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두번의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양적완화라고 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대출이 수요가 없어 얼어붙은 상태에서 자산가격의 폭락을 막기 위해 무제한의 돈을 푸는 것이다. 여기서 자산가격의 폭락은 무엇을 말하는 가? 쉽게 얘기하면 주식가격의 폭락이요, 증권가격의 폭락이다. 주식이나 증권은 모두 현금이 아니다. 현금화 할 수 있는 증서이다. 현금화하지 못하면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이것이 폭락하면 금융기관은 망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양적완화의 목적은 자산가격 폭락을 막아서 금융기관을 보호하자는 것에 있다.
이번 3차 양적완화는 단기이자율을 2015년까지 거의 제로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매월 400억달러 이상의 모기지 증권을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백보양보하여 만일 미국의 모기지 증권 이자율이 높다면 연방은행의 태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모기지 증권 이자율은 평균 3.75%상태에 있다. 지금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30년간 3.75%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집을 구매하라고 싹싹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즉 좋게 봐준다면 연방은행의 초점은 부동산 경기를 올려서 경제를 회복시켜볼까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경제의 근본문제는 사실상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수요가 없다는 점에 있다. 수요가 없다는 것은 사람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실업률이 높은 것이고) 시장이, 그 빌어먹을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현재 긴축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난 수년간 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정부기관에서 해고되었다. 다니엘 그로스라는 ‘데일리 비스트’기자는 양적완화보다 우선 “정부부터 사람을 고용해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아니 밥도 못 먹는데 웬 집?”이다. 버냉키는 철저한 금융론자이다. 이번에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3차 양적완화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유동성을 확보하여 자산가격폭락을 막아 전 세계적인 금융파국을 막아보겠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것에 불과한 것이다. 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유동성은 언제든 투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다름아닌 케인즈의 주장이다)
다시한번 정리하면 무제한 달러 공급의 일차적인 목적은 하락하는 자산가치를 막아보자는 것에 있다. 무엇으로 막는가? 인플레이션으로, 인위적인 뻥튀기로 막아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두 차례의 양적완화는 실제 효과는 미미하고 인플레이션만 상승시켰다는 것이 대개의 지적 사항이다. 금융자산의 매입이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필연성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양적완화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실질 임금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맹렬하게 발휘할 가능성이 거의 100%이며, 이럴 경우 사실상 미국 노동계급은 설사 자신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하더라도 눈뜨고 소득수준의 감소를 당분간 감내하여야 만 하는 힘겨운 상황을 지속하여야 한다. 화폐가치의 하락은 노동자계급의 구매력이 그만큼 더 낮아진다는 것과 같다. 버냉키는 실업률 운운하면서 이번의 양적완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박박 우기고 있지만, 정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두번의 양적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생각보다 그렇게 비약적으로 높아지지 않았다. 왜냐? 금융기관이나 대기업들이 돈을 안쓰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을 차곡차곡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최후의 순간에 나를 보호해줄 것은 현금이라는 생각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다. 애플사 하나만 하더라도 1,100억달러(우리돈으로 132조원)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보유량은 1조 달러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못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불균형속의 균형으로 달러가치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약간의 파열만 발생하면 달러가치가 폭락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예전에 한국은행이 달러화가 아닌 다른 화폐를 보유하겠다는 것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가자마자 전세계 금융시장이 풍비박산이 나는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미국은 한 손엔 총, 한 손엔 달러를 쥐고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달러화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수출주도형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중국의 수출이 정체가 되거나 감소의 기세를 보인다면, 달러화를 보유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언제까지나 달러화를 보유만 하겠는가? 그렇다고 중국이 가치하락한 달러를 일방적으로 감내만 할 수도 없다. 지금 중국이 돈을 푼다면 달러화는 폭락하고 중국도 엄청난 손해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으로 인하여 중국은 점점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케인즈의 독창적 제안을 되살려, 민주화된 아이엠에프가 관리하는 특별인출권 형태의 세계통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자신도 오바마의 당선직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가 “2025년에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국가이겠지만,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는 아닐 것”(이상 따옴표는 데이빗 하비 [자본이라는 수수께끼] 56쪽에서 인용)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바로 달러화의 지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요컨대 13일의 3차 양적완화는 버냉키가 의도하는 실물경제의 지원보다는 금융기관이나 시장을 지원하는 것이 분명하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달러화의 폭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미국 금융기관의 헤게모니를 여전히 지탱하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일방적으로 당할 수는 없다. 특히나 버냉키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미국 노동자계급은 양적완화의 직접적 여파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임금의 하락 속에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누가 살얼음 위를 걸어가 강을 건너겠는가? “버냉키 니가 가라.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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