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문제

만나

파랑새호 2005. 7. 27. 16:29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를 따라 이집트를 도망쳐 나올때, 사막에서 식량이 없어 배가고프자 불평을 했다. 성경에 의하면 야훼 하느님이 '만나'라는 음식을 내려주었는데, 딱 하루분 먹을 양만 걷어가야 했다. 만일 양을 많이 걷어 남게된다면 구더기가 끓고 썩는 냄새가 났다. 성경에 의하면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 땅에 정착할 때 까지 40년동안 이 만나를 먹었다는 것이다.

 

  만나의 핵심은 말 그대로 '일용할 양식'이다. 가족수만큼 곧 필요에 의한 만큼 가져가면 된다.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는 원칙은 내가 알기로는 성경책에서 야훼하나님의 원칙이기도 하지만 마르크스가 주장하는 공산주의의 원칙이기도 하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는 원칙이다.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것에 딱 필요한 만큼의 양이 어느정도인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비슷할 것이다. 톨스토이가 쓴 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서 보여주는 것은 역설적으로 죽게되면 묻힐 한평인 것이다. 각자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자고 주장하면 다들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은 기를 쓰고 반대할 것이다. 그런데 다들 인정하지 않더라도 나는 주장하고 싶다. 각자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자.

 

  오늘로써 칼 폴라니를 소개한 책을 다 읽었다.(시장자유주의를 넘어서, 김영진 지음, 한울출판사) 40이 넘은 내가 볼때 폴라니가 주장하는 이론은 어떤 특정한 경계영역에 있지 않으면서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역할을 한다. 몇년전에 읽은 울리히벡의  "아름답고 새로운 노동의 세계" 와 느낌이 비슷하다. 울리히 벡은 시민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파트타임 종사자들에게도 생존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 칼 폴라니도 사회구성원 다수에 대한 높은 수입과 물질적 풍요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이렇게 써 놓으니까 혹시라도 '황당'한 주장이라고 할런지 모르겠지만 요즘의 세상은 지극히 당연한 주장도 이상하게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은 먹고 살만큼의 '만나'가 보장되어야 한다. 각자가 갖고 있는 능력대로 일하고, 먹고 살만큼 가져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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