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잠재적 피해자를 위한 기금 마련과 운용에 관한 의견

파랑새호 2016. 10. 13. 18:47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잠재적 피해자를 위한 기금 마련과 운용에 관한 의견

박찬호 녹색병원 사무처장

1. 발제내용에 대한 의견


1-1. 최승운 대표의 발제에 대한 의견


- 사건의 본질, 피해자 판정기준과 향후 과정에 대해


ㅇ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기업의 이윤추구와 정부의 관리 감독 부재가 결합하여 발생한 시민참사로 성격을 규정한 것에 동의. 이와같은 성격규정, 사건의 본질에 대한 규정은 향후 문제를 해결하는 밑바탕이고 기준점이라고 판단함.


ㅇ 그러나 이와같은 본질이 해결과정에서 실제로 반영되기 위해선 현재의 의료가 갖는 대 사회적 질병의 진단에 대한 소극성에 따라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의 조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증상위주의 질병판정이 시행되고 있는 문제점이 지적되어야만 함. 현재 알려진 상당수의 질병이 원인에 대해 ‘상세불명’이라고 규정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가습기 피해 문제는 사회적 질병에 대한 경험이 많은 의료진의 적극적 참여가 대단히 중요함. 한마디로 폭넓은 개연성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음.


ㅇ 참고로 원진레이온 직업병(이황화탄소중독증)에 대해 대학병원의 모든 의사들은 ‘성인병’으로 진단내렸다는 점, 이로인해 피해자들이 피해자가 추천한 의사를 판정기구에 참여시킬 것을 요구하여 관철시켰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음. 판정에 대한 기준 마련과 실제 판정은 반드시 피해자가 추천하는 의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이들의 주도로 진행되어야 함.


ㅇ 향후 피해자 발굴 및 진단과 관련해서 아울러 피해자 치료, 건강관리와 관련해서도 반드시 가습기 피해의 사회적 성격을 인식하는 의료기관이 선정될 필요가 있음. 피해자의 입장을 반영하는 전문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참여 없는 향후 판정과정은 사실상 객관성이라는 미명하에 피해자가 배제되고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과정이 될 것이 명확함. 최승운 대표의 발제에서 “아산병원 등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상급 전문 병원으로 지정”이라는 식의 구체적인 의료기관을 표현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됨.


- 기금의 조성, 관리, 운용에 대하여

ㅇ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일반적인 민사상의 배상으로 할 경우 정부의 관리부재에 대한 책임이 희석될 우려가 있음. 따라서 일반적인 민사배상 외에 정부의 관리부재를 고려하고, 또 이로인한 피해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가 대단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 금액기준으로 산재 보험 보상액과 민사배상을 합한 금액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함. 향후 사망, 피해 내용 등의 기준에 따라 일정하게 등급을 나누어 금액을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함.


ㅇ 최승운 대표의 발제에서는 손해배상만 언급하고 있어서 향후 조성될 기금의 관리와 운용에 대한 언급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함.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운용한다는 것은 현행의 제도상 법인격을 설립한다는 것이고, 법인격이라 함은 이번 사건의 경우 ‘재단’이라 할 수 있음. 모든 재단은 ‘공익법인의 설립 · 운영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음. 만일 가습기 피해와 관련한 특별법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향후 기금 운용은 이러한 법인격 설립과 법인운용에 대한 내용을 따를 수 밖에 없음.


ㅇ 모든 공익법인은 주무부처가 있고(이번 사건의 경우는 환경부가 될 가능성이 높음)정관과 이사회 등을 설치하여야 하며, 결국 기금을 운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법인의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하는 것인가의 문제로 직결되면서, 주무부처를 통해 관리 감독과 때로는 감사를 받는 다는 것을 의미함. 따라서 법인격의 설립은 향후 운용과 관련해서 정부의 개입과 감독이 필수적이며 이를 피해갈 수는 없음.


ㅇ 기금관리 운용의 주체 즉 이사회는 정부와 기업의 간섭을 배제하고 피해자위원과 공익위원의 적정 배분이 핵심적인 사항임. 이것은 가습기 피해 문제의 본질이 앞에서 규정한 것처럼 기업과 정부의 공동과실이라는 성격으로 인하여 불가피한 것임. 또한 법인의 사회적 성격을 강화하고, 피해자 중심의 운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임.


ㅇ 여기서 유의해야할 점이 있음. 만일 피해자 중심이라는 관점이 이사회의 상당수를 피해자가 맡는 것이라면 이것은 시간이 경과할 경우 법인의 사회적 성격이 약해질 수 있음. 피해자의 경우 피해인정에서는 대단히 적극적이지만 일단 피해가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난 후에는 피해자 중심으로 모든 사업을 배치하는 경향이 있음. 또한 사회적 성격만을 강조할 경우 피해자 중심의 법인 운영이 망각되고 피해자가 후순위가 되는 상황도 발생할 우려가 있음. 따라서 기금의 운영, 관리는 피해자 주도성과 사회적 성격이 일정하게 긴장하면서 통일되는 지점에서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함. 참고로 원진재단은 공익위원 5명(이사장 1인 포함), 피해자 4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음.


1-2. 강찬호 대표의 발제에 대한 의견


ㅇ 강대표나 최대표의 발제 모두에서 피해배상이 일시적으로 종결되는 것인지, 향후 필요한 진단비용이나 치료비용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음. 가습기 피해가 갖는 사회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향후 진단비용이나 치료비용 등에 대해 분명한 장치가 있어야 할 것임. 예를들어 향후 진단비용을 건강보험비용에서 지급할 것인지, 피해배상기금에서 지급할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정부예산에서 지급할 것인지가 고려되어야 함. 아울러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피해증상과 일반질병 증상이 중복해서 나타날 경우 혹은 이를 구별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문제 등도 가급적 논의하는 것이 필요함.


ㅇ 강찬호 대표의 발제에서 상당히 유의미하게 판단한 것은 기금을 피해자배상과 사회적 기금으로 나눈 점에 있음. 가습기 피해는 이윤추구만을 모색하는 기업의 반사회적 성격과 정부의 관리감독부재가 빚어낸 종합적 참사라고 규정할 때 향후 이와같은 참사가 두 번다시 되풀이 되지 않는 제도적 장치마련도 중요하지만, 이를 시민차원에서 확산하는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음. 이런 차원에서 사회적 기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함. 다만 이러한 사회적 기금의 문제가 가습기 문제로 한정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음. 가습기 문제는 가습기로 표출된 사회적 문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함. 다시말해 가습기는 기업의 이윤추구와 정부의 관리부재가 빚어낸 사회적 참사의 상징으로 이해하여야 하며, 제2의 가습기, 제3의 가습기가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또 발생해도 안되는 것이지만, 최근의 추세에서 미루어 식품관련 문제나 각종 환경성 재해는 늘 가능성으로 상존하고 있음.


ㅇ 참고로 원진레이온 직업병 문제의 경우 총 356억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이중 처음에는 246억원을 피해배상, 110억원을 일종의 사회적 기금으로 분류하였고, 이후 운용과정에서 피해배상 금액중에서 40억원을 사회적기금으로 전용한 바 있음. 사회적 기금은 직업병 피해자의 치료와 진단을 위한 병원설립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설립, 피해자들의 재활과 친목을 위한 복지관 설립 등에 소요되었음. 이런 경험에 비추어 볼때 가장 기본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피해배상의 개략적 규모를 예상하고, 사회적 기금은 피해배상의 절반 수준에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함. 아울러 피해자가 늘어나 피해배상이 소진될 경우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함.


2. 기금마련과 운용을 위한 종합 제언


ㅇ 기금의 규모는 피해자의 의견이 반영된 피해배상을 결정하고, 가습기 판매 대수 당 일정 인원을 곱하여 산출된 수치를 종합한 금액이 되어야 할 것임. 여기서 핵심은 피해자에 대한 개념이며, 피해자에 대한 개념은 현재의 일반적인 의료가 갖고 있는 수준 상 ‘개연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할 것임.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가 추천하는 의사가 반드시 판정기구에 개입하여야 하며, 피해자가 지정하는 의료기관에서 검사가 진행되어야 함.


ㅇ 가습기 참사에 의한 기금은 피해배상의 성격과 사회적 성격의 양자가 통일된 것으로서 인식하여야 하며, 이에 따라 기금 관리 운용에서도 피해자와 공익대표의 양자가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합리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함. 또한 재단의 합리적 운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위해선 법인설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함.


ㅇ 기금 운용과 관리의 주체로서 피해자나 공익위원 외에 기업이나 정부관리가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정부는 별도의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개입이 보장되어 있으며, 기업은 가해자라는 입장에서 불필요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