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문재인의 후보단일화는 시대적인 요청이다. 더 이상 새누리당에 국정운영을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안철수의 후보단일화 과정에 대해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는 단일화 과정의 원칙, 혹은 단일화를 달성하는 방법에서 국민우선의 원칙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노무현의 실패를 반드시 곱씹어야 한다. 일단 이 두 가지를 유념한다면 안철수-문재인 단일화는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
먼저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우선의 원칙이라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단일화가 ‘반 새누리당 전선’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단일화의 우선적인 의미는 이명박과 새누리당을 한통속으로 보고, 더 이상 이들에게 국정운영을 맡길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재벌을 우선하고 서민의 삶에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 환경파괴, 반인권, 반통일 정책들을 더 이상 온존시킬 수 없다는 절박함에 있다. 이것은 국민적 요구이다. 단일화를 국민 우선의 원칙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단일화가 누가 되건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을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것이다. 국정을 공동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일화로 누가 후보가 되느냐 보다 국정을 공동운영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진정한 단일화이다.
이런 원칙이 전제가 되고, 절박한 국민의 요구를 생각한다면, 단일화는 반드시 달성되어야 한다. 만일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았을 경우(즉 문재인, 안철수가 모두 출마할 경우)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고, 만일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면, 우리의 모든 논의는 물거품이 된다. 당면 목표는 따라서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
우리 정치사에서 후보단일화는 YS-DJ 단일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두 번의 경험이 있다. (정동영-문국현의 경우는 포함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실패했고, 한번은 성공했다. 또 하나 생각할 것은 DJP연합인데, 이것은 단일화는 아니었으나, 사실상 단일화였으며, 지금 이 시점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성공했다. 정몽준의 끝없는 몽니에 대해 노무현은 끝까지 대응했다.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이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 여기서의 포인트다. 단일화 이후에도 정몽준은 끝까지 뻘짓을 했지만, 이땐 이미 대세가 결정 난 후였다. 이 뻘짓으로 인해 정몽준은 영원히 지도자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따라서 단일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문재인-안철수 두사람은 “무조건 단일화 한다”는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 “독자출마는 없다”라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김대중-김영삼의 후보단일화는 그야말로 두 사람 다 양보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노태우에게 당선을 안겨주고 말았다. 김대중-김영삼의 단일화는 국민이 배제된 상태에서 조직의 논리로만 진행된 단일화였으며,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김대중-김영삼의 단일화 과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은 없고 조직만 있었다는 점을 되풀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조직이 없다. 조직의 논리를 구사한다면 그것은 문재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조직의 논리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통합의 논리, 반-새누리당의 전선을 관철하기 위해선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은 실무적 역할 외에는 배제되어야 한다. 실무적 역할 외에 단일화 과정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단일화를 관리하는 기구, 단일화를 추진하는 기구가 범 국민적인 모양새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하는 문제는 전제조건이 될 수도 없다. 나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들이 참여하고 있는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DJP연합은 김대중이 당선될 때 사용했던 방법이다. 김종필은 전혀 어울리지 않게 권력을 위하여 김대중을 지원했고, 그 대가를 받았다. 이 방법은 진보당에게 적용해야 한다. 현재 진보당을 탈당했던, 탈당하지 않았던 진보를 표방한 사람들은 정치권에 존재하고 있다. 반-새누리당 전선에 들어오고 안오고는(즉 독자후보 상정 포기) 우선은 그들이 결정해야 하지만, 안 들어오면 그만이다. 들어오면 그에 상응하는 일정한 지분을 줘야 한다. 그 지분이 얼마인가에 대해선 합리적으로 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만일 지분도 없이 참여한다면 그들은 이것이 밑거름이 되어 다음 번에 반드시 천배 만배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단일화는 노무현의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노무현의 실패는 경제에 대한 무 대책, 검찰-경찰조직의 혁신 실패, 관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는 세가지 점에 있다. 노무현의 실패는 곧 우리의 과제이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아직도 그 자생성에 한계가 있고, 재벌중심의 양극화와 외국 금융투기 세력에게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다. 신자유주의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파탄이 났다. 격세지감이지만, 자유화니 구조조정이니 하면서 떠들던 예전의 얼치기 경제전문가나 관료들은 쑥 들어가고 이제는 새누리당 조차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검찰-경찰조직은 무소불위에 있으면서 서로 견제가 전혀 되지 않고 권력의 충실한 종복조직임을 자처하고 있는 상태이다. 아울러 사람이 없다는 핑계로 관료출신을 중요직책에 기용하고, 이는 특히나 경제정책의 되풀이와 각종 스캔들만을 양산했을 뿐이다. 이 3가지 영역에 대한 공약이나 정책은 안철수-문재인의 단일화와 함께 단일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에 대해 정리한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나타난 단일화 방식은 혼란스럽지만 다음과 같다.
1) 조국교수가 주장한 방식 ; 한달동안 ‘토크콘서트’졸라 열심히 하고, 담판하는 방식. 이것의 문제점은 ‘토크콘서트’가 얼마나 국민들에게 특히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다가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어쨌든 ‘담판’은 국민들이 보기에 정치적 나눠먹기로 생각될 수 있다.
2) 단순 여론조사 방식 ; 이것에 대해선 전문가들이 오차한계 등 비과학적이라 채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양쪽이 모두 인정한다면 안될 것도 없다.
3) 박원순-박영선 방식 ; ‘경쟁적 단일화 방식’이라고 누군가 이름을 붙였다. 여론조사 30%, 티비토론 후 배심원단 평가 30%, 현장투표 40% 방식. 경선과정에서 계속해서 양쪽진영으로부터 잡음이 많았다는 것이 단점. 특히나 현장투표에서는 지지자들 불러내느라고 정신이 없다. 조중동이나 새누리 당에서 문제 삼으려면 표적이 될 수도 있다.
단일화 방식에서 우리의 고민은 어떻게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에 있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선 치열하고 깨끗한 경쟁이 관건이다. 졸라 스릴 느끼면서 결정이 되었을 때 누구라도 승복할 수 밖에 없는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이다. 경쟁은 어쨌든 과정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도 얼마나 말이 많았는가? 하물며 자당 후보가 아닌 사람과 경쟁을 하는 데 말이 없으면 이상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충분히 활용하고, 또 방송토론 등을 치밀하게 준비한다면(아 시간이 별로 없다) 최소한의 면피는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든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후보단일화를 달성한다는 원칙은 고수되어야 한다. 담판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절대 반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