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문제

고이즈미

파랑새호 2005. 9. 13. 08:52

 

  일본 자민당이 과반수를 넘기는 실적을 달성하여 일본 총선은 고이즈미의 승리로 끝났다. 일본 내부에서는 소위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일련의 조치들, 즉 국영기업의 민영화, 복지 정책의 축소, 기업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세제혜택 등이 실시되고 확실한 신자유주의 깃발아래 모이게 될 것이다. 요즘엔 '개혁'이라는 말을 하도 이사람 저사람 사용하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시스템으로 국가체질을 변화시키는 것도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 국민들은 극심한 경제불황으로 힘든 생활을 해 오다, 고이즈미 정부에 이르러서 경제에 숨통이 튀고, 나름대로 회생조짐이 보이기 때문에 고이즈미를 지지한다고 최근 어떤 일본인이 내게 말했다. 즉 고이즈미가 우익 꼴통보수이고, 일본 국민대다수가 보수화되는 현상으로서 고이즈미 지지율 증가를 이해하기 보다는 지금껏 그 누구도 잘 풀지 못했던 일본경제의 회복이라는 목표를 비로소 고이즈미가 실마리를 풀고 있고, 또 마땅히 다른 대안도 없다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국민들은 사회당 정부를 탄생시키기도 했던 그런 국민이다. 하지만 사회당 정권은 일본경제를 회생시키지도 못했을 뿐더러 고위 인사들의 각종 문제가 더 하면 더했지 큰 차별이 없었다고 인식시켜 결국 자민당 과반수 확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유럽 등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현재 좌파정부가 일정한 지지를 획득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나라는 드문 실정이다. 좌파는 전통적인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하에서 경제성장이라는 영역에 대해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의 속성을 그대로 온존한 채 여러가지 복지정책은 결국 '돈 있는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을 털어 지옥의 나락에 떨어져 있는 반대편 사람들에게 '그냥'주자는 것인데 어허 그러기에 세상은 너무도 냉정한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 사람이 그 존엄성을 유지한 상태로 이러저러한 다양성을 갖게 되는 문제가 부각되기엔 세상은 아직 냉정하고, 세상은 아직 자본의 이윤을 더 채워줘야 한다.

 

  고이즈미 정부의 외교노선을 말하라고 하면 나는 [從美親韓反北疎中] 이라고 대답한다. 미국을 추종하고, 한국과는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북한을 적대시하고,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일본내에서 현재 헌법9조 문제가 한참 거론되고 있지만, 장차 독자적 군사작전도 실현될 전망이다. 더불어 일본만큼, 한반도의 통일을 우려하는 국가도 없을 것이다. 엊그제 티비에서 본 도쿄 조선인 학교의 문제는 극우 성향의 도쿄지사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고 하지만, 정치인이란 우익이건 좌익이건 표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신타로 지사가 그런 상황을 모른 상태에서 조선인학교 운동장을 회수하겠다고 소송을 걸겠는가? 신타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본인의 정치생명에 이익이 된다고 파악하고 있고, 아마도 그런 판단은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자국의 운명은 자국의 국민들이 결정하는 것이다는 원칙이 있다. 일본 국민들은 자신의 운명을 어쨋든 선택한 것이고 주변 국가인 우리 한국에서도 그와같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일본 다음은 이제 한국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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