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본민의련

전일본민의련의 공동조직에 대하여

파랑새호 2013. 11. 13. 09:03

전일본민의련의 공동조직에 대하여

 

전일본민의련의 회원 의료기관은 대부분 지역주민들이 의료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공동설립 한 경우가 많다. 공동설립은 의료생협이나 공익법인 등 법인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주민들이 돈을 모아 설립했다는 점에서 같다. 이같은 주민출자는 일본에서 뿌리가 깊다. 일본의 서양의학은 처음부터 천황제정부에 의해 지배계급을 위한 의료만을 했기 때문에 서민들의 경우 자신들이 스스로 의사를 초빙하거나 조합의 형태로 의료기관을 만들어야만 했다. 민의련도 바로 이런 전통에서 탄생한 조직이라 할수 있다. 공동출자의 형태는 운영이나 활동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주민조직은 민의련 의료기관을 지켜주는 버팀목의 역할을 했다. 예를들면 일본정부가 민의련 의료기관을 탄압하려 할때 주민들의 지원은 결정적이다. 전후 일본에서 처음으로 이시가와 현의 주민들이 군사기지반대 투쟁을 진행하고, 이 투쟁의 과정에서 우치나다(內灘)진료소를 설립하자, 일본정부는 우치나다 진료소 바로 옆에(30센치미터의 차이) 외무성의 예산 700만엔을 투자하여 무라리츠 진료소를 설립하였다. 이러한 형태로 일본정부가 민의련소속 의료기관을 공격한 것은 이시가와뿐만이 아니었다. 이때마다 주민조직은 민의련의료기관을 탄압으로부터 지켜냈던 것이다. 그러나 전일본민의련도 의료기관의 특성상 처음에는 주민조직을 자신들의 활동의 근거가 되는 ‘기반조직’으로 이름붙이며, 의료인 중심의 활동구조를 가져갈 수 밖에 없었다. ‘기반’이라는 말 자체가 무언가 맞지않다는 문제제기가 있으면서 1992년 제30회 총회에서 ‘공동조직’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전일본민의련은 제30회 총회이후 91년 3월에 제1회 공동조직활동교류집회를 개최하고, 마을만들기, 지역상담과 네트웍, 써클, 자원봉사활동, 반모임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의 성과를 확인하면서, 의료, 경영, 사회보장, 인재발굴의 4가지 분야로 공동조직의 역할을 규정하였다.

현재 전일본민의련의 공동조직 회원수는 330만명(정확히 인원수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가구와 인원수가 뒤섞인 그런 수치이다)이다. 전일본민의련은 2004년도에 향후 10년이내에 공동조직의 과제를 400만명(혹은 가구)로 설정하고 있다. 이것은 전체 일본 가구의 10%에 해당된다. 전일본민의련에서는 공동조직의 활동내용을 5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첫째, ‘공동운영의 의료’를 함께 구축한다. 이것은 주민들과 민의련 회원 의료기관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강강좌, 각종 건강증진활동, 보건대학, 걷기대회, 야외건강검진 등의 활동을 스스로 해가면서 건강만들기를 함께 추진한다는 의미와, 의료기관 운영을 함께 운영한다는 두가지 내용을 갖고 있다. 의료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주민들(환자)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하고, 의료의 안전성 확보활동에 주민들이 참여하며, ‘환자의 권리선언’만들기를 통해 환자의 인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의료기관을 만든다는 것이다.

둘째, 민의련 회원 의료기관의 경영을 지키는 활동이다. 민의련 소속 의료기관은 대부분 주민출자형태가 많기 때문에 공동재산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공동조직 회원들은 조합의 출자금, 법인의 공동협력기금을 통해 민의련 회원의료기관이 은행 등 대자본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고도 시설개선이나 병원증축 등이 가능하도록 협조하고 있다. 공동조직 회원들의 기금조달은 민의련 회계의 공정한 처리와 공개를 담보로 한 것이다.

셋째, 사회보장 개선활동과 마을만들기 운동을 추진한다. 공동조직의 가장 큰 슬로건은 바로 “안심하고 계속해서 살 수 있는 마을만들기”에 있다. 이것은 야외건강검진 등을 통한 지역주민의 건강예방활동 뿐만 아니라, 지역의료보험료의 인하운동, 생활보호대상자 확대와 권리운동, 지역의 위험요인을 없애는 운동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넷째, 민의련의 의료와 운동을 담당하는 후계자육성이다. 대개의 공동조직 회원들은 의학계열의 학생들 연수를 후원하고, 또 자신들의 자식을 민의련 소속 의료기관에 보내는 등 민의련의 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인력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다섯째, 공동조직 자체의 확대 발전을 위한 활동이 있다. 공동조직에서는 건강축제, 여행, 스포츠, 단가, 시조짓기, 서예 등 다양한 써클활동이 있다. 이렇게 구성원의 친목을 도모하면서 지역의 민주단체와 연대의 폭을 넓히는 활동도 하고 있다. 공동조직 활동의 첫 번째 원칙은 즐겁고 다채롭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3명이상의 인원이 있으면 만들 수 있는 ‘반모임’은 공동조직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조직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민의련은 “공동조직 없이 민의련은 없다”고 주장한다. 여러 상황이나 조건은 다르지만,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의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이러한 공동조직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