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현단계와 세계의 정치적 변화
류큐(琉球)대학 준교수 니노미야 겐(二宮 元)
서론
2016년 6월, 영국에서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있었으며, 예상과는 달리 탈퇴로 결정되었다. 아울러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있었으며, 이것도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계속해서 2017년은 유럽 각국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선거의 해였다. 3월에는 네덜란드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반 유럽연합, 반 이슬람을 내건 대단히 국수주의적 주장을 해 온 헤이르트 빌더스의 자유당이 제2당으로 대두하였다. 4~5월의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국민전선이라는 극우정당의 대표인 마리 르펜이 많은 지지를 받았으며, 결선투표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9월에는 독일연방의회 선거가 있었으며, “독일을 위한 선택”이라면서, 역시 반 유럽연합, 반 이민을 내건 신생정당이 12.6%의 득표로 94석을 획득하였다. 독일의 선거제도는 비례대표제이지만, 득표율이 5%를 넘지 못하면 의석을 얻을 수 없다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극우정당은 거의 의석을 얻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단숨에 한 축을 담당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던 것이다.
① 세계 각국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현재 유럽에서는 대단히 큰 정치적 변화가 발생하는 중이며, 대체로 3가지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첫 번째는 배타적인 극우세력이 지지율 증가를 통해 대두하고 있는 점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는 대조적으로 새로운 좌파정당에 대한 지지가 증가하고 있다. 전후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중도좌파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큰 정치세력으로 존재하고 있었고, 이들의 왼쪽에 공산당이 자리 잡는 정당구도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왔다. 소련 붕괴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산당이 없어지고, 중도좌파 정당보다도 더 왼쪽 정당에 대해선 존재감을 상실해버렸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크게 변하고 있으며, 새로운 급진 좌익정당이 대두하였다. 세 번째는 기존 정당이 몰락하는 것이다. 특히 중도좌파를 표방해 온 전통적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급속하게 지지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② 2017년 프랑스 대통령선거
위와 같은 3가지 변화는 프랑스대통령 선거에도 확실하게 드러났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2차 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1차 투표를 시행하고, 득표가 과반수를 넘는 후보자가 나올 경우에는 그대로 대통령에 당선되지만, 통상 나오지 않는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인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결선투표를 시행한다. 이번에는 에마뉘엘 마크롱과 마리 르펜이 남아 결선투표를 시행하였고,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탄생했다.
프랑스에서는 보수정당과 사회당이라는 두개의 정치세력이 전통적으로 큰 지위를 차지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두개 정당의 후보자가 결선투표에 남았던 것이 통상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례적으로 보수정당인 공화당 후보와, 사회당 후보는 누구도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했다. 특히 사회당의 아몽은 1차 투표에서 불과 6.36%밖에 득표하지 못했으며, 5번째로 밀려났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지지율이 증가했던 것은 좌파정당 쟝 뤼크 멜랑숑이었다. 멜랑숑은 원래 사회당 좌파계 국회의원이었지만, 당을 나와 새로운 좌파세력을 결집하여 정당을 만들어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했다. 1차 투표에서 19.6%의 득표율을 얻어 4위를 기록했다. 요컨대 이번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는 극우의 마리 르펜이 약진했을 뿐만 아니라, 좌파의 멜랑숑이 대두하였고, 사회당의 아몽이 몰락했다. 말하자면 현재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변화를 대단히 상징하는 선거였던 것이다.
1. 신자유주의 정치의 새로운 단계 - 3가지 시기구분
필자는 현재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러한 정치 변화는 1980년 이후 30년 이상 지속되어 온 신자유주의 정치가 초래한 하나의 귀결점이라고 판단한다. 신자유주의 정치에서 축적되어 온 다양한 모순이 지각변동을 발생시킨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치 전개가 왜 앞에서 서술한 정치적 변화로 귀착되었는가? 이점을 분명하게 해명하기 위해서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치의 흐름을 3개의 시기로 구분하여 파악하는 것이 좋다.
표1.
| 신자유주의 정치 | 경제적 구조 | 대항운동 |
제1기 1980년대~90년대 전반 | 급진적 신자유주의 개혁 | 전후 포디즘 경제에서 글로벌 자본주의로의 전환, 글로벌한 금융시장의 발달 | 노동운동에 의한 저항 |
제2기 90년대 전반~ 2008년 | ‘제3의길’형 신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의 신자유주의 화 신자유주의 컨세서스 성립 | 글로벌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축적구조의 성립 격차발생과 금융화 병행 | 글로벌 저스티스운동(GJM)/대안 글로벌라이제이션 운동 |
제3단계 2008년 이후 | 신자유주의적 긴축 신자유주의형 양당구조의 위기 | 신자유주의적 축적파탄 금융위기 -> 은행위기 -> 채무위기의 연쇄 | 새로운 반긴축좌파(배타주의 우익) |
(1) 신자유주의 정치 제1기(1980년대~90년대 전반)
신자유주의 정치의 제1기는 1980년대부터 90년대 전반에 걸친 약 15년간의 시기다. 이 때의 신자유주의를 상징하는 것은 영국의 대처나 미국의 레이건 신자유주의 개혁이다. 대단히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개혁, 이데올로기 측면에서도 대단히 원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왜 원리적인가 라고 묻는다면, 기존 구조의 파괴를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답변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파괴적 공격적인 측면을 전면에 부각했다. 유럽의 경우에는 전후 사회의 안정을 지탱시켜 온 케인즈 주의적인 복지국가를 크게 해체하고 재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a)급진적인 신자유주의 개혁
제1기의 급진적 신자유주의 개혁이 어떻게 복지국가를 해체했던가, 두 가지 점이 중요하다.
첫 번째는 세제와 사회보장을 재편하고, 사회의 평등화를 시도해 왔던 복지국가의 소득재분배적 역할을 후퇴시켰다.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이때까지 많은 국가에서 70~80%였지만, 50% 전후로 인하되어 누진적 성격을 완화했다. 나아가 법인세도 인하했다. 기업이나 부유층에게 세금을 거둬 사회보장으로 돌리는 것이 전후 복지국가의 중요한 역할이었지만, 신자유주의 개혁 속에서 소득재분배의 역할은 크게 후퇴했다. 아울러 법인세나 소득세를 감세했던 대신에, 유럽에서는 일본의 소비세에 해당하는 VAT(부가가치세)가 증가했다.
두 번째는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노동시장의 규제완화를 시행하고, 고용파괴와 불안전화를 급속하게 추진했다. 영국 대처정권 밑에서 이때에만 400만 명에 가까운 실업자가 발생했다. 전후 영국에서는 오랜 기간, “실업자가 100만 명이 넘으면 정권이 무너진다.”고 할 정도였지만, 4배가 넘는 실업자가 발생했다. 나아가 1984~85년 탄광파업으로 대표하는 바와 같이 격렬한 노동조합의 공격이 있었지만, 오히려 노동조합이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과정에서 비정규고용이 증가하고,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었다.
이와 같은 개혁은 글로벌 자본을 영국에 투입하기 위한 조치였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닛산자동차나 히다치 제작소라 불리는 기업이 영국에 진출했다. 영국의 대단히 강한 노동조합 밑에서는 일본의 경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대처정권 밑에서는 노동조합이 약해졌기 때문에 일본기업도 영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b) 포디즘 경제로부터의 전환
이러한 개혁이 추진된 배경에는 전후 세계의 호경기를 지탱해온 포디즘 형태의 경제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문제가 있다. 전후 포디즘 경제에서는 가전제품이나 자동차가 대량으로 싼 값에 만들어졌으며, 그것을 노동자가 소비하는 형태로 국내시장을 중심에 둔 대량생산, 대량소비 경제가 조성되었고, 고도성장을 실현했다. 높은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 쪽에서도 노동자에게 어느 정도 높은 임금을 지불하였고, 사회보장을 지탱할 수 있는 재정부담을 용인했다.
이런 정책은 70년대에 들어서면서 각국 경제가 인플레와 실업증가에 직면하는 소위 “스태그플레이션”상태에 빠지면서, 경제적으로 침체상태를 나타냈다. 아울러 당시까지 자국에 한정되어 있던 자본의 글로벌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포디즘형 경제에서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 구조로 각국의 경제구조가 크게 변해 갔다.
제1기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대처나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개혁은 그러한 자본의 글로벌화를 촉진하는 의미가 있었다. 특히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글로벌한 자본의 흐름 속에서 금융부문을 규제완화 해주고 강화시키는 정책을 채택했다. 이 결과, 글로벌 금융시장이 발전하였고,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형 경제가 세계적으로 조성되어 갔던 것이다.
(c) 노동운동의 저항
한편, 이 시기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운동은 전후 복지국가를 지탱해온 기존 노동운동의 저항이라는 형태를 나타냈다.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영국 탄광파업이나 미국의 경우 레이건 정권과 투쟁했던 항공관제사의 파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다만 어느 곳도 노동자 쪽의 패배로 끝났으며, 노동조합의 힘이 약해져 가는 계기로 작용했다.
(2) 신자유주의 정치의 제2기(1990년대 후반 ~ 2008년)
(a) “제3의길”형태의 신자유주의
1990년대 후반부터 신자유주의 정치의 제2기에 들어선다. 이 시기 변화의 한 가지 지표는 1997년~98년에 유럽 각국에서 사회민주주의 정권이 차례로 탄생했던 점을 제시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 정권이 탄생하고, 프랑스에서는 사회당이 의회선거에서 승리하여 죠스팽 내각이 탄생했다. 독일에서도 사회민주당의 슈뢰더 정권이 나타나고, EU가맹 14개 국가 중 12개국에서 사회민주주의 정권이 탄생하는 시대가 90년대 후반에 시작했던 것이다.
당초에 많은 정치학자들은 “사회민주주의의 시대가 열리고, 신자유주의는 끝났다.”고 판단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신자유주의에 종지부를 찍지 못했으며, 오히려 제1기 신자유주의 개혁을 지탱하였다. 다만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단순하게 신자유주의 개혁을 계승 했다기 보다는 일정하게 수정한 상태로 진행했다. 이것이 제2기의 신자유주의 정치를 특징짓는 모습이다.
필자는 제1기의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에 대비하여 제2기는“제3의길”형태의 신자유주의로 부른다. 영국의 블레어정부가 내걸었던 “제3의길”에 착안한 것이다. “제3의길”은 한마디로 말하면, 대처식의 신자유주의가 추구했던 “경제적 효율성”에 덧붙여, “사회적인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노선이었다. 제1기의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은 고용불안정이나 사회의 불평등확대 등 다양한 사회적 모순을 발생시켰기 때문에, 그대로는 신자유주의를 지속할 수가 없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사회적인 불만이나 반항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개혁의 결과 발생한 다양한 부정적 측면에 대해 일정한 대응조치를 채택하여 불만이나 반항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신자유주의 개혁을 지속시키자는 노선으로서 “제3의길”형태의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것이다. 이것은 본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세력이었던 사회민주주의가 신자유주의화 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보수정당이나 사회민주주의 정당 사이에 새로운 신자유주의형태의 양당구조가 성립했다. 양당구조 하에서 신자유주의 개혁은 안정적으로 지속되었다.
① “제3의길”형태를 가능하게 만든 두 가지 조건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제3의길”형태의 신자유주의는 이 당시에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정치노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조건은 두 가지였다. 현재는 상실된 조건이다.
조건의 첫 번째는 90년대 후반부터 2008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하기까지의 시기, 세계경제가 전체적으로 안정된 시기였다. 97년에 아시아 경제위기가 발생했지만, 선진국 경제는 비교적 착실한 성장을 구가했던 시기였다. 실업문제도 일정한 개선을 달성했고, 경제성장으로 세수도 증가하여 재정 잉여가 발생했다. 예를 들면 영국의 블레어 정권 하에서 실업 감소, 빈곤문제 개선, 더 나아가 의료나 교육에 대한 공공지출 확대도 가능했던 배경에는 경제상황이 비교적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뒤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이 시기의 경제 개선은 신자유주의 모순으로 성립했으며, 조기 파탄할 수밖에 없는 성격이었다.
두 번째 조건은 “제3의길”형태의 신자유주의는 유럽통합이라는 구조 밑에서 수립했던 노선이었다. 유럽에서는 93년에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발효시켜 시장통합을 추진했으며, 98년에는 공통통화로서 유로를 도입했다. 사실 유럽통합은 “제3의길”형태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인 측면과 그렇지 않은 측면 모두를 갖고 있었으며, 그런 점에서 양자는 대단히 친화적 성격을 나타냈다. 유럽시장의 통합은 한편에서는 자본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여 자본 활동을 자유롭게 확장하려는 측면으로 인하여 회원국가에 대한 경제의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 개혁을 강제하는 측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적 유럽”이라는 말이 사용된 바와 같이, 유럽통합에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경제사회모델을 EU단위에서 실현하자는 구상도 포함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시장통합에 더해 노동시장의 규제도 통일기준을 마련하여 EU에 도입하자는 시도가 있었다. 글로벌한 자본을 한 국가의 힘으로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따라서 EU와 같은 국가연합의 틀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자본을 규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 각국의 사회민주주의 세력 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한편에서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미국의 약육강식 형 자본주의와는 다른 사회적 자본주의를 지향하려는, 말하자면 EU의 대단히 모순된 양면성이 바로“제3의길”형태가 갖고 있는 양면성에 다름 아니다. 이 시기 사회민주주의는 유럽통합 적극적 추진이라는 입장을 채택하여 신자유주의와 기존 사회민주주의를 양립시키려했던 것이다.
② 신자유주의적 컨센서스 정치의 조성
이상에서와 같이, 제2기에는 기존 복지국가 담당주체였던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신자유주의화 한 것에서 양당 구조 하에 신자유주의 노선을 내세운 “신자유주의적 컨센서스 정치”를 조성했다. 이로부터 정권교체가 발생해도, 신자유주의 개혁은 지속되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쪽에서 본다면 대단히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정치적인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볼 경우, 큰 문제와 모순을 안고 있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만이나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투표할 곳, 지지할 곳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 1997년에 블레어정권이 탄생했을 때에는 블레어를 지지한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를 끝내고 예전의 복지국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001년에 시행된 차기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71%에서 59%로 급감했다. 영국으로 한정하지 않고 유럽으로 확대한다면 전후 일상적인 투표율은 70~80대로 상당히 높았지만, 현재는 10~20% 하락하여 60%대, 심한 경우에는 50%대까지 하락했다. 이것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청년세대가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단순한 이유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양당 구조 하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지지정당을 상실해 버린 결과이며, 민주주의의 공동화, 형해화를 초래한 문제로서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b) 글로벌 자본주의의 축적구조
① 금융중심의 축적구조의 성립
제1기와 마찬가지로 제2기도 경제적으로는 안정된 상태였는데, 이는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축적구조가 일시적으로 잘 작동되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자본주의의 큰 특징은 사회의 불평등 격차와 금융화가 손을 잡고 동시에 쌍끌이로 진행한 점에 있다. 경제 속에서 금융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단순히 금융시장에 대하 규제완화 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개혁 속에서 사회의 불평등 격차를 강화했다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불평등 격차”라는 것은 1%대 99%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부 부유층에 대한 부의 집중과, 대다수 사람의 빈곤화라는 두 가지 변화를 초래했다. 즉 우선 첫째로, 격차가 강화되고 일부 부유층에게 부가 집중하여, 잉여자금의 원천이 되어 금융시장으로 유입한다. 금융시장이 활성화하고,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불평등 격차가 발생시킨 잉여자금 때문이다. 소득 재분배가 작동해서 사회가 어느 정도 평등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보통의 사람은 자신의 생활에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한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에게 부가 집중하기 때문에 투자하는 자금이 증대했던 것이다. 두 번째로 불평등 격차가 갖고 있는 다른 또 하나의 측면은 사회의 빈곤화가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서, 금융화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선 신자유주의 개혁 속에서 고용파괴와 불안정화가 진행되어 가고, 임금은 전반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임금이 낮아져 가계 수입이 감소하면, 소비생활을 지탱하기 위해 대출을 실행해서 보충해야 할 상황이 늘어난다. 즉 소득이 낮아지면 가계가 대출이라는 형태로 금융시장에 편입해 가는 것이다. 전형적으로 나타난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이다. 나아가 신자유주의 개혁 속에서 사회보장이나 공공서비스를 삭감한 것 - 이것이 빈곤화의 원인이지만-도 금융화의 원인이다. 예를 들면 교육보장비용을 삭감해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하면 비례하여 학자금 융자가 증가한다. 공공 의료보험을 축소하면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이 발달한다. 말하자면 복지국가가 후퇴 축소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틈새가 금융시장이 파고드는 새로운 수익사업의 대상인 것이다.
② 신자유주의 형 축적의 순환
실은 이렇게 확대된 금융시장이 신자유주의 경제를 일시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림 1을 보자. 신자유주의 이전의 포디즘형 경제를 생각해 본다면, 여기서는 다음과 같은 순환이 성립한다. 경제가 성장 하면 기업이나 부유층이 부를 모으지만, 복지국가가 그것을 세금으로 흡수한다. 아울러 복지국가가 세수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보장을 시행하여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진다. 그에 따라 사회의 대중적 구매력이 상승하고 소비시장이 활성화하며, 이익을 달성하는 기업이나 부유층으로 부가 집중한다. 그것을 다시 한 번 복지국가로 흡수하고 .....하는 순환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복지국가의 소득재분배를 크게 후퇴시켜 고용파괴도 서슴지 않고, 전체적으로 대중 구매력이 낮아져 버린다. 결과적으로 포디즘에서 나타난 경제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끊어진 순환을 일시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 금융시장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순환에서는 기업이나 부유층에게 축적된 부는 세금으로 흡수되지 않고 금융시장에 투자되며, 금융시장의 대출형태로 사회에 유입한다. 빈곤층이 금융기관에 직접 돈을 빌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경우가 있다면, 정부가 은행에 돈을 빌려 재정으로 지출한 영국과 같은 경우도 있다. 여하튼 금융시장이 소득재분배와 비슷한 역할을 시행하는 것이며, 대중적인 구매력을 재건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제2기 신자유주의 경제의 표면적인 호조를 지탱했던 것은 바로 이런 구조 때문이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은 부채로 지탱한 순환이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때문에 2008년 리먼 쇼크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경제 모순이 일거에 표면화해버렸고, 세계경제는 침체국면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림1
(c) 신자유주의적 글로벌화에 반대하는 새로운 사회운동
이처럼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커다란 정치적 경제적 변화가 발생하는 중에 제2기에 이르러서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이 등장했다. 제1기에 신자유주의에 대항했던 노동운동은 약해지고 말았다. 이를 대신해서 글로벌 대항운동이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처음엔 “글로벌리즘 반대 운동”으로 불렸지만, 운동의 측면에서 단순하게 글로벌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저스티스운동”이랄까 혹은 “대안 지구화 운동”으로 부르고 있다. “대안”이라는 것은 “다른 또 하나”라는 의미에서 즉 신자유주의 지구화와 관계하는 다른 하나의 지구화, 보다 공정한 지구화를 지향하는 운동으로 나타났던 것이 제2기 대항운동이다. 예를 들면 무역의 자유화를 추진하는 WTO(세계무역기구)의 각료회의를 진행하는 장소나 G8 정상회담의 개최장소에 세계로부터 NGO나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모여 항의활동을 하는 식의 운동이다. 또한 2001년 이후에는 “세계사회포럼”이 년 1회 열리고 있으며, 세계 속의 활동가들 교류와 의견교환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매년 스위스의 다보스라는 휴양지에서 세계 경제 ․ 정치 엘리트가 한 곳에 모여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이라는 회의가 있지만, 이런 엘리트 중심의 글로벌화에 대항하여 민중에 의한 밑으로부터의 지구화를 지향하는 것이 세계사회포럼이다.
이 시기 글로벌 저스티스 운동은 주변국, 특히 남미국가로부터 신자유주의에 대해 문제제기라는 특징이 있다. 주장의 내용을 보면 개발도상국 채무의 탕감이나 국제적 금융거래에 대한 과세 등 글로벌 수준의 정치요구를 내걸고 있으며, 실제로 WTO주도의 무역자유화에 제동을 거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 다만 선진국의 국내정치에 대해선 아무래도 큰 힘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글로벌 저스티스 운동에는 또 하나, 아나키즘의 영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로인해 의회정치나 정당 참여에 대해선 대단히 부정적이다. 거리 시위나 항의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정치를 이용하여 사회를 변화시켜 간다는 발상은 희박하다. 따라서 아무래도 국내정치를 향한 행동은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운동을 통해서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세계 각국 활동가들이 모여들고, 네트웍을 형성해 가는 것은 중요하다. 뒤에서 서술하는 현재 제3기의 대항운동은 이러한 네트웍을 기반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3) 신자유주의 제3기(2008년~ 현재)
(a) 금융주도형 축적구조의 파탄
2008년 리먼쇼크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이어졌으며, 세계동시불황에 돌입했다. 이때 이후 현재에 이르는 시기가 신자유주의 정치의 제3기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위기는 대출금으로 유지해 온 경제가 파탄난 것에서 발생하였다. 금융위기 직후 선진국 정부는 일시적으로 케인즈주의 적인 정책대응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경기회복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시행하고, 경영위기에 빠진 은행을 국유화하거나,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구제하는 등 국가의 역할을 확대했다. 얼핏 보면 신자유주의 시대가 끝난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2009년 말에 그리스 정권교체가 발생하고, 재정 악화를 숨겨왔음이 분명해지자, 유럽 각국은 일시에 긴축정책으로 전환했다. 긴축정책은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을 위해 확대 지출했던 재정을 다시 줄이고, 사회보장이나 공공서비스를 삭감하는 행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2기의 “제3의길”형태와 같은, 사회적 공정성이라는 얇은 막을 걸친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제1기의 급진적인 신자유주의로 복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각국에서 공무원 감축이나 연금지급 개시연령 인상, 혹은 지급액의 인하, 의료나 교육에 대한 지출 삭감,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완화 등 대단히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해 갔다.
(b) 신자유주의적 긴축정치
① 긴축정책의 의미
신자유주의적인 긴축정책은 각국 국민에 대해 너무 많이 증가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대책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본다면 파탄나고 있는 상황이다. 긴축정책을 실행한다면, 국가 재정지출은 축소하고, 노동자의 임금도 하락하기 때문에, 소비가 정체하고 경제가 침체하여 세수도 줄어들고, 채무를 상환할 수 없게 된다. 그리스에서는 긴축정책의 결과, GDP는 2009년 이전보다도 약 4분의1이 감소했다. 국가의 재정상태는 통상 GDP와 비교한 채무 수준에 따라 평가할 수 있으나, 그리스의 재정상태는 긴축정책의 결과 계속해서 악화했다. 채무를 줄인다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긴축정책은 역효과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축정책을 계속해서 채택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 이것은 정치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첫째 긴축정책은 금융위기 속에서 권위를 실추한 신자유주의 헤게모니를 부활시키려는 노림수가 있다.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금융위기 후 경기부양 대책으로 일시적인 케인즈주의 부활이 나타났지만, 다시 한번 신자유주의 쪽으로 되돌리고 싶은 의도가 긴축정책을 채택하게 한 것이다. 둘째, 금융위기에 따른 부담을 누가 질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금융위기 후 국가 채무가 증가한 최대 원인은 경기대책이나 은행구제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 단물을 빨아온 글로벌 기업이나 은행자본을 우대하는 신자유주의를 계속해서 유지하려는 대단히 계급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를 유지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신자유주의로부터 전환 탈피할 것인가의 진로를 둘러싼, 긴축인가 긴축반대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의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②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혼란과 지지율 하락
이런 과정에 현재 유럽에서는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큰 정치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많은 국가에서 “제3의길”형태의 신자유주의가 급속하게 몰락하고 있다. “제3의길”형태는 긴축정치 속에서 존재근거를 상실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먼저 “제3의길”형태는 제2기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제를 바탕으로 나타난 것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이런 조건을 상실해버렸다. 불황속에서 실업문제가 특히 청년층에게 심각해지는 한편, 재정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사회적 공정성을 위한 비용을 조달할 수가 없었다. 기존의 “제3의길”형태를 추구했던 세력은 이미 보수정당의 “긴축 강화”에 대해 “긴축 경감”을 대치하는 수준밖에 시행할 수 없었다. 나아가 “제3의길”형태를 지탱했던 다른 하나의 조건이었던 유럽통합이라는 구조도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어졌다. 현재 EU는 “사회적 유럽”이지만, 그리스 등 채무위기에 빠진 국가에 대해선 엄격한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기관역하를 하고 있다. EU의 신자유주의 측면이 노골화되는 과정에서 “제3의길”형태는 사회적 공정성을 실현하는 전망을 전혀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반영하여 사회민주주의 정당에 대한 지지는 현재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각국의 사회민주주의 정당 득표율에 대하여 1990~2008년의 평균 득표율과 2009년 이후 평균 득표율을 비교하여 본다면, 10~20% 전후 하락을 나타내고 있다.(표2를 참조)
표2.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득표율
| 1990~2008년 평균(a) | 09년 | 10년 | 11년 | 12년 | 13년 | 14년 | 15년 | 16년 | 17년 | 2009년 이후 평균(b) | (a)- (b) |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 | 35.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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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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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8 | -8.9 |
독일 사회민주당 | 36.7 | 2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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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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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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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4 | -12.4 |
영국노동당 | 38.4 |
| 29.0 |
|
|
|
| 30.4 |
| 40.0 | 33.1 | -5.2 |
프랑스사회당 | 22.5 |
|
|
| 29.4 |
|
|
|
| 7.4 | 18.4 | -4.1 |
네덜란드노동당 | 23.3 |
| 19.6 |
| 24.8 |
|
|
|
| 5.7 | 16.7 | -6.6 |
노르웨이노동당 | 32.2 | 35.4 |
|
|
| 30.8 |
|
|
|
| 33.1 | +0.9 |
스웨덴사회민주당 | 38.9 |
| 30.7 |
|
|
| 31.0 |
|
|
| 30.9 | -8.0 |
덴마크사회민주당 | 31.4 |
|
| 24.8 |
|
|
| 26.3 |
|
| 25.6 | -5.8 |
전그리스사회민주당 | 41.6 | 43.9 |
|
| 13.2 |
|
| 4.7 |
|
| 20.6 | -21.0 |
스페인사회민주당 | 39.4 |
|
| 28.8 |
|
|
| 22.0 | 22.6 |
| 24.5 | -15.0 |
포르투칼사회민주당 | 40.0 | 36.6 |
| 28.0 |
|
|
| 32.4 |
|
| 32.3 | -7.6 |
예를들면 프랑스 사회당은 1990~2008년에 평균 22.5%의 득표를 얻었지만, 2017년의 선거에서는 7.4%까지 격감했다. 사회적 공정성을 내걸어 온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그런 내용을 포기하고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갈아타 버렸기 때문에 급속하게 지지를 상실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것이다.
한편 대조적으로 영국 노동당의 사례가 있다. 영국 노동당은 처음엔 아주 소극적인 긴축노선을 채택했지만, 2015년 선거에서 패배 한 후, 당내 가장 좌파로 평가받는 제레미 코빈을 총재로 선출하고, 긴축반대 정책을 내걸었다. 노동당은 2017년 6월에 시행된 선거에서 예상외로 지지를 증가시켰으며, 이는 긴축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내걸어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만의 소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적 긴축정책을 받아들여 지지를 상실할 것인가, 긴축반대를 내걸고 신자유주의로부터 전환 이탈하는 입장을 확실하게 제시할 것인가 라는 중요한 역사적 기로에 서있다.
2. 긴축반대를 내건 새로운 좌파세력의 등장
“제3의 길”형태의 사회민주주의가 몰락하고 그 틈새를 메우며 대두한 것이 긴축을 반대하는 새로운 좌파정당과 국수주의적 우파정당이다.
(1) 긴축반대 사회운동
“광장운동”
우선 새로운 좌파세력부터 서술한다면 처음에는 정당형태가 아니라, 긴축반대 사회운동이 등장했다. 2011년 각국에서 “광장운동”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소위 “아랍의 봄”으로 불린 이집트 혁명에서는 “타흐리르 광장”이라는 광장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운동거점이 되었다. 이러한 형태는 스페인이나 그리스의 긴축반대 운동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미국의 월가 점령운동으로까지 전개해 갔다.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의 “프에르타 델 솔” 광장, 그리스에서는 국회 앞 “신타그마 광장”, 미국에서는 월가의 “주고티 파크가 운동의 거점이 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3 • 11이후 일본의 수상공관 앞에서의 반원전운동도 이러한 세계적인 운동의 확산의 하나로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광장 운동은 제2기의 글로벌 저스티스 운동의 흐름이 연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나키즘의 영향을 대단히 높게 받아들였다. 현대의 아나키즘에서는 “예시적 정치”라는 관점을 대단히 중시하고 있다. 이것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권력이나 불평등에서 해방된 사회의 본질을 지금 현재의 사회 속에서 우선 부분적으로 나마 실현해보겠다는 생각이다. 결국 광장을 점거해서 우선 수평적인 민주주의나 참가형 의사결정을 운동속에서 실천한다는 점이다. 현재 존재하는 계급적인 권력관계로부터 해방된 자율적인 공간을 미시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광장운동에서는 운동 과정에 참가자 한사람 한사람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논의하는 경험이 쌓이는 점을 중시하기 때문에, 운동에 참가한 많은 사람의 정치의식이 변해버렸다. 신자유주의 모순을 느끼고 불만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높여 운동이나 정치에 대한 관여를 주장했던 것은 이 운동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치적 요구가 나오지 않았던 점은 한계가 크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미국 월가 점령운동은 1%와 99%의 격차를 사회문제로서 확산시켜갔지만, 격차를 없애기 위해 어떤 정치 정책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선 운동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나키즘이라는 점으로 인하여, 정치를 이용하여 사회를 변화시켜 간다는 발상이 아직은 약하기 때문이다.
(2) 광장 운동에서 정당으로
새로운 좌파는 크게 보아 두 가지 테마를 내걸고 있다. 하나는 신자유주의로부터 생활을 되찾기 위한 긴축반대. 긴축정책으로 추진된 고용파괴나 생활파괴에 대항하고 생활을 되찾자는 주장을 강조한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민주주의 재건이라는 과제를 높이 내걸고 있다.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신자유주의는 격차나 불평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민주주의를 공동화시키거나 형해화 시킨다. 양당구조의 신자유주의 컨센서스 하에서 유권자의 선택이 갈 곳을 잃어버리고, 신자유주의 정치부패를 발생시키는 것도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것에 연유한다. 현재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리 • 가케학원(森友 加計學園)문제에 전형적으로 나타난 바와 같이. 기존 공공영역을 민간시장으로 개방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이권이나 유착을 발생시키는 상황이다.
3. 국수주의적 우파의 대두
국수주의적 우파세력에 대해 한가지점만 이야기 해 놓겠다. 미국의 트럼프 지지기반 등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극우정당의 대두를 초래한 구조의 하나는 신자유주의 속에서 고용이 파괴되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존의 노동자계급이다. 교육수준이 낮고 전문기능이나 숙련도를 갖지 못한 남성 블루칼라 노동자가 극우정당 지지 경향을 강하게 나타낸다. 왜 노동자가 국수주의로 흐르는 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1990년대 이후 극우정당이 ‘복지적 배타주의’ 주장을 강하게 제기했던 것과 관계가 있다. 원래 유럽의 극우정당은 많은 경우, 경제정책에서는 래디컬한 신자유주의 입장을 채택해 왔다. 감세나 공공부문의 축소를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노동자계급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을 채택하여 실업문제 해소나 사회보장에 적극적인 입장을 내세우는 것으로 변했다. 다만 여기서 복지나 고용의 측면이라는 것은 이민자들이 아니라 자국민 우선주의, 자국민에 한정된 복지나 고용정책 확대를 강조했다. 이와 같은 주장이 신자유주의 속에서 상실감과 무력감을 안고 있는 노동자로부터 일정한 공감을 얻었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극우 국수주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본래 복지국가나 사회보장이 배양해 왔던 평등성은 인권이나 국적의 차이를 넘어서 확장되는 보편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런 성격에 쐐기를 박은 것이 극우이다. 현재 극우를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국수주의적 특징이 없어도 고용이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다는 구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도 새로운 복지국가나 사회보장에 대한 지지를 확산시켜가는 가운데, 이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마무리
오늘의 논의는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서술하면서도, 세계가“긴축”이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신자유주의의 지속, 심화로 갈 것인가, 아니면 신자유주의에서 전환 탈피할 것인가 역사적인 기로에 서있는 문제를 다루었다. 현재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커다란 정치적 변화가 발생했다. 일본에서 우리들도 세계적인 큰 흐름 속에서 지금부터 어떤 길로 추진해 갈 것인가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일본의 대항운동도 3•11이후의 원전 반대운동에서 시작하여 전쟁법 반대 운동으로 진행해 가는 형태로서 사회운동이 활성화해 갔으며, 그런 가운데 정치를 변화시켜야 하는 야당 공투의 움직임도 세계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하여 전개해 왔다. 다만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일본의 경우 대항운동 속에서 신자유주의 문제가 아무래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일본에서 대두된 대항운동을 보다 확산시키고 뿌리내리기 위한 참여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안보나 평화의 문제로 부터 생활과 복지의 문제로 운동의 폭을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 그것이 현재 우리들에게 대두된 과제라고 판단한다.
(본 원고는 2017년 8월19일~20일에 개최된 “제42기 제3차 평의원회에서 행한 강연 내용을 저자가 가필 수정했다)
출처 ; [민의련 의료] 2018년 2월호 28페이지~37페이지
번역 ;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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