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iwj.co.jp/wj/open/archives/269722
2015년 10월5일 대부분의 일본 언론이 TPP가 합의되었다고 보도했으나, 현지에서 교섭상황을 지켜 본 일본의 [TPP저지국민회의사무국장]인 사토 노부히코 (首藤信彦)전 중의원 의원의 견해는 전혀 달랐다. “오바마 정부하에서 TPP는 통과할 수 없다.”고 단언했던 것이다. 사토 노부히코는 민주당 의원시절부터 TPP문제에 대해 5년간에 걸쳐 참여해 왔으며, 이번 각료회담 직전에는 “용두사미로 끝나는 가 TPP?"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발표원문은 http://blog.goo.ne.jp/sutoband)
일본에서는 이번 합의를 [오오쓰지고이(大筋合意)]라고 부르는 데, ‘대강의 합의’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잠정합의’도 되고, 또 핵심쟁점들에 대해선 대개 합의를 했다는 의미이다. 다시말해 큰 틀에서는 합의했으나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대개 국제적인 합의가 조약에 준하는 만큼 조항이 구체적인 문구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 할 수도 있다. 일본의 시민단체들은 바로 이점에 주목하는 데, 협상이 조문으로 완성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진짜 싸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 협상조문이 완성되기 까지 지금부터 대체로 반년정도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의 언론들은 잠정합의와 완전합의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정합의 = 발효확실]이라는 인상을 주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애틀랜타에서 귀국한 사토씨는 다음가 같이 주장한다.
“언론에서는 이번 잠정합의가 마치 최종 결정인 것처럼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합의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완전합의에 이르기 위해선 오바마정부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9월22일 리포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잠정합의와 완전합의는 전혀 다르다. 내년 여름에 참의원 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일본의 정치일정에서 역산하면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에 잠정합의를 한 것이다. 잠정합의의 텍스트를 보면 빠진 내용도 있고, 보류된 것도 있다. 미국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완전합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 공동기자회견에 12명이 나란히 서 있었지만, 그중 3인은 각료가 아니었다. 엉터리 각료였다. 싱가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는 각료 바로 아랫급이라 할 수 있는 국장급(교섭관)공무원이었다. 물론 이들이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지만 말이다. 원래 완전한 합의에 이르는 것이 가능한 각료합의가 아니었던 셈이다. 따라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잠정합의를 한 것으로 모두가 빙긋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일본 언론의 보도를 보면 알수 있지만, “5월말이 한계”라고 제시했었다. 때문에 지금은 원래대로라면 완전합의문에 서명을 할 시기인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기껏 잠정합의를 한 상태에 불과하다. 완전합의에 이른다면 협정문서를 작성하여 오바마대통령이 의회에 통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통지로부터 서명까지 90일을 설정한 90일 규칙에 의하여)그때부터 90일이 필요한 것이다. 만일 반년정도 걸린다고 보고 있는 잠정합의로부터 완전합의까지의 기간이 1개월로 끝난다고 해도 4개월은 걸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2월초에 서명하게 된다. 이때는 미국이 대통령선거에 돌입하는 시기로서 오바마대통령이 서명하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만일 서명한다고 해도 그때부터 미국 의회에서 토론이 된다. 아무래도 의회의 심의가 시간이 더 걸린다고 본다면 곧 여름휴가를 맞이하게 되고, 따라서 오바마가 재임기간 중에 TPP는 통과될 수 없는 것이 확실한 것이다.
미국은 완전합의에 대한 서명이 있기 위해선 90일전에 의회에 통지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지금 완전합의라고 해도 서명은 내년 1월에나 있게 된다. 내년이 되면 미 의회는 대통령 선거 때문에 TPP는 논의할 수 없다. 특히 모두가 TPP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TPP를 추진한다고 말하는 것은 표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TPP찬성파였던 힐러리가 노동조합 등을 의식하여 반대발언을 하기 시작한 것은 좋은 사례이다. 더구나 미국제약회사 등의 입장에서 본다면 의약품의 특허보호기간이 12년에서 8년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번의 합의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선거에서는 미국제약회사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12년이 4년이나 단축된 것에 대해 수조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예를들면 미국 상원에서 제약회사와 가깝다고 알려진 공화당의 오린 하치(Orrin Grant Hatch)는 “의약품의 특허보호기간을 12년에서 단축하지 말라.”고 하와이 각료회담에서 주장했으나, 미국통상대표부(USTR)는 이를 일축했다. 사실상 미국의회의 분위기는 재교섭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집권당인 자민당은 내년 참의원 선거를 이기기 위해선 ‘TPP대책 예산’이라는 명분으로 돈을 뿌려야 이긴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농업관계자 대책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하와이 각료회담을 개최한 지 2개월도 채 안된 상태에서 다시 애틀랜타에서 각료회담이 열린 것은 일본측이 강력하게 요구했기 때문이고, 일본 정부로서는 지금이 아니면 시기를 놓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의 애틀랜타 각료회담에서는 “일본 때문에 만났으니 일본이 양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일본은 자동차 분야에 우선권을 두고 있었으며, 다른 분야에서는 놀라우리만치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였으며, 다른 나라에서 국익을 위해 강하게 나올 경우 일본이 앞장서서 백기를 드는 삐에로같은 존재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다른 나라 관료들에 의하면 일본협상팀에 대해 “도대체 무엇하러 이곳에 왔는가”라고 냉소를 보냈다.
이번의 잠정합의에 대해서 TPP를 반대하는 공산당이나 사민당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추진파인 민주당이나 유신의 당도 모두 비판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간사장은 영어원문에 잠정합의를 직역할 수 있는 단어는 없는 것이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이것은 당연히 합의를 회의적으로 보는 근거가 된다. 자민당은 이미 TPP가 통과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오바마정부하에서 출발하는 듯한 전제로 국내대책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것은 시기상조이다. 미국의회가 비준하지 않으면 의미없는 협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년동안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민주당은 이처럼 이번의 협상은 확실하게 일본의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상황이다. 일본 민주당의 반대논리는 다음과 같다.
“자유무역을 추진할 때는 당연한 것이지만, 제1차 산업에서 여러 불리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제2차 산업을 중심으로 1차 산업의 손해를 상회하는 이점이 있다면, 1차 산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상태에서 전체적으로는 국익에 바람직한 내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합의는, 적어도 알려진 합의내용에 의하면, 제조업에서 이익을 그만큼 확보하지는 못했다. 제조업의 공세적인 분야에서 이익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농업이나 축산업에서 양보를 하여 결국 전체적으로 국익에 반하는 것이다.”
보수정당인 유신의 당에서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TPP에서 농산물 주요 5개품목은 반드시 지키는 것을 전제로 했지만, 예를들어 소고기 관세가 38.5%에서 9%로 4분의1이나 하락했다. 이것은 여당이 거공약으로 내건 사항이었지만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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