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문제

6자회담

파랑새호 2005. 9. 21. 13:40

 

  6자회담이 관련국간의 합의를 이룬 상태로 끝났다. 한국에서는 언론이나 정부나 이를 모두 성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합의내용도 미국과 북한의 그간의 상호행태를 평가해 볼때 상당히 고무적인 면도 보인다. 6자회담은 전 세계에 '먼가 되긴 되는구나'라는 인상을 남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6자회담을 통해 각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은 '불량국가'인 북한에게 일정한 힘의 우위를 과시하고 싶지만 북한이 이라크와 같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이다. 다시말해 미국은 북한에게 사실상 무력과시가 쉽지 않다는 점에 대해 아쉬운 실정이다. 우선 한국이 전쟁이나 혹은 무력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갖고 있고, 또 중국이라는 나라가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사실상 엄청난 규모의 전쟁이며, 누가 시작하건 간에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수 없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해 확실하게 핸들링 할 수 있는 영역을 고민해 왔는데 '식량'과 '에너지'가 주요 후보였던 것이다. 식량은 북한의 상당수 주민이 기근에 허덕이고 탈북자가 많기 때문에 상당한 정도의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상 식량이 부족하면 발생해야 할 여러가지 정황이 북한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의 탈북은 상당수가 '기획탈북'이라는 점도 이를 입증한다. 오히려 북한에서는 유엔의 식량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까지 선언을 했다. 식량을 주면서 이러저러한 조건을 많이 달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 유일하게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로서는 '에너지' 문제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핵심은 에너지 '지원'이 아니라 에너지 '의존'이다.

 

  한국이 제시한 남한으로 부터의 전력송출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어차피 한국의 전력은 거의 대다수가 석유에 의존하고 있고, 한국의 석유는 하나도 없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은 주권이 없다. 세계 석유시장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고, 그렇다면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제안이 해볼만한 경우의 수였던 것이다. 한국으로부터의 전력송출은 곧 미국이 전력을 송출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며, 이는 미국이 바라던 바다. 전력을 미국에 의존하는 것은 북한이 곧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는 것과 같다. 이같은 한국의 제안은 북한의 거절에 의해 달성되지 못했다.

 

  그러므로 북한의 핵심 전략은 에너지 주권의 확립에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대해 큰소리 칠 수 있는 이유는 에너지 수급의 자립성에 있었다. 석탄은 북한의 핵심 에너지 원이며,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버텨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북한의 석탄매장량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석탄 발굴이 쉽지 않다. 반면 우라늄은 아주 풍부한 매장량을 갖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석탄을 대체할 이 새로운 에너지원 우라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이 북한을 6자회담으로 나오게하는 기본 바탕인 것이다.  핵무기가 없어도 전쟁을 할 수 있지만, 에너지가 없다면 전쟁도 일어나기 전에 항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북한을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유일한 지도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위 '주체사상'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지원이나 의존없이 스스로 에너지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신봉하고 있는 사상의 핵심아니겠는가 ? 따라서 북한은 어떠한 경우에도 경수로에 대한 지원, 혹은 평화적 핵이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지원없이는 핵무기 폐기 등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지금의 6자회담에서 핵심주제를  핵무기로 생각하는 것은 표면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북한으로서는 만일 지원받지 못한다면 경수로와 같은 핵에너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따라서 시간을 벌던가 아니면 경수로를 지원받던가 해야한다. 회담을 파기시키는 정도의 '오버'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나 특히 한국으로 하여금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수로를 지원 받으면 좋은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판단하는 북한의 6자회담 전략이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이나 북한의 대립된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공존이라는 전략이 있다. 미국과 북한의 사실상의 중재역할을 하면서 6자회담의 이니셔티브를 쥐겠다는 것이 주요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노무현 정부는 국내문제에 대해선 경기침체 등으로 특별한 호재가 없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 평화 공존의 물꼬를 텄다면 이제 어느 정도의 물줄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졸졸 흐르는 가느다란 물줄기는 가뭄에 쉬 마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기업들에게 북한 시장은 매력적인 요소이다. 중국시장의 경우 이제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아직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중국시장의 한계는 노정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한다는 이점도 작용한다. 더불어 북한에 있는 풍부한 지하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6자회담에서 그다지 두드러진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때 북한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치아를 감싸는 잇몸과 같은 존재이다. 북한이 망하거나 몰락한다면 중국으로서는 국가의 안보가 심각한 상황이 된 다는 것은 자명해진다. 어쨋든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살아 있어야 하고, 우호적인 관계로 남아있어야 하는 것이다. 중국에게 있어 6자회담은 북한을 측면 지원하는 것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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