은 아래 표2에서와 같이, 미국의 GDP에 대한 금융기업의 이윤과 비금융기업의 이윤 비중을 비교할 경우 확연하게 달라진다.(1970=100) 1970년대 초반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의 이윤은 GDP에 대해 같은 비율로 증가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이 되면 금융부문의 이윤은 치솟게 되고(비금융부문은 훨씬 못미치고)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있는 국민소득의 증가와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마치 기업이 거대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것처럼 - 달러를 빌려 그들이 갖고 있는 돈과 합쳐 30배 이상의 배팅을 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기업들의 배팅이 성공적으로 귀결되는 한 특별초과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는 근거를 설명한다. 금융부문의 성장은 물론 미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을 극단적으로 무가치한 영역으로 전락시키면서 선진자본주의 국가와 개발도상국 모두를 포괄하는 핵심적인 모순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프1, 민간부채의 각 부문별 GDP비중
그래프2. 금융부문 이윤과 비금융부문의 이윤의 GDP비중
이미 1980년 말 상황의 심각성은 기존 관념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해졌다. 1987년 주식시장 붕괴를 기념하는 1988년의 조건을 보면서 [먼슬리 리뷰]의 편집자 헤리 맥도프와 폴 스위지는 조만간 -그때가 언제이며, 정확하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체제의 심각한 위기는 최종대부자로서의 정부의 기능을 심각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전체금융상부구조의 불확실성은 그 규모가 정부 당국만이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질 수 있고, 만일 정부가 신속하고 충분이 감당할 만큼의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경우, 사태가 눈덩이처럼 불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987년 주식시장 폭락이 있었을 때처럼, 금융위기의 다음 국면에서 정부의 시장 구제 조치가 아주 애매모호한 처방으로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금융위기는 다시 한 단계 더 상승되고 더욱 불확실해지면서, 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일반화 시킬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정부의 구제 조치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금융위기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폭발하고, 그 이후 심각한 정체에 허덕였던 그런 사례로서 “1990년대 도쿄 주식시장이 지속적인 활황을 구가”하다가 일본의 금융위기가 구체화된 직후 ”대 불황“에 빠져 버렸던 점을 지적한다. 자산 가치는(주식시장과 실물자산 모두) 무려 GDP의 2년 치에 맞먹는 금액만큼 사라져 버렸다. 금리는 제로수준에 머무르게 되고, 부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일본은 생산경제의 과잉으로 경제회생을 전혀 모색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유동성 함정에 매몰되었다.
헤리 맥도프와 폴 스위지는 1987년에 미국 주식시장의 붕괴직후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현재의 세계는 금융이 지배하고 있다. 잉여가치의 하락은 점점 더 화폐자본 축적율의 부족을 초래한다. 잉여가치의 토대가 취약한 상태에서 화폐자본은 점점 더 명목상으로만, 아니 사실상 허구로 자본을 취득한다. 자산의 구매와 판매는 자산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단지 장부상으로만 거래된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자산은 가격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는 상승 방향으로 영원히 진행될 것이라는 투기적 믿음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1987년의 주식시장 붕괴는 영원히 지속되어야 하는 자산가치의 상승운동이 허구라는 점을 검증했다고 하는 측면에서 엄청나게 중요했다. 그것은 현재의 금융경제가 본질상 비합리적인 상태임을 폭로하였다.”
투기 거품과 맞물려 있는 이런 모순은, 물론 역사를 통해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풍토병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차 대전 직후 맥도프와 스위지는 민스키의 입장처럼, 부채가 점점 더 과잉상태가 되어 위험요소를 떠안는 성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번영의 끝’이라는 글에서 맥도프와 스위지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 “부채를 강제적으로 해소하거나 혹은 극적으로 감소시키는 동안 심각한 불황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은,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시행되는 정부의 구제조치가 이후의 경기 회복기간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혹은 더 많은 부채를 양산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뿐이다.” 민스키가 지적한 바와 같이,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금융자산을 더 증가시키는 투기적 모험이 성공을 거두고 부채디플레이션을 보완하면 위기는 상쇄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람들에게 널리 인식되었다.”
주류경제학자들과 기업전문가들은 이런 종류의 편치 못한 문제점들이 잠시라도 드러나게 된다면, 재빨리 감춰버린다. 금융부문의 극적 성장이 때때로 - 예를들면 알란 그린스펀의 유명한 “비이성적 풍요”라는 표현- 도움이 되기 보다는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해도, 주류집단은 부채와 투기의 성장이 금융시장의 혁신을 나타낸다고 판단한다. 알랜 그린스펀 그 자신이 추구 했었던 것이지만, 혁신적인 ‘위기관리 기법’과 결합한 사업모델의 지속적인 구조적 변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린스펀은 소위 “신경제”에 매료된 사람으로서, “신경제”는 ‘금융화’로 가능했다고 2004년에 주장했다. : “개별 금융기업들이 이제 위험 요인들로부터 받게 될 충격에 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자체가 보다 활력 있는 상태가 되었다.”
2007년 금융위기가 발발하여 2008년까지 지속되는 상황에서, 종종 정 반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금융분석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들어 인도의 경제 웹 칼럼니스트 마나스 차크라버티는(Manas Chakravarty)는 2008년 9월17일 월 스트리트의 붕괴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미국경제학자 폴스위지는 오래전에 경기침체와 광범위한 금융투기가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파국의 동전의 양면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주의 경기 침체가 경제의 금융 상부구조가 실물의 생산경제에 기초와 분리하여 독자적으로 확대될 수 없는 상태에서 화폐 자본의 증가와 보존을 위해 점점 더 금융에 의존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놀라운 예지력으로 스위지는 투기 거품의 파열은 문제를 더 확대시키고 반복시킨다고 주장했다.
물론 폴 바란과 스위지도 새로운 혁신에 의한 경기부양, 판매신장 기법의 증가, 정부지출(특히 군사부분에 대한 지출) 이라는 또다른 잉여흡수 형태를 지적했었다. 이런 모든 정책에도 불구하고 완전고용의 형태로 경제를 운영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입증되었고, 1970년대까지 자본주의체제는 깊은 침체에(혹은 스태그플레이션) 빠지게 되었다. 금융화 -그리고 부채의 증가 촉진-는 양적 수요를 부풀리는 가장 확실한 자극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채무불이행 확산과 수지 타산만이 기준이 되는 경향은 필연적이다.
실제 몇몇 주류 전문가 집단에서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2008년 여름까지 시장의 광범위한 가치하락이 필연적인 것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었다. 도이치 방크의 수석 금융분석가 짐 라이드는 앞의 그래프에서 나타난 GDP와 금융부문 이윤간의 상관관계를 검토하면서 “일조 달러의 평균 회귀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미국 금융부문의 이윤은 과거 10년 동안의 누적 평균과 다르다. 대개 명목 GDP와 비교할 경우 지난 10년간 1.2조 달러 규모의 초과이윤을 달성했다. 평균 회귀이론[금융시장의 수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장기적인 평균수익이나 경향으로 회귀한다는 이론]에 의한다면 미국 금융부문에서 1.2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지난 10년간 발생한 초과 이윤의 가치가 사라질 수 있고, 따라서 가치하락이 나타나기 전에 이를 처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 [블름버그]는 이미 금융위기 속에서 1,840억달러 규모의 자산 하락을 보도한 바 있으며, 만일 금융부문의 자산규모가 10년 전의 수준으로 위축된다면, 금융 이윤이 장기 경향으로 돌아서기 전에 조달러 규모의 가치파괴가 예정된 것으로 결론내릴 수 있다. 이런 가치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금융기관들이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시장개입이라는 한 가지 처방밖에 없는데 참으로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금융부문에서 적절한 규모의 이윤 창출 수단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향후 그에 상응하는 가치파괴는 필연적이다.
경제의 장기 경향에 대한 금융부문 이윤의 평균회귀는, 단지 임박한 변화 내용을 추정할 뿐이다. 레이드는 “실물 경제”의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금융의 상대적 비중을 설명하기 위해 평균회귀이론을 채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레이드는 “금융부문이 여타 경제 부문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의 크기가 적정한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실물경제와 비교하여 금융부문의 “적정규모”수준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막대한 “이윤파괴”가 금융시장이 제대로 가동되기 전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금융기관들이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시장개입이라는 한 가지 처방”밖에 없다. 위기는 좀더 심각해지고 더 확산된다는 사실 - 곧 무언가 분명해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맥도프와 스위지가 20세기가 저물 무렵 논의했던 문제와 같다. 바로 금융경제가 과연 실물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금융부문은 실물경제로부터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 자율성을 갖고 있다. 금융화가 진행되면 -특정 영역에서 거품이 파열하면, 또 다른 영역에서 뻥튀기가 반복되는 과정- 궁극적으로 실물경제의 하강은 필연적이다. 이것은 구조 자체를 황폐화시키지만 좀 더 오랜 기간 지속시킨다. 맥도프와 스위지는 경제의 금융화가 그럭저럭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체제가 별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실물경제로 돌아가자 ; 경기침체의 문제
폴 바란, 폴 스위지, 헤리 맥도프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까지(거의 대부분 [독점자본]에서)경기침체는 특정한 역사적 요인들을 제외하곤 독점자본주의 경제의 일상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1950년대와 60년대 자본주의 경제의 번영기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일시적인 요인들에 의해 가능했다. (1) 전쟁기간동안 소비자 저축의 증가 ; (2) 미국에서 두 번째 자동화 혁신(유리, 철강, 고무산업의 팽창을 포함하며, 각 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의 건설, 교외지역의 개발) ; (3) 전쟁으로 황폐화 되었던 유럽과 일본경제의 재건 ; (4) 냉전에 따른 무기경쟁(아시아의 두개 지역에서 전쟁) ; (5) 광고의 성장에 따른 판매술의 발전 ; (6)FIRE(금융, 보험, 실물자산 ; Finance, Insurance, Real Estate)의 팽창 ; (7)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성장 ; 경제성장을 촉진시켰던 이러한 요인들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되면서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 경기침체는 실업/저발전과 초과생산용량의 지속적 증가, 저성장을 지칭한다. 종국에는 침체에 빠져버린 경제를 자극하기 위한 유일한 자극제가 투기, 부채증가와 군사비지출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경기침체 경향이 시간지 지날수록 더 악화되는 상황이다.
경제의 침체 실상은 표2에 나와 있다. 지난 80년 동안 10년이 지날 때 마다 경제의 실질 성장률을 보여준다. 1930년대의 낮은 성장률은 대공황의 경기침체를 반영한다. 이후 1940년대는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미국경제가 비약적인 성장을 한다. 1950년-69년까지는 경제적 “황금기”로 언급되는 시기다. 이 시기의 경제는 위에서 언급한 특정한 역사적 요인들에 의해 “평화 시기”로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구가한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일시적일 뿐이었다. 1970년대의 경우에는 50년대와 60년대 경제성장의 동력역할을 했던 요인들이 모두 소진되면서 성장률이 급감한다. 이후의 시기는 이전의 성장률을 회복하기 보다는 경제가 정체된다.
표2. 1930년-2007년 실질 GDP의 성장
조금 색다른 경제학자라 할 수 있는 ‘리카도 벨로피오레’(Riccardo Bellofiore)와 조셉 하레비(Joseph Halevi)가 최근까지 강조한 바와 같이, 1970년대 시작한 경제 불황은 일종의 “역설적인 금융 케인즈주의”(paradoxical financial Keynesianism)로서 새롭게 금융화된 자본주의 국가의 위기를 나타낸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수요는 기본적으로 “자산거품”에 의하여 성장하고 있다. 세계통화로서 달러의 위상과 함께 거품의 일상화가 진행된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적절한 자본축적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미국의 독점-금융자본은 “세계 총 수요의 성장을 위한 촉매제”역할을 해왔다. 미국의 금융화 된 경제성장 패턴은 장기적으로 더 이상의 경제성장을 추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주기적으로 거품이 더 큰 사이즈로 터지게 되며, 경기침체가 더 노골화된다.
경제전체의 문제점을 설명하기위한 핵심요소는 미국의 국민소득 중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의 불황은 자본으로 하여금 노동비용 절감이라는 명분하에 노동자에 대한 계급전쟁을 가속화시켰다. 그 결과 수십년간 불평등이 증가했다. 그래프 3에 나타난 바와같이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GDP 중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하게 감소했다. 미국의 민간 비농업부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1982년 달러를 기준으로 할때) 1972년의 시간당 8.99달러로 최고를 기록하고, 2006년에 이르러 8.24달러로(1967년의 시간당 실질임금과 같다)떨어진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면에 같은 시기동안 생산성증가와 이윤의 증가는 엄청났다.
그래프 3. 임금소득의 GDP비중 변화
이런 현상은 소득과 부가 상층계급으로 쏠리고 있음을 나타낸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월급생활자 하위 90퍼센트가 1달러를 벌 때마다, 상위 0.01퍼센트의 계층은 162달러를 더 벌어들였다. 반면에 1990년대부터 2002년까지 소득 상위 0.01퍼센트는(대략 14,000가구이다) 18,000 달러를 더 벌었다. 2001년 미국에서 상위 1퍼센트의 부는 하위 80퍼센트 부를 전체 합한 금액보다 두 배가 더 많다. 만일 이것을 집세 등을 제외하고 금융소득으로 한정시킨다면, 상위 1퍼센트의 부는 하위 80퍼센트보다 네 배가 더 많다. 1983년과 2001년도 사이에 상위 1퍼센트는 국민소득의 28퍼센트, 순 자산 이득의 33퍼센트, 금융가치의 전체 성장 금액 중에서 52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1960년대 초반 GDP 비중의 60퍼센트를 약간 상회했던 가구 소비규모가 2007년에 이르러 70퍼센트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가구당 임금소득자가 둘 이상이거나(여성이 노동력으로 많이 포함되었다), 소비자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거나, ‘투잡’을 하거나, 더 장시간 노동해야 만 가능한 수치이다. 가구당 부채는 특별히 최근의 주택거품으로 치솟게 되었다. 부채증가는 극적인 주택가격의 인상과 자산가치 증가에 의하여 소비자에게 더 많은 대출을 허용한 결과(소위 주택으로 인한 “부의 효과”)가능했다. 그러나 거품이 터져버리자 갑자기 자산 가치 증가는 중단되고 주택가격은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앞의 그래프 1에서 본 바와 같이 가구당 부채는 1960년 GDP의 40퍼센트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7년의 경우 100퍼센트 규모로 늘어났다.
가구 부채의 증가에 기초하여 소비가 성장하는 것은 경제의 아킬레스건에 다름 아니다. 주택시장 거품은 실질임금이 사실상 수 십 년간 정체된 상황에서 모기지 대출로 가구부채를 급속히 증가시켰다. 주택가격의 폭락으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주택소유자들이 증가했다. 무리하게 돈을 빌려 실제 가치보다 뻥 튀겨진 주택을 소유한 결과, 채무불이행이 증가하게 되고, 주택가격은 더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은행은 자신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용카드 등에 의한 신규 대출을 제한하게 시작한다. 소비는 더 떨어지고, 일자리는 없어지며, 자본지출은 보류된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하강의 소용돌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경제잉여를 주로 기업과 보험회사나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장악하던 그런 시기 동안, 여러 가지 잡다한 금융 장치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생산설비의 투자 확대를 위해 사용되는 경제잉여는 거의 없어지고, 단순 재생산의 상태로 머물러 있으면서, 단지 팔아먹기 위해서만 회사를 운영하게 되고, 확대재생산은 반대한다. 기업들은 그들의 생산품을 판매하기 위한 시장을 찾지 못하고 -산업 생산능력의 장기 하강을 반영- 이윤을 확대할 수 있는 투자기회는 더욱 부족한 상태가 된다. 순 자본 구성 과정이 점점 더 의문시 된다.
그래프 4. 연도별 산업가동율
이윤은 생산설비의 확대를 위한 투자로부터 발생하기 보다는 점점 더 금융 투기로 달성한다. 금융시장은 화폐자본을 사용하여 무제한의 금융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2005년 버넹키가 “세계적 과잉저축”으로 언급한 바 있듯이, 금융화를 주도했던 미국으로부터 주로 빠져나온 자본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투자처를 구하는 막대한 화폐자본에 의해 발생한 현상이다.) 이 현상의 결론이 그래프 5에 나타나 있다. 즉 이윤이 아직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반의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순 민간 비거주용 고정자산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떨어지고, 최근의 GDP에서 차지하는 순 투자로부터의 이윤의 극적인 분리가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맑스가 표현했던, “자본을 위한 일반공식”으로서 M(자본)-C(상품)-▲M(처음의 자본에 잉여가치가 플러스 된 자본)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상품이 이윤생산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면, 아제는 단지 자본 홀로 M-▲M의 순환을 담당하는 상황이 되어, 자본은 단지 생산과의 연관성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된다.
그래프5.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윤과 순투자가 차지하는 GDP 비중
금융화가 실물경제의 경기침체에 대한 자본의 대응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금융화의 위기는 필연적으로 선진 자본주의 경제의 실물경제 침체를 다시 부각 시킨다. 최근 차입매수 행위의 감소는 위기를 더 심화시키는 데 공헌하고 있다. 금융화가 더 이상 독점금융자본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금융 부문의 자산가치 하락이 일정하게 안정화된 이후라고 할지라도, 고실업, 저발전, 과잉설비를 특징으로하는 최소 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소비가(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로 촉진되었다)다른 나라의 생산을 위한 결정적인 유효수요를 제공해 왔다는 사실은 미국의 경기침체가 전 지구적 금융거래와 맞물려 있는 상태에서 외국에게 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개발도상국과 저발전 국가들은 일련의 위기 과정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수출의 하락, 상품가격의 하락, 불안정한 금융화의 영향, 극도로 착취중심적인 경제토대 - 등등으로 중심부 국가들에 의해 자행되는 제국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중심부 국가들 자신들도 어려움에 빠져있다. 아이슬란드는 석탄광산의 카나리아로 비유해 왔다. 최근 완전한 금융 붕괴를 경험하면서 외부의 지원이나 일반국민들의 연금을 동원하길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17년 이상 동안 아이슬란드는 중도파 사회민주당과 연합한 극우 독립당 정부가 통치해왔다. 극우 정부는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채택했다. 금융기관들의 투기에 의하여 2000년 GDP의 96퍼센트였던 총 금융자산은 2006년 GDP의 9배 수준으로 뻥튀기 되었다. 이제 아이슬란드의 국민들은 책임지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은행의 해외 투기를 위한 부채 부담을 고스란히 안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생활수준의 급속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정치경제학
존 스튜어트 밀, 토마스 맬더스, 데이빗 리카도, 아담 스미스 같은 개인 소유 중심의 고전경제학파의 저작에서나 칼 맑스와 같은 사회주의 사상가의 저작에서도 모두 정치경제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명칭은 경제의 계급적 기초와 국가의 역할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 확실히 아담 스미스는 봉건귀족의 보이는 손과 대비하여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을 도입했다. 그러나 스미스나 여타 고전파 경제학자들에게 경제학의 정치적 계급 환경은 당연한 것이었다. 1820년대는 맑스가 지적했던 바와 같이 사회의 다른 계급을 표현하는 정치경제학자들 간의 “화려한 토너먼트”의 시기였다.
그러나 1830년대와 40년에 이르러 노동자계급은 사회의 주요 세력으로 성장하고, 산업부르주아지는 지주계급을 제치고 국가를 확고하게 장악했다.(대부분 곡물조례법의 폐지로 가능) 경제학자들은 예전의 문제형태를 “사악한 옹호의도와 나쁜 이성”의 형태로 변형하기 시작했다. 경제생활의 순환 흐름은 단지 개인들의 개입과정이나 소비, 생산, 이윤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변했다. 계급의 개념은 경제학에서 사라지고, 사회학의 여러 분야에 포함되어 버렸다.(기본 경제관계로부터 추상화된 방법으로) 국가는 경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념으로 변질 되었으며, 정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대신 들어섰다. 경제학은 모든 계급과 정치적 영역으로부터 무관한 “순수한 학문”으로 정립되고, “중립적인 학문”으로 표현되었으며, 자본과 시장관계의 보편적/초역사적 내용이 제기되었다.
사회에서 의미있는 일정한 내용들이 상실된 상태에서 정통파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단일 패러다임으로 아무 의미 없는 단어를 구사하면서, 역사적 발전과는 괴리된 기계적 모델과 형식적 방법론, 수학적 공식 들을 채용했다. 실제 세계를 다루는 학문이라기보다는 자기만족적인 이념의 역할을 더 중요시하게 되었다. 반면 실제 경제과정은 경제학 이론들과 잘 맞지 않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예를들어 대공황의 교훈을 경제학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독점 단계에서 계급기반을 갖는 축적의 내부 결함이나, 실제 경제문제가 화폐-금융경제보다는 실물경제 속에 놓여있다는 사실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대세를 이루었다.
초과생산설비와 취약한 수요를 드러낸 실물경제가 대공황을 초래했다는 전통적인 이론의 재빠른 파기 - 오늘날에도 그런 요인들에 대해선 비슷한 파기가 있다 -는 버넹키가 사실상 근시안적 사고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정신적 지주 밀튼 프리드만처럼 버넹키는 지난 10년을 “산사태로 부서지는 바위돌”을 지지하기 위하여 신자유주의 경제관을 채택해 왔으며, 금융폭락을 “상당부분”무한정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경제적 기반이 변하고 있으며, 변화의 원인은 실물 경제가 제공하고 있는, 이런 시간 흐름과 관련해서 아무런 관심도 없다. 역설적으로 버넹키는 대공황에 대한 전공자로서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수석 경제학자 에단 해리스가 서술한 바에 의하면, 자산거품과 관련해서는 “나쁘게 보지도 않았고, 나쁘게 듣지도 않았으며, 나쁘게 말하지도 않았던” 그런 사람이었다.
반대로 자본주의 체제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제는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존 메이나드 케인즈와 케인즈주의를 받아들이는 여러 전문가들, 제도학파, 맑스주의자들 -그중에서 폴란드 경제학자 마이클 칼렉키가 가장 중요했다-의 저작속에서는 정치경제학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케인즈주의는 자본주의 체제에 흡수되어 버렸다. 이 과정은 부분적으로는 케인즈의 양자임을 자처하는 존 로빈슨에 의한 “신고전주의-케인즈주의의 융합”을 통해, 부분적으로는 군사 케인즈주의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을 통해 이루어졌다. 결국 공급 중시의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보수적 경제학자들과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함께 연합한 통화주의가 1970년대 경기불황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신자유주의 이론으로 종합됨) 경제학은 명백하게 정치-경제라는 틀을 상실했으며, 세계는 다시 한 번 자기규제, 자율 균형 시장의 신화로 빠져들었다. 이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경제학자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사람으로 매도당했으며, 주류경제학의 논의에서 배제되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경제학은 결코 정치적인 내용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학은 거의 보이지 않는 영역이지만 경제 권력 체제와 밀접하게 뒤엉켜있다고 판단한다. 아담스미스가 주장한 바와 같이 군주의 보이는 손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체 했던 것은 시장이 아니라 시장과 경쟁의 베일 뒤에서 은폐되어 있는 자본가 계급이었다. 모든 경제적 위기는 부분적으로 장막을 찢고 은폐된 계급권력의 실체를 드러낸다.
재무장관 폴슨이 2008년 9월 의회에 요구했던 금융시장 구제를 위한 7천억달러의 자금지원은 지난 세월동안 잊고 있었던 정치경제학이라는 주제를 처음으로 제기하게 되었으며, 경제적 문제들에 대해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인식의 전환점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금융위기에 대한 비판적 의구심과 심각한 경제불황 속에서 과연 누가 그 댓가를 치룰 것인가의 문제가 분명하게 국민들 앞에 제기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의 대답은 늘 같았다. 비용은 국민들이 조달해야 한다. 이윤의 사유화와 상실의 사회화라는 오랜된 게임은 여러번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며” 전체 자본주의 체제를 위해 “계산을 치러야 한다.” 이런 사기극을 통해서 국민들이 더 많은 점들을 볼 수 있는 가의 문제는 자본제국을 발가벗겨버리는 경제 위기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의 문제와, 노동조합에 의한 교육, 사회운동가들의 활동에 달려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현재의 경제적 위기와 정치적 분노의 폭발은 역사과정에서 지속된 근본토대의 균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진보세력은 이런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 일종의 “자연재해”로서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일련의 경제 문제를 규정하는 어떠한 시도들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경제 문제는 모두 체제 자체 내에 원인이 있다. 그리고 경제의 상층부도 위기를 환영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은 체제의 수혜자들이며, 전 사회에 부과한 모든 부담을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다. 경제 상층부의 잘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의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본주의 체제를 구성하고, 경기불황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 경제와 기층 민중에게 도움이 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기층 민중의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충족시키는 점에 있다.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자본가계급이 지불하는 길이 최선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사회의 무력함으로부터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자본주의는 단지 “일상적인”착취에만 의존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강탈하는 무력도 구사한다. 밑으로부터의 반란이 없다면, 현재 부과된 짐은 밑에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런 모든 점이 사회 경제적 항쟁을 요구하며, 1930년대 후반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적 항쟁을 진행했던 바와 같이 모든 종류의 사회 대중운동과 노동조합의 부활이 필요하다. ; 양당체제라는 현재의 정치구조까지도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래로부터의 민중운동이 되살아나면,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답변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필요한 행동이 부족하기 보다는, 민중운동이 수십년간 누적되어온 착취, 낭비, 비합리적 의도를 일소하려면 현상적으로 격렬한 폭풍우가 될 가능성이 많고, 변화를 위해 전체적으로 새로운 관점을 채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안하는 내용도 현재로서는 너무 급진적인 프로그램으로 나타나면서도 나중에 보면 너무 소심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중의 위험이 있다.
몇몇 온건론 자들은 현재의 경제적 위기에 대해 예전의 뉴딜정책같이 대중을 고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로버트 커트너는( Robert Kuttner ) ‘오바마의 도전’에서 “경제회복은 신규의 예산지출 7,000억 달러를 확보하거나 혹은 군사비 지출을 6,000억 달러 줄여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균형경제를 달성하고 경기회복을 성취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산지출은 보기보단 어려운 문제이다. 비록 경제위기라 하더라도, 현재의 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는 민간시장에 개입하는 형태로, 그 정도 규모의 지출을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부구매는 대개 GNP의 13.3퍼센트-바란과 스위지가 1966년에 대략 “외곽한계”로 이론화했던 것이다-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은 196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간정부의 소비와 투자비용이 GNP의 평균 13.7퍼센트(GDP의 13.8%)라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지배계급 세력은 시기가 비록 극심한 경제 불황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 국방 분야에 대한 정부지출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계급투쟁을 필요로 한다.
국민대다수를 위한 식량, 주택, 의료, 교육, 지속가능한 환경 등의 필요성이 가장 우선적인 내용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과연 정부가 책임을 갖고 이런 점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집이 없거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모든 사람에게 주택을 제공할 수 있는가? 선진국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 상태를 개선하여, 전 국민을 포괄하는 건강의료보험 체계가 수립될 수 있는가? 군사비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세계지배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부자들이 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부와 소득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는가? 미국과 전 세계를 포괄하여 환경보호가 실행될 수 있는가? 이런 희망이 구체화 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조직할 수 있는가?
만일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위의 요건들이 현재의 체제로서 불가능해보이면,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권리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우리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들에 대해 특권을 갖고 있는 소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다수 민중들을 위해 봉사하는 경제학과 도덕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1930년대 케인즈는 금융자본의 지배를 공공연히 비난했다. “투기의 소용돌이 속에 형성되는 거품”으로 실물경제가 위축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불로소득자의 안락사”를 권고했다. 그러나 금융화는 오늘날 독점-금융자본의 핵심적인 내용이며, “불로소득자의 안락사”는 체제 자체적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보다 합리적인 자본주의를 원하는 케인즈의 소망과는 달리-내용임이 확실해 졌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가 한걸음 더 나아가고, 방향을 전환시키기 위해 분명히 인식해야 할 내용이 있다. 케인즈가 지적한 바와같이, “공평하다는 것은 불공평하고, 불공평해야 만이 공정하다”는 -탐욕과 착취가 자본축적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정당화하는 것- 윤리를 거부하면서, 보다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사회질서를 만들기 위해 체제내부로부터 빠져 나와야 한다. 현재의 자본주의를 정치경제적 민주주의가 실제적이면서 제대로 자리 잡는 사회로 바꿀 필요가 있다. 민중들이 정치경제 권력을 장악해야 하는 것이다. 민중이 정치경제 권력을 장악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바로 현실에서 세계의 지배자들이 가장 두려워하여 비난을 퍼붓고 있는 “사회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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