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니끼 류(二木 立) [의료경제 · 정책학 탐구]

파랑새호 2019. 2. 24. 06:20

본서 [의료경제 · 정책학 탐구]는 필자인 니끼 류선생(현재는 일본복지대학상담역 · 명예교수)이 자신의 그간의 연구경로와 주요 실증연구를 정리한 대저이다. 니끼선생 연구에 대해서는 선생이 매월 작성하고 있는 뉴스레터를 소켄(總硏)의 웹사이트에 수록하고 있어, 소켄 관계자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또한 일본의료복지정책학회(구 일본의료경제학회)등을 통해서, 선생에게는 많은 학문적 도움을 받았다. 지금까지 지도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본 대저의 매력을 간결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의료정책 연구의 성과와 분석틀 · 개념

그런데 니끼류의 연구는 시기마다 의료정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학적 연구와, 의료경제의 실증분석에 중점을 둔 연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의료정책에 대한 연구와 관련해서 본서에서는 제2부의 <서문, 후기, 목차>에서 문제의식과 논의의 중심포인트를 간결하게 정리했다. 특히 638페이지 이후의(실증연구를 포함해서) 모든 저작의 목차는 이것 자체가 1980년 중반 이후 일본의 의료정책을 관통하고 있어 아주 의미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정책학적 연구에 대해서는 니끼가 지금까지 제기해 왔거나, 연구해 왔던 분석상의 틀 · 개념과 관련하여 본서의 서론 제2절에서 향후 예상하는 3가지 모형, 후생성의 정책 선택기준과 신자유주의 의료개혁의 본질적 딜레마, 21세기 초반의 의료 · 사회보장개혁의 3가지 시나리오라는 형태로 정리해 놓고 있다.

첫째 향후 예상하는 3가지 모형에 대해 니끼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어야 할 의료를 대체하는 첫 번째 모형 혹은 후생성의 최대희망 사항을 실현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지옥의 시나리오>에 경종을 울리면서 두 번째 모형이 아니라 의료에 대한 철저한 실증분석에 기초하여 객관적 · 실증적 예상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현재와 비교하여 변화할 것인가, 변화하지 않을 것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복수의 관점에서 고찰하면서 제3의 모형을 제창한다.

3의 모형으로부터 니끼의 정책연구는 일본의료의 구조변화에 대한 실증분석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조사, 나아가 후생노동성의 공식문서나 정책담장자들의 강연기록에 대한 문헌연구를 바탕으로 의료정책의 구조적 혹은 역사적 분석을 시행했다.

두 번째 <후생성의 정책선택기준><신자유주의적 의료개혁의 본질적 딜레마>는 니끼의 의료정책분석에서 핵심이 될 수 있는 분석틀 · 개념이다. 저자에 의하면 시기마다 다양한 정책안을 제기하더라도 후생노동성의 정책선택기준은 어디까지나 공공의료비의 억제에 놓여있으며, 갑작스러운 상황변화로 인한 대처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책안 중에서 어느 것을 채택하는 가는 거의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같은 개념의 논리적 귀결로서 니끼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의료의 산업화 · 영리화 정책)은 공공 의료비나 총의료비의 증가를 초래하는 한 전면적으로는 풀릴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고이즈미 의료구조개혁이나 TPP협상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냉정하게 논의를 전개하였다.

셋째 <21세기 초반의 의료 · 사회보장개혁의 3가지 시나리오>는 집권층(내각 · 관청 · 자민당 · 경제단체 · 정부계열 연구자 등)의 의료 · 사회보장개혁 시나리오가 1990년 말에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지향하면서 사회보장제도의 부분적인 공공 · 민간의 복층구조화로 분리하고, 공공의료비 · 사회보장비용을 큰 틀에서 확대하는 논의를 포함하면 3종류의 시나리오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니끼는 두 번째로 서술한 신자유주의 본질적인 딜레마에도 유념하면서 아베 현 정부는 이데올로기상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의료 · 사회보장 개혁에서는 신자유주의 일변도의 정책이 아니라, 역대정권의 정책을 일정하게 계승하는 부분 개혁을 지향한다고 평가했다.

필자로서는 니끼선생의 일련의 의료정책연구로부터 이런 주장이나 예상의 옳고 그름만이 아니라, 오히려 정책분석을 지탱하는 엄밀하고 철저한 자료분석과, 이런 분석으로 얻게 된 내용을 포함하여 분석틀 · 개념을 독자적으로 제기한 것에 연구자로서 배워야할 내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역량을 달리하는 사람이 선생과 동일한 수준에서 내용을 논의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어떤 하나의 주제라도 리얼하고 투철한 정책분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2. 의료경제의 실증분석과 의료공급체제의 변모 복합체와 IDS에 대하여

의료정책연구와 병행하여 본서의 주요 내용을 구성하는 것은 니끼의 주요 실증연구논문 26편을 수록한 제1부이다. 실증연구 파트에서는 뇌졸중 재활과 지역 · 재가 케어의 경제분석, 인구고령화와 의료비증가, 기술진보와 의료비증가, 의료공급체제의 변모(병원체인에서 복합기관으로), 의사의 소득과 근무형태 및 의사수와 의료비의 관계, 종말기 의료비라는 6개의 실증연구를 수록했다. 아울러 보론에서는 평균재원일수의 결정요인, 의료만족도의 국제 비교, 비급여(보험외) 부담의 전국조사에 대해서도 소개하였다.

이와같은 주요 실증연구의 전부를 소개하는 것은 필자의 역량을 넘는 작업이고, 독자 여러분이 관심에 따라 수록논문을 선별해서 정독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미국의 의료정책과 의료산업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본서 중에서도 특별히 보건 · 의료 · 복지복합기관과 IDS의 미일비교연구’(본서 제1부 제4장 제4)에 흥미를 갖고 있다. 여기서는 미국의 IDS(Integrated Delivery Systems ; 통합의료공급 시스템)에 대하여 IDS의 정의 · 용어와 실태, IDS의 전체적인 양상, IDS의 경영적 경제적 효과 연구를 정리하면서, 니끼 등의 연구그룹이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시행한 현지조사결과를 보고하였다.

첫째 IDS의 개념에 대해, IDS연구의 제1인자인 쇼텔 등의 정의 특정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일련의 의료를 조정하여 제공하는 의료공급조직 네트웍-은 규범적인 정의이며, 통합 범위와 내용을 반영하여 그 이외에도 다양한 정의나 용어를 사용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통합에는 소유권의 통합만이 아니라, 독립한 기관들 간의 전략적 제휴에 기초한 가상통합도 포함하고 있고, 실제 통합조직은 이런 두 방향의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IDS의 실태에 대해 미국에서 통합의 주역은 의사와 병원과 의료보험 회사이고, 그중에서도 의사와 병원의 결합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서술했다. 미국의 대다수 병원은 오픈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주에 따라 병원이 의사를 고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봉직의는 대부분 존재하지 않고, 입원진료나 외래진료, 응급의료마저도 병원과 계약한 의사 · 의사그룹이 담당해 왔다. 이런 점에서 다수의 봉직의가 근무하는 일본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IDS는 병원이 의사그룹을 매입하거나 계약하는 것으로 병원과 의사의 통합을 실현한다. 병원과 의사의 통합에 대해 니끼는 얼핏보면 일본 쪽이 훨씬 진보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대개가 개별 병원의 틀 안에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부설진료소를 운영하는 병원이나 복합기관은 일부라는 점, 반면 미국은 병원의 틀을 넘어서 지역의료의 상당부분을 통합하고, 병원으로 통합된 의사는 사실상 부설진료소에서 진료하는 등 실제적으론 훨씬 통합을 진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의사 · 병원과 의료보험회사(관리의료)를 통합한 IDS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IDS라고 해야 한다. 다만 IDS의 대부분은 병원을 모체로 하고 있고 여기에 보험회사가 참여한다는 점, 또한 도시지역에서는 의료보험 회사 간의 경쟁이 심하고, 특히 1997년 재정조정법 이후 보험회사(관리의료)의 경영이 악화했으며, 의료보험회사(관리의료)를 매각 · 분리하는 IDS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IDS는 수치상으로는 적다는 점이다.

둘째, IDS의 전체적인 양상에 대해 미국병원협회의 통계와 SMG그룹 조사회사에 의한 통계를 제시하며, IDS의 특징을 정리하고, 일본의 복합기관(민간병원 · 특별양로홈 · 노건센타를 셋트로 개설한 그룹)과 비교도 시행했다. 분석 결과, 미국의 IDS(최고통합시스템)의 대다수가 대규모인 것에 비하여, 일본의 복합기관은 중소병원 중심의 조직이 많다는 점, IDS가 급성기의료 중심의 통합인 것에 비하여 복합기관은 만성기케어와의 통합이 중심이라는 점, 미국에서는 의사 · 의사그룹이 소유하는 병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다는 점, IDS의 대부분이 도시지역에 설립했고, 광역 진료권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하여 복합기관은 도시지역은 적고, 진료권도 협소하다는 점, IDS는 모든 일차병원(비연방 정부설립 단기 일반병원)4분의 1을 차지하고, 도시지역에서는 IDS가 장악한 지역이 많다는 점에 대해 복합기관은 총 병원수의 몇%에 불과하고, 병원시장에서의 비중도 많지 않아 과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셋째, IDS에 대한 대표적인 실증연구(-아만, 로빈슨, 쇼텔, 콧딩톤 등)를 검토하고, 소유권통합과 가상통합의 비교 연구도 있지만, 양자는 연속기관으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 ID의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보시스템의 구축이 핵심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런 점에 대해서는 연구자 · 실무진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점, IDS의 특징이나 경영 경제적 효과의 실증연구는 증가하고 있으나 일정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넷째, 캘리포니아주 남부 두 곳의 IDS(Sharp HealthcareCatholic Healthcare West)의 현지조사에서 얻은 내용으로서, 시장경쟁 속에서 비영리조직의 합리적 경영 사명감을 갖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의 의미, 응급의료에서 무보험자에 대한 무료제공 시행 등, 비영리병원(특히 CHW)이 미국의료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점, 비영리병원도 다른 병원과의 합병 · 매수를 통해 1980~90년대에 조직을 크게 확장했다는 점(199911월에는 전미 최대의 가톨릭의료조직인 Ascension health가 탄생함), 급성기 의료의 틀 안에서 통합을 중심으로 방문간호나 재가케어와의 통합은 비중이 작다는 점, IDS의 경영간부가 IDS의 핵심은 병원과 의사의 통합에 있고, 최대의 장점은 보험회사(관리의료)와의 교섭력 강화를 강조했다는 점, 1997년 재정조정법에 따라 의료비 삭감이 병원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정보화에 대한 투자는 총수익의 몇%로서 전미평균 수준이라는 점이 일반과 비교해서 크다는 점, PACE(고령화 포괄케어 프로그램)이나 소셜HMO(급성기의료와 만성기케어의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메디케어 모델사업), 급성기 의료와 만성기 케어의 통합사례도 적다는 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니끼는 미일의료 비교연구에 대해 양 국간의 이질성이 크고, 미국의 의료제도나 정책을 아무런 고려없이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 따라서 일본의료의 개혁은 어디까지나 일본의료의 역사와 현실에 기초하여 시행해야 한다.”(368) 분명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의료의 국제비교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잊어서는 안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역시 소겐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은 것을 포함해서 수차례 미국의료의 현지조사를 시행했다. IDS에 대해서는 특히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나 베스이스라엘병원 등을 포함하는 파트너스사(Partners Healthcare, 보스턴시)에서 역시 보험회사와의 갈등과 정보시스템을 활용하는 의료관리 방식에 대한 내용을 학습하는 기회를 경험했다.(상세한 내용은 미국의료 조사단 저, ‘고민하는 시장원리의 미국의료아케비쇼보, 2001, 4장을 참조)

IDS에 관한 최근의 논의로서, 전문학술지만이 아니라, 미국의 산업조직론의 정식텍스트(J.W. Brock, ed. The Structure of American Industry, Thirteenth edition. 2016)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동 텍스트의 기술에 따르면 1990년대에 병원 · 병원그룹이 IDS형성에 참여하였고, 의사와의 제휴-의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를 포함해서 의료의 연속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한다. 또한 IDSHMO와의 계약을 추진하고 그중에서는 법률상의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HMO로 전환한 IDS도 있다고 한다. 다만 이후 HMO의 시장 비중이 낮아지는 것과 병행하여 HMO와의 통합에 관한 병원 측의 관심도 낮아지고 있는 양상이다.(역시, 병원자신의 수평적 통합도 추진하여 어떤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부터 2010년에 걸쳐 시장의 집중도를 나타내는 허핀들 지수Herfindahl index가 병원업에서는 40%나 증가했다고 한다.) 병원과 의사의 통합성과에 대해서는 니끼가 1990년대 후반에 문헌 검토를 했을 때와 비슷하게 실증연구는 비교적 없으며, 관점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도 병원이 의사그룹을 소유하는 것에서, 의료 가격과 비용이 오히려 증가하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가 있다.(Baker and Bundorf, et al., “Vertical Integration : Hospital Ownership of Phtsician Practics Is Associated with Higher Prices and Spending”, Health Affairs 33(2014) : 756-63).

또 하나 무보험자 등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 기능에 대해서는 니끼가 소개한 종교계열의 비영리병원(CHW)와 함께, · 지방정부(, , 구 병원 등)가 설립한 공공병원도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충하고자 한다. 필자가 2015년에 워싱턴 D.C에서 시행한 현지조사에서는 시(워싱턴 특별행정구)가 설립한 United Medical Center(다만 경영불안을 거쳐 현재의 경영자는 민간기업출신 인사이다)에서 빈곤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원서비스(Enabling Service)와 방문지원활동의 참여에 대한 내용을 조사함과 동시에 공공병원의 전국단체인 America’s Essential Hospitals를 방문하여 공공병원의 현상과 역할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상세한 내용은 [외국에서 사회포괄지향의 의료정책 추진에 대한 연구]비영리 · 협동종합연구소 이노치토쿠라시 2012년도 지원연구성과보고서, 20166월 참조)

미국에서는 공공병원이나 코뮤니티 헬스센터 등 주로 무보험자나 의료취약계층의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코어)세이프티넷 프로바이더로 부른다. 이런 시설들이 다수의 무보험자가 존재하고 있는 미국의료를 지탱하는 것이면서, 지불이 어려운 환자의 진료비용의 대부분은 연방정부의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DSH지불이나 주 · 지방정부 독자적인 의료지원제도 등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세이프티 넷 프로바이더에 대해서는 기존 미국의료제도의 연구와는 상당히 다른 주제이며, 향후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본서의 소개로서는 본서가 갖고 있는 매력의 극히 일부만을 전달할 수밖에 벗다. 수록된 다른 주제의 실증연구도 상당히 흥미가 깊어 끝까지 통독을 한다면 독자여러분은 의료경제 · 정책학의 학문적인 폭과 깊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서는 니끼 선생의 연구에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부터 의료경제나 의료정책에 대한 연구과 교육, 혹은 의료운동과 관계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필독서라고 평가할 수있을 것이다.

(다카야마 카즈오 高山一夫, 교토 다찌바나橘大學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