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일단
또 하나 지적할 점은 소설의 주인공들이 전형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지금 ‘전형적’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여기에서 필자가 의미하는 ‘전형적’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학생운동이면 학생운동, 독립운동이면 독립운동에 앞장선 사람들이 갖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특징, 지극히 상식적인 개념을 의미한다. 또한 예를 들어 학생운동을 소재로 했으면 주인공이 학생운동의 중심인물이던가 혹은 학생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80년대는 가히 민주화 운동의 시대였다. 독재정권 연장을 획책한 군부쿠데타 세력의 광주학살로 시작했던 우리의 80년대는 군사정권의 몰락으로 끝났다.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80년대 전반부를 장악했고, 좌파의 부각이 80년대 후반을 규정했다. 바야흐로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 개인의 삶을 먼저 규정하는 그런 시대였다.
독일의 통일, 소련의 몰락은 이제 90년대를 나타냈다. 소련의 몰락은 바로 사회주의의 폐기를 의미했다. 한국 사회는 충분히 민주화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젠 돈 벌일 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자본주의가 모든 사람의 의식 속에 자리잡았다. 90년대는 기대고 살아가야 할 가치나 이념이 사라지고 각개격파 당하지 않기 위해 홀로 서야 하는 시대였다. 세상이 나를 규정하기 보다는 내가 세상을 규정하는 상황. “한 시대의 우울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면, 그래야 내가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그 모든 것을 내 등에 떠메기로 나는 마음먹었다.”([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127쪽)
희망이 사라진 세상에서 남은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결국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우리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그 모든 이념이나 민주주의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의 삶 속에서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것은 실제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역사의 위풍당당한 흐름에 한발 비껴가거나 혹은 묻혀버린 개인들의 실존적 삶이 전면에 부각되어야 하며, 그런 상황에 의미를 부여한다. 모든 진실, 살아있는 상황을 개인의 의미와 결부시킨다. 그렇다고 세상을 완전히 개인의 주관에 파묻는 것은 아니다. 마치 포스트모더니즘이 생각나거나 혹은
아직 완전한 개인으로 돌아서지 않았지만, 실존을 전면적으로 수용하지 않았지만 필경 그런 방향을 추구하고 마는 그런 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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