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메르스사태와 한국의료의 과제

파랑새호 2015. 9. 18. 09:37


메르스는(MERS ; 중동호흡기중후군) 5월 20일 첫 번째 환자를 통해 한국에 상륙한 후, 8월19일 현재까지 186명의 확진환자와 36명의 사망자, 격리했던 사람만 총 16,993명을 기록하며, 한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메르스는 한국 의료체계가 가진 각종 문제점들의 민낯도 순식간에 드러내는 촉매제였습니다. 공공병원 부족의 문제점, 돈벌이에 급급한 민간대형병원의 실상, 주치의제도 부재의 문제, 의료전달체계의 문제, 방역체계조차 잡혀 있지 않은 부실한 공공의료, 간병제도 문제, 병원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조건의 문제 등이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이하에서는 간략하게 메르스 확산과정과 이에 대한 대책을 서술하겠습니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인 60대 남성은 5월 20일 메르스로 확진판정을 받고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약 10일간 4개 병원을 경유했습니다. 이는 OECD국가 중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전형적인 소위 “의료쇼핑 현상”입니다. 이 환자는 처음 진료과정에서 중동지역 여행사실을 밝히지 않다가, 4번째 병원에서야 중동여행을 알렸으나, 그것도 사우디 및 아랍에미리트 방문 사실을 빠뜨린 정보였다고 합니다. 행위별수가제와 저수가로 짧은 진료시간이 관행화되어 있는 대한민국 진료현장에서, 환자-의사간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어렵습니다. 이것은 주치의제도가 없는 한국의 보건의료체계 부실 현상이 드러난 것 입니다. 주치의제도 부재는 최초 진료를 부실하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로 작용하였습니다.1)

 

5월 20일 아침 정부는 1번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 환자가 치료받았던 의료기관에 대한 방역 조치를 시행합니다. 환자가 거쳐 간 4개 의료기관에서 총 64명의 격리 대상자를 선별하고 관리하기 시작합니다. 평택성모병원의 격리 대상자는 환자가 입원했던 8104호 병실을 출입한 사람들입니다. 즉 5월 15-17일 사이 그 ‘8104호’를 공유한 환자, 가족, 의사, 간호사, 청소 직원 등입니다. 봉쇄(containment)의 경계는 ‘8104호’였습니다. 이같은 판단은 이 60대 남성 환자가 “5월15일부터 17일까지 2박 3일 동안 내내 병실 안에서만 있었다. 단 한 번도 8104호 병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어처구니없는 전제조건하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방역전문가들이 현장에 와보지 않고, 책상에서만 대책을 세울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사례였습니다. 결국 나중에 밝혀지지만, 초기 메르스 감염자 25명은 모두 5월15일부터 17일 사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두 첫 번째 환자가 감염시킨 사람들이며, 이중 13명은 병원에 가지 않았거나 병원에 갔어도 외래만 방문한 사람들이었습니다.2) 이렇게 해서 초기에 메르스를 봉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5월 28일 이후로도 안이한 현실인식으로 연달아 중요한 실책들을 범하고, 맙니다. 결정적으로는 한국의 5대 대형병원의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의 감염유행을 막지 못한 것입니다. 한국정부는 이때까지도 메르스 감염환자에 대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 첫 번째 환자로부터 감염된 6번환자,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에서 사실상 무방비로 슈퍼전파자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감염된 소위 35번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에 대한 관리를 삼성서울병원 자체에 맡겨버려 역학조사와 정보공개 등 필요한 조치가 제때에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삼성서울 병원의 문제는 규모경쟁을 통한 효율성만 추구한 결과 대규모 병원에 환자쏠림과 응급실 과밀화가 발생하는 한국의료전달 체계의 문제가 드러난 것입니다. 또한 이윤확보를 위해 각종 업무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한 결과 이들은 감염된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숨긴 채 업무에 종사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맨처음 감염사실을 숨기고 근무를 했던 의사와 간호사는 나중에 감염사실이 공개되자, 즉각 자택격리를 시행하였으나, 환자를 이송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실을 숨기고 계속해서 근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울러 중소민간병원은 환기구조차 없는 병실을 만들었고 병상을 밀집시켜 감염자를 양산했습니다. 게다가 이윤확보를 추구한 결과 간호인력을 충분히 고용하지 않아 보호자는 간병을 하는 병원의 핵심 인력이 돼버렸고 이것이 문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민간주도의 의료체계는 공공병원의 부족을 초래하여 평상시 격리·음압병실조차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전체 병원 중 6%에 불과한 공공병원의 부재와 수익성만 추구하는 민간병원중심의 의료체계가 한국의 병원들을 위험하게 만든 진정한 원인인 것입니다. 따라서 민간병원의 돈벌이를 통제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해서 병원을 안전한 치료의 공간으로 바꿔내야 할 과제가 메르스 사태를 통해 남겨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은 회피한 채 오히려 이를 계기로 시민단체나 의료인들이 반대하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한편 의료의 영리화와 원격의료를 추구했던 사람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하였습니다. 한국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015년 8월5일 신임 복지부장관 내정자에 대하여 “병원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진료부원장 시절 노동감시와 통제 정책으로 악명높은 경영기법을 도입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하면서 반대하였습니다.3) 비록 메르스는 여러 의료인들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수습되는 상황이지만, 메르스를 통해 제기된 한국의료의 과제 해결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조

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15515

2) http://blog.naver.com/ajou_cdc

3) http://www.humanmed.org/bbs/board.php?bo_table=comm&wr_id=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