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두리반의 유채림과 안졸리나졸리나여사

파랑새호 2010. 3. 13. 10:53

가게에서 쫒겨난 첫날 마누라와 함께 가보곤 어제 다시 가봤다. 농성 78일째라는 알림판이 붙어 있다. 유채림은 학번으로서는 후배이지만, 나이로서는 이다. (아 예전에는 무조건 학번으로 눌렀는데, 나이가 드니 나이서열이 우선이다.)나는 한겨레신문에 실린 기사는 봤지만, 두리반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농성하느라고 고생하는 데, 저녁이나 사 줘야지 하고 갔는데, 웬걸 음악회를 한다, 인터뷰를 한다, 농성장으로 변해버린 작은 공간이 문화쉼터처럼 변해버린 상태에서 북적북적한다. 마누라와 나는 너무 놀랐지만, 그동안 와 보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해소가 된다.

 

나는 마누라가 다리를 다쳐서 못왔어요. 라고 무조건 마누라 핑계를 댄다. 마누라는 마누라대로 그동안 오지 못한 변명하느라고 바쁘다. 음악회를 시작하려 하는 데 두리반의 실세 안졸리나졸리나 혹은 따따부따 졸리나 여사가 아직 저녁을 안드셨다해서, 그녀를 모시고 근처의 오겹살 집으로 갔다. 먹고 돌아오니 음악회는 이미 끝이 났다. 뒤늦게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친구도 오고 해서 우리는 새벽2까지 여인네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이바구를 듣다가 헤어졌다. 운전 때문에 술도 못먹고……..

 

유채림은 시인이었다가 소설가로 변신했다. 그전에 그와 나는 같은 신학교 학생이었다. (그의 소설에 대한 독후감이 내 블로그에도 하나 있다.) 그의 부인은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는데,  서점에 와서 책만 실컷 보고 그냥 가버리곤 하는 유채림과 눈이 맞아 결혼하게 되었다. 어제 유채림은 나에게 농성이 빨리 끝나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소설쓰고 싶어 미치겠다.고 말했다. 안졸리나졸리나 여사와 마누라는 맥주를 마시더니 남편들 욕을 하느라고 바쁘다. 유채림과 나는 말이 없다. (원래 실세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 안졸리나졸리나 여사는 나에게 나이든 남자들은 비오는 날 아스팔트 위에 붙어있는 나뭇잎과 같다. 아무리 쓸고 쓸어도 착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고 주장하신 장본인이다. 그러면서 이사갈 때 꼭 트럭 앞좌석에 앉아있으라고 권유했다. ~ 나이 들수록 여자들이 무섭다.

 

 (안졸리나졸리나 여사와 유채림)

 

두리반에는 매일 음악회나 행사가 있는데,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없단다. 나는 직원들과 함께 수요일날 다시한번 방문할 까 생각 중이다. 거의 매일 인디밴드 공연이 있단다. 두리반에 만두국 먹으러 다시 가고싶다.

 

작은용산 두리반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duri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