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물질, 물체의 구성과 운동형태(스티븐 호킹)

파랑새호 2010. 12. 22. 16:12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동광 옮김, 까치출판사, 1998

 

물질의 기본 단위, 운동형태 등만이 아니라, 우주의 기원, 우주의 운동을 설명한다. 세상에 대한 기본 이해를 돕는다.

 

이 세상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는 원자이다. 스티븐 호킹은 입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원자는 최초로 주장했던 데모크리토스에게 하나의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질의 기본단위였는데, 과학자들의 연구성과에 의해서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원자 자체에 대한 연구를 더 진행하여 원자핵이 양성자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고, 양성자에는 전하가(+)있으며, 또다시 쿼크라는 물질로 구성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한편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는 처음엔 직선 같은 운동이었으나 실제 형태는 파동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물질의 존재형태에 대한 연구와 함께 물질의 운동방식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있었다. 뉴턴은 중력을 밝혀냈고,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배제한 상태에서 적용해 봤던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이제 시간이나 속도는 모두 상대적인 개념에 불과하다는 점을 드러낸 일반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여 시공의 개념이 자리잡게 되었다. 모든 물질은  운동한다고 했을 때 이 운동의 범주에는 힘, 질량, 거리, 속도, 공간, 시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이다. 물질을 끊임없이 운동하게 만드는 힘에는 4가지 종류가 있다. 1) 중력, 2) 전자기력, 3) 약한 핵력, 4) 강한 핵력이다.

 

물질이 운동할 때 일정한 기본 단위로 운동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물질이 운동하는 최소단위를 양자라 한다. 물질이 양자의 단위로 운동하는 상황에서 운동이 방향이나 거리, 시간 등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알 수 없다. 소위 불확정성의 원리가 적용된다. 즉 다시 말해서 인간이 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물질이 늘 운동한다는 것이며, 운동은 물질의 일정한 양의 변화라는 점이다. 이외의 사항은 여전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우리가 이 우주의 기원이나 향후 경로에 대해서 모르는 만큼이나 인간의 무지를 드러낸 점에 불과하다. 2의 열역학 법칙이라고 하는 엔트로피도 사실상 이점을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으로 물질이 운동하는 경로는 너무나 다양해서 특정한 경로를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총합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불확정성의 원리로부터 필연적으로 파생된 개념이다. 철학자들이 우리는 알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물 자체로 주장하는 것이 그냥 나온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더 심하다. 우리 주변의 물질과 그 운동형태조차 아직 잘 모르는 상태에서 우주를 아는 것은 어렵다. 우주에 대한 모든 이론은 추정이고 가설이다. 다만 추정과 가설을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진행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스티븐 호킹의 글을 읽다 보면,  칼 포퍼가 주장한모든 이론은 가설이며, 반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에 상당히 경도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빛의 파장을 통해 적색일수록 거리가 멀다는 개념을 이용하여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팽창을 통해 빅뱅도 추정한다.  여러 힘의 작용과 속도를 고려할 때 블랙홀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우주의 저 끝 변두리에 있는 아주 작은 별 지구에서 미지의 끝없는 우주를 생각한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면서 미래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 여행이 영화에서나 나오는 공상인 줄 알았는 데, 스티븐 호킹의 책에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충분히 과학적인 것인가? 벌레구멍을 통과한다면 미래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김대중 자서전]에 보면 스티븐 호킹은 1963년 루게릭 병에 걸린 후 2~3년 정도밖에 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연구했다는 그의 말이나, 지금까지 나의 가장 큰 업적은 살아있다는 점이다.는 말은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한다. 다만 호킹의 마누라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은 알려졌는데, 다시 돌아왔는지는 잘 모른다.

 

 

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도 같이 읽기를 권한다. 칼 세이건은  과거의 역사를 넘나들거나 혹은 생물학 분야를 넘나들며 우주를 이야기한다. 미국이 탐사선을 보낸 화성, 목성, 토성에 대해서(미국이 우주로 탐사선을 보내기 훨씬 이전에 소련이 금성에 탐사선을 보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마치 컬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컬럼버스는 사실 돈 때문에 배를 탔지만, 칼 세이건은 순수하다. 스티븐 호킹이 전문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서술하면서 물리학과 천문학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면 칼 세이건의 이야기 방식은 더 친근하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추론을 제시하며 사람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펼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스티븐 호킹은 선구자다. 그가 세상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컴퓨터 음성장치에 불과하고, 그의 육체가 비록 최소한의 형태로만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그의 영혼은 맑다. 나는 스티븐 호킹의 이런 모습이 플라톤이 주장한 진정한 철학자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육체적 감각이나 욕망을 갖지 않고 오직 참된 존재만을 갈망할 때, 사유는

      최상의 것이 된다.

 

      지적 통찰력으로 그가 고찰하는 각각의 사물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몇 가지 자연에 대한 지식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다.

     (파이돈,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플라톤 지음, 황문수옮김,

문예출판사, 2004,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