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곧 발표될 모양이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면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강남학군을 조정할 수 있다는 교육부총리의 발언도 소개되어 있다. 2주택 소유자에 대한 중과세, 강남수요를 대체할 신도시 지역의 선정 등 발표되기도 전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추측과 평가가 난무하고 있다. 투기를 막을 진정한 방법은 과연 가능한지 기다려 볼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곧 투기의 역사이다. 역사적으로 최초의 투기행위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튜울립 투기"로 부터 시작하여 주식회사의 설립에 따른 주식 투기, 여러 종류의 금융투기, 부동산 투기, 원재료 투기 등 아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눈을 씻고 봐도 투기와 투자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해 놓은 경제학 책을 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개량경제학자들은 투기와 투자를 구별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만 이야기한다. 그러고보면 투기와 투자를 구별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투기를 잡을수 있는지도 의아하다.
투기란 무엇인가? 투자와는 어떻게 다른가? 자본주의 사회는 말 그대로 자본의 사회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본은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더 많은 수익이 보장되는 곳을 물색한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浮動자금들은 전형적인 사례이다. 원래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은 인력과 시설을 자본으로 채용 혹은 구매하여 생산물(혹은 서비스)을 제조하고(혹은 제공하고) 그 수익중에 이윤을 남겨 확대재생산을 하는 것이 전형적인 구조이다. 이같은 자본의 확대재생산은 필연적으로 감가상각비나 퇴직급여 적립금 등등의 충당금이 발생하고, 또 일부 상위 노동자들의(주로 인텔리, 상인 등)부의 축적이 발생하여 유휴자금, 여유자금으로 일컫는 각종 잉여자금이 발생한다. 이같은 잉여자금은 사실상 금융기관을 통해 투자처를 배분하게 되지만 자본주의 시장의 급속한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반드시 유휴화 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 유휴자금이 갈 곳을 못찾고 있는 것이 투기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 수록 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어 있고,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차피 자본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아무리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세금을 제외하고 남는 부분이 금융기관의 이자나 혹은 다른 투자수익보다 높다면 투기를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기란 일체의 생산과정이나 노동과정이 없이 오로지 거래차익, 매매차익만을 노리는 자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 모든 투자는 일정한 생산과정이나 노동과정을 경과하게 되어 있다. 설비나, 인력채용 등등. 부동산이나 원재료는 사실상 원론적 의미에서 생산이나 서비스제공을 위한 하드웨어이거나 생산요소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주식투자 행위는 원론적 의미에서 각 자본의 생산과정이나 노동과정의 결과물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 자체는 이 과정과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다. 예를들어 아무런 생산활동도 하지 않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영역이 발달하게 되면서 선물거래나 옵션, 스왑 등등의 첨단 금융기법이 일상화되면서 투기는 더욱 강화된다. 즉 노동과정이나 생산과정이 거의 무시되고 매매차익이나 거래차익만을 노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투기의 본질이 되는 것이다.
금융이 발달하면서 투기는 사실상 자본주의 경제활동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돈놓고 돈먹기' 게임이다. 이러한 투기의 본질을 외면한 채, 돈있는 사람들의 마땅한 투자처가 비약적으로 확장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은 불가능한 것이다. 오로지 사람들의 수준높은 '교양'에 의해서만, 돈있는 사람들의 성숙한 자세에 의해서만, 도덕에 호소하는 것에 의해서만 투기의 근절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에게 도덕적 호소를 하는 행위, 양심에 호소하는 행위가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투기에 대한 근절은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투기는 자본주의가 진행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