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문제

미국 연방은행의 3차양적완화가 갖는 문제에 대하여

파랑새호 2012. 9. 15. 11:57

국내 언론이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보도는 한마디로 기자도 이해하지 못한 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은 기자는 이해했는 지 모르겠으나 읽는 사람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점에 있다. 경향신문의 김희연김형규기자가 쓴 3 양적완화 ••• 매월 400억달러 푼다  정도가 일정한 지식을 갖고 있다면 그런대로 내용이 괜찮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본질적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연방은행은 연방기금 이자율(연방은행이 다른 은행에게 자금을 빌려줄 때 받는 이자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시장에 대한 조정을 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붕괴하고, 2008 9월 레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이후에는 이런 조작이 무의미해졌다. 연방은행의 금리가 사실상 제로였기 때문이다. 연방은행이 금융기관에게 대출해주는 금리가 없으니까 금융기관들은 신이 났을까? 문제는 금융기관들이 연방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아봐야 빌려줄 곳이 없었다는 점에 있다. 돈이 있어봐야 빌려 쓸 사람이 없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상태를 금융빙하기라고 표현했다. 금융기관의 줄 도산은 필연적이었다. 이렇기 때문에 갖은 욕을 먹어가면서 정부예산을 금융기관에게 밀어 넣었던 것이다.

 

미국의 달러화는 현재 세계기축통화이다. 글의 구성상 달러화의 세계지배 과정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을 이해하시라.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무력 지배에 뒤이어브레튼우즈 협정을 통해 금본위제도(고정환율)에 의해 1차 달러지배를 달성했다. 이후 베트남 전쟁 등의 달러 수요 증가로 변동환율로 바꾸면서 특히 레이건 행정부 때 신자유주의가 전면 도입되고, 금융시장 자유화를 통해 달러 지배를 완전히 정착시켰다. 이때 70년대, 80년대 소위 오일머니와 아시아시장의 돈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돈은 다시 미국 금융기관들에 의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환율, 이자, 채권 등을 교묘하게 결합한 파생금융상품으로 떼 돈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수탈당한 아시아 국가들, 러시아, 남미 등의 국가에서 지속적인 디폴트가 발생하였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아이엠에프를 통해 긴급구제를 하여 미국의 달러 지배를 더욱 강화시켰다.

 

즉 미국 금융자본은 세계은행의 역할을 하면서 빨아들인 오일머니 등을 다시 세계로 확산시켰으나, 각국의 디폴트로 2000년대 이후 사정이 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렇게 해서 터진 것이 실리콘 벨리의 닷컴, 서브 프라임 모기지시장의 팽창과 파열이 발생하였다. 이제 미국의 금융자본은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게 되었다. 특히나 모기지 시장의 붕괴는 거의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붕괴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다. 지불준비금이나 그림자은행제도 같은 것에 대해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었다. 투자은행은 대폭 축소되었다. [Economist]의 최근 기사에 의하면 투자은행들은 증권발행이 현재 년초보다 30% 감소된 상태이다. 도이치방크의 전망에 의하면 전세계 투자은행 증권거래 금액이 올해 말 2,400억달러인데, 이것은 2009년도와 비교할 때 3분의1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전 세계 투자은행의 직원수가 2007년 가장 잘 나갈 때 354,000명이었으나, 올해 말의 경우 약 100,000 명 수준으로 무려 25만명이 감소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도 모기지시장 붕괴 이후 금융기관의 직원수가 2만명이 감소되었다.

 

미국 시장의 문제는 버냉키도 지적했듯 금융위기 발생 전의 고용인원보다 현재 800만명이 적다는 점에 있다. 미국 정부기관에서만 백만명이상이 해고되었다. 현재 실업률은 약 9%대로 엄청나게 높다. 고용인원이 적다는 것은 한마디로 경제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요가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돈을 벌어야 차도 사고, 집도 사고, 밥도 사먹고, 영화도 보는 것이다. 돈이 없는 데, 무엇으로 사먹나. 모기지로 파산하고, 신용카드로 파산하고, 결국 사채 빌려쓰다 파산하는 데, 이젠 미국 노동자계급의 여력은 제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두번의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양적완화라고 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대출이 수요가 없어 얼어붙은 상태에서 자산가격의 폭락을 막기 위해 무제한의 돈을 푸는 것이다. 여기서 자산가격의 폭락은 무엇을 말하는 가? 쉽게 얘기하면 주식가격의 폭락이요, 증권가격의 폭락이다. 주식이나 증권은 모두 현금이 아니다. 현금화 할 수 있는 증서이다. 현금화하지 못하면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이것이 폭락하면 금융기관은 망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양적완화의 목적은 자산가격 폭락을 막아서 금융기관을 보호하자는 것에 있다.

 

이번 3차 양적완화는 단기이자율을 2015년까지 거의 제로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매월 400억달러 이상의 모기지 증권을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백보양보하여 만일 미국의 모기지 증권 이자율이 높다면 연방은행의 태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모기지 증권 이자율은 평균 3.75%상태에 있다. 지금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30년간 3.75%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집을 구매하라고 싹싹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즉 좋게 봐준다면 연방은행의 초점은 부동산 경기를 올려서 경제를 회복시켜볼까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경제의 근본문제는 사실상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수요가 없다는 점에 있다. 수요가 없다는 것은 사람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실업률이 높은 것이고) 시장이, 그 빌어먹을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현재 긴축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난 수년간 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정부기관에서 해고되었다. 다니엘 그로스라는 데일리 비스트기자는 양적완화보다 우선 정부부터 사람을 고용해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아니 밥도 못 먹는데 웬 집?”이다. 버냉키는 철저한 금융론자이다. 이번에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3차 양적완화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유동성을 확보하여 자산가격폭락을 막아 전 세계적인 금융파국을 막아보겠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것에 불과한 것이다. 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유동성은 언제든 투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다름아닌 케인즈의 주장이다)

 

다시한번 정리하면 무제한 달러 공급의 일차적인 목적은 하락하는 자산가치를 막아보자는 것에 있다. 무엇으로 막는가? 인플레이션으로, 인위적인 뻥튀기로 막아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두 차례의 양적완화는 실제 효과는 미미하고 인플레이션만 상승시켰다는 것이 대개의 지적 사항이다. 금융자산의 매입이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필연성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양적완화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실질 임금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맹렬하게 발휘할 가능성이 거의 100%이며, 이럴 경우 사실상 미국 노동계급은 설사 자신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하더라도 눈뜨고 소득수준의 감소를 당분간 감내하여야 만 하는 힘겨운 상황을 지속하여야 한다. 화폐가치의 하락은 노동자계급의 구매력이 그만큼 더 낮아진다는 것과 같다. 버냉키는 실업률 운운하면서 이번의 양적완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박박 우기고 있지만, 정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두번의 양적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생각보다 그렇게 비약적으로 높아지지 않았다. 왜냐? 금융기관이나 대기업들이 돈을 안쓰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을 차곡차곡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최후의 순간에 나를 보호해줄 것은 현금이라는 생각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다.  애플사 하나만 하더라도 1,100억달러(우리돈으로 132조원)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보유량은 1조 달러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못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불균형속의 균형으로 달러가치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약간의 파열만 발생하면 달러가치가 폭락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예전에 한국은행이 달러화가 아닌 다른 화폐를 보유하겠다는 것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가자마자 전세계 금융시장이 풍비박산이 나는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미국은 한 손엔 총, 한 손엔 달러를 쥐고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달러화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수출주도형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중국의 수출이 정체가 되거나 감소의 기세를 보인다면, 달러화를 보유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언제까지나 달러화를 보유만 하겠는가? 그렇다고 중국이 가치하락한 달러를 일방적으로 감내만 할 수도 없다. 지금 중국이 돈을 푼다면 달러화는 폭락하고 중국도 엄청난 손해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으로 인하여 중국은 점점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케인즈의 독창적 제안을 되살려, 민주화된 아이엠에프가 관리하는 특별인출권 형태의 세계통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자신도 오바마의 당선직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가 “2025년에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국가이겠지만,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는 아닐 것”(이상 따옴표는 데이빗 하비 [자본이라는 수수께끼] 56쪽에서 인용)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바로 달러화의 지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요컨대 13일의 3차 양적완화는 버냉키가 의도하는 실물경제의 지원보다는 금융기관이나 시장을 지원하는 것이 분명하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달러화의 폭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미국 금융기관의 헤게모니를 여전히 지탱하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일방적으로 당할 수는 없다. 특히나 버냉키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미국 노동자계급은 양적완화의 직접적 여파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임금의 하락 속에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누가 살얼음 위를 걸어가 강을 건너겠는가? “버냉키 니가 가라. 하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