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노무현을 추모하기 위하여

파랑새호 2009. 5. 27. 00:52

노무현에 대한 추모는 단지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만으로 그칠 수 없다. 그의 사망은 비주류 정치의 사망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 주류란 누구인가?  무엇보다도 대자본이 있다. 일제의 적산불하를 통해 초기자본이 형성되고, 박정희 시대를 겪으면서 독재정권과 결탁하여 미국 등 외국자본의 원조로 본격적인 자본을 형성한 수출주도 기업, 국영기업, 금융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대자본은 철저하게 외국자본과 협조하고 있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여기에 대자본과 공생하는 고위 관료, 대자본과 공생하는 정치집단, 이들에게 이념적 배경을 제공하는 보수언론과 보수종교권력이 추가된다.


김영삼 정부는 박정희 이후 최초의 문민정부였지만, 독재세력과의 야합으로 탄생했다. 김대중 정부는 명실상부 독재세력과 야합하지 않았던 최초의 정부였지만, 김종필이라는 충청도의 맹주, 독재세력의 마지막 잔존인물과 전술적 타협을 한 결과였다. 노무현 정부는 그 어떤 독재세력과의 협력 없이 진정 국민의 힘으로 탄생한 최초의 정부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 우리나라 주류는 각성했고, 단결했다. 노무현 정부의 탄생으로 우리나라 주류는 대중적 기반을 진지하게 고민했고, 이명박이 집권할 수 있는 일정한 조건을 형성했다.


국민들은 나날이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나날이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조직되지 않고 있고, 조직하는 주체도 분명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한 적대정책, 대자본 친화 정책, 대 미국 종속정책으로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대중적 기반이 아직 취약하다. 민주당은 일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분명 객관적 조건은 진보에게 유리하다. 다만 객관적 조건을 걷어안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 주도적 위치, 정치적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채, 곁다리 하면서 깨작거린다.


노무현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로부터 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만 흘리는 추모는 고인의 뜻에 어긋난다. 우리 모두가 노무현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우리의 추모 내용이 되어야 한다. 기득권과 정면으로 맞서고, 자신의 이해관계보다는 대의를 따지며, 힘들지만 피하지 않는 삶의 자세와 실천이 진정으로 노무현을 추모하는 길이다.


노무현의 주위에서 노무현과 함께 정치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들 중의 일부는 노무현만큼이나 최선을 다해 삶을 꾸려온 사람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노무현을 뛰어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도 있겠지만, 노무현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울지 말고 반성해라.


무엇보다 최우선의 과제로 노무현을 세상으로부터 떠나게 만든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국민의 검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검찰, 대자본이나 주류의 이해관계 보다는 공명정대함으로 들어앉는 검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검찰은 촛불 시위 보복, 일방적 집회 금지, 미네르바 사건 등으로도 이미 충분히 반민주적임을 공표한 상태이다. 검찰은 권력의 시녀에서 어느덧 한국 제일의 권력집단이 되었다. 검찰 내부에서 스스로 권력을 분산하는 시도는 절대 없다. 검찰을 민주주의 보루로 만들기 위해선 기소독점주의가 깨져야 하고, 주요 지휘부가 국민의 선거로 임명되거나 혹은 국민의 선거로 구성된 사람들에 의해 임명되어야 한다. 일단 이것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