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조류독감(Bird flu)

파랑새호 2005. 10. 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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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류독감

조류독감은 H5N1이라는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홍콩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기 전까지 일반적인 상식은 다음과 같다. 조류독감은 간혹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들을 죽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병원성이 낮았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허파 세포에 침입해 폐렴을 일으키는 일반적인 독감바이러스들과 달리 새의 내장 세포 속에서 평화롭게 살며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조류독감은 인간을 감염시킬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인간의 허파에는 조류의 내장세포에 있는 효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상 [독감] 지나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사이언스 북스, 2003년, 294쪽)

 

즉 조류독감은 ‘조류’에게 전파되는 바이러스 이며, 특히 닭의 경우 이 독감에 걸리면 치사율이 90% 이상이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을 묘사한 다음글을 보자. “ 닭 한마리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녀석은 모이를 쪼아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주 천천히 몸이 기울면서 꼬꾸라지더니 그대로 죽어버렸다. 녀석의 배설강에서 피가 뚝뚝 흘러나왔다. 그것은 대단히 초현실적이고 기괴한 광경이었다. 평생 그런 장면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곧 이어서 그는 닭들이 똑같은 모습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닭 에볼라를 보고 있었다.”(이상 [독감] 지나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사이언스 북스, 2003년, 314쪽)

 

그런데 조류독감이 어느날 갑자기 인간에게 발견된 것이다. 1997년 18명이 감염되고 6명이 사망한 홍콩 독감은 바로 정확하게 H5N1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이었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고 조사를 했다. 기본의문점은 두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독감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으로 침투했는가?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는가? 학자들이 조사한 결과 감염된 사람들에게서 나온 바이러스는 순수한 H5N1 조류독감바이러스였다. 이것은 이제까지 인간을 감염시킨 적이 없었던 그런 바이러스였다. 감염된 환자는 어린아이가 대부분이었지만, 사망하는 환자들은 18세 이상의 성인이었다. 하지만 일년에 걸친 조사 끝에 드러난 결론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도의 결론이라도 다행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즉 “ 병에 걸린 사람들의 경우 살아 있는 가금류와 접촉한지 일주일 안에 발병한다는 것”이었다. 홍콩당국은 즉각적으로 거의 150만 마리(사실상 당시 홍콩에 있던 모든 닭을 의미한다)이상을 도살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격리 검역, 나무닭장의 플라스틱 닭장으로 교체, 모든 닭에 대한 백신조치 등을 실시했다. 그 이후 홍콩에서 조류독감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3. 현재의 조류독감

 

2003년 12월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10여개 국에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다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은 그 기원을 중국의 광둥성으로 보고 있다. 예로부터 중국의 광둥성은 독감의 진원지였다. 이상 이코노미스트 )

 

조류독감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에서만 200만마리의 닭이 도살처분 되었으며, 대표적인 닭 수출국가인 태국에서는 무려 1,100만마리가 도살처분되었다. 지금까지 조류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20명이며(태국 6명, 베트남 14명) 이 독감이 언제 퇴치될지에 대해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2004년 1월27일 조류독감 퇴치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과 지원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의문이 든다. 아무리 사람이 죽는 조류독감이지만 왜 그리 호들갑인가? 대조적으로 사스로 치면 세계의 8,000명이 감염되었고, 800명이 죽었다. 각국정부가 사스 때문에 지출한 돈은 약 600억달러이며(약72조원) 기타 항공업이나 관광업 등의 손해를 합하면 천문학적 숫자로 늘어난다. 사스는 이제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질병이지만, 조류독감은 독감이라는 오래된 질병의 새로운 변종아닌가 ? 1997년에 이미 홍콩에서 나타나지 않았던가! 더불어 조류독감은, WHO에서 비록 ‘4개월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백신 조제가 가능한 질병이다. 예나 지금이나 전문가들이 조류독감에 대해 기겁을 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H5N1바이러스와 인간 독감 균주에 동시에 감염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혼합균주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인간의 몸속에서 효율적으로 자기복제를 하면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고 조류독감만큼이나 위험할 수도 있는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가 두려워 한점이다.”(이상 [독감] 지나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사이언스 북스, 2003년, 316쪽)

 

즉 조류독감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일반독감에 걸린 사람이 동시에 조류독감에 감염되었다면 혼합균주가(hybrid strain of the flu)만들어져 조류독감의 강한 전염성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허파 세포에서 증식할 수 있는 형질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조류독감은 더 이상 ‘조류’의 독감이 아니라 인간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최악의 독감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알래스카에서 살았던 사람들 중에서 1918년의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의 신체가 추운 기후로 인하여 냉동보관되어 있어 바이러스성 유전물질(the virus's genetic material)샘플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샘플들에 대한 조사결과 전문가들은 1918년의 독감바이러스가 많은 양의 조류독감으로부터 영향받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상 Economist 2004. 2월둘째주, ‘Influenza Crystal clear?')

 

1918년의 독감과 같이 치명적인 독감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갈지 모른다. 지금까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한 예방, 국제적 감시체제 뿐이다. 그러나 금번 조류독감 사태에서도 드러나듯이 먹고사는 문제로 인하여 각국 정부가 조류독감을 은폐하려는 경우 ‘국제적 감시체제’가 과연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4. 번역문

 

  다음 글은 1997년 12월18일 당시 [Economist]잡지에 실린 홍콩의 조류독감이라는 기사이다. 이글을 읽어보면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현재와 비슷한지를 알 수 있다. 더불어 조류독감에 대한 내용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 홍콩이 재채기를 하면 세계는 감기에 걸린다” 이것은 원래 금융에서만 쓰이는 말이다. 두명이 죽고, 일곱명 이상이 감염된 홍콩의 독감바이러스에 대한 무서운 뉴스가 매일 전해지고 있다.(역자주 : 기사가 작성될 때 까지의 수치이다) 사실 일반적인 독감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종은 아주 일상적인 것이다. 독감바이러스는 항상 돌연변이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이 바이러스는 H5N1로 불리는 것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이며, 지금까지 한번도 다른 동물의 매개없이 조류로부터 인간에게 직접 전파되지 않았다. 이점이 놀라운 점이다. 인간은 자연적인 면역력을 충분하게 보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독감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주 나쁜 징조이다. 그러나 12월16일 전문가들이 “조류독감”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동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12월7일 5세의 소녀가 닭 근처에서 놀다가 감염되었으며, 단지 그녀의 근처에서 놀았던 두 사촌동생들은 일주일도 못돼 병원에 입원했다. 현재 바이러스가 인간 사이에서 이동되었다는 충분한 근거는 없는 상태이다. 감염된 사람과 접촉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역시장에서 조류독감바이러스로 수천마리의 닭이 죽었어도, 과학자들은 죽은 닭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독감바이러스로부터의 감염을 차단하는 우주복을 입지는 않았다. 단지 몇 명의 일꾼만이 장갑을 끼고 있었으며,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독감은 1918년 2천만명, 1957년 98,000명, 1968년 46,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살해했다. 첫 번째는 스페인 독감, 두 번째는 아시아 독감, 세 번째는 홍콩독감이라 부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세가지 독감의 이동경로가 모두 같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것은 중국 남부의 농촌지역으로서,(역자주 : 광둥성을 의미한다) 그곳 사람들은 오리 돼지와 함께 4등분한 공간에서 살고 있다. 독감바이러스는 오리에서 돼지로 이동했을 것이며, 돼지의 체내에서 포유류 바이러스와 결합하여 돼지의 재채기나 공기중 이동으로 사람에게 전이될 수 있다. 그러나 금번의 조류독감은 유사한 농업지역에서 출발했으나, 아마도 위의 내용처럼 포유류 바이러스와 혼합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인간에게 직접 감염이 가능한 어떤 바이러스로 돌연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새로운 종과 만났을 때 쉽게 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바이러스가 의학적 호기심의 단계에서 지구적 재앙으로 변화되는 자신만의 전이를 터득하는 것이다. 이러한 징후는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간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태에서 조류독감과 결합할 수 있는 상태라면 진실로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전화될 수 있다.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직 않았다. 중국인들의 추수감사절이라 할 수 있는 12월22일은 식탁위에 닭고기 요리가 필수적이다. 아마도 대륙으로부터 홍콩에 유입된 많은 닭들중에 상당수 닭들이 조류독감에 감염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때 매년 찾아오는 일반 독감도 동시에 왔다. 이것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일반 독감의 유전자와 상호 교환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것이 대재앙을 초래하는 시나리오이다. 그러면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아직은 적다. 아직까지 그와같은 혼합균주에 감염된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해도 백신은 준비 중에 있다. 오늘날 백신을 신속하게 조제할 수 있는 능력은, 만일 바이러스가 최악으로 변했다 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대재앙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나 백신도 자체적인 위험요인이 있다. 전 세계의 보건기구들은 지구적인 접종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대재앙이 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은 증거들이 필요할 것이다.

ARTICLE

(이 글은 필자가 작년 2월에 쓴 글이다. 조류독감 이야기가 언론에 비치고 있어 싣는다.)

 

1. 독감

 

조류독감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단 독감의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각 언론이나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유명한 독감은 다음과 같다.

 

○ 유명한 독감들

1918년 스페인 독감 - 전세계적으로 2,000만명이 사망(1억명이상이라는 주장도있음)

1957년 아시아 독감 - 전 세계적으로 98,000명이 사망

1968년 홍콩 독감 - 전 세계적으로 46,000명이 사망

1997년 홍콩 독감 - 18명이 감염되었고 6명이 사망. 홍콩당국의 닭 도살로 인하여 확산이 방지되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 (이상 [Economist] 2004년 2월 둘째주 참조)

 

독감은 ‘Flu(influenza)'의 우리말이다. 인플루엔자는 겨울이면 돌아오는 주기성을 암시한다. 인플루엔자는 이탈리아어로, 한 가설에 따르면 18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이 붙였다고 한다. “influenza di freddo"는 "추위의 영향”이라는 뜻이다. (이상 [독감] 지나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사이언스 북스, 2003년, 28쪽)

 

독감은 바이러스에 의해 촉발된다. 즉 독감은 독감바이러스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1941년 과학자들은 독감바이러스 들이 특정 단백질을 갖고 있음을 알아냈다. 모든 독감 바이러스는 두 종류의 단백질 즉 헤마그글루티닌(Hemagglutinin)과 뉴라미니다제(Neuraminidase)를 가지고 있으며, 헤마그글루티닌은 15가지, 뉴라미니다제는 9가지 형태가 있다. 따라서 독감의 이름은 이 두가지 단백질의 머리글자인 H와 N에 두 단백질의 형태가 몇 번째인지를 나타내는 아리비아숫자를 붙여 표시하게 된다. 이 두 단백질은 말하자면 인간의 면역체계가 인식하는 독감 바이러스의 외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두 단백질이 어떤 형태로 결합되어 있느냐는 바로 독감바이러스의 정체를 표시하는 것이다. 이는 또 특정 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인지 여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특정 H-N 조합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해 형성된 면역력은 새로운 H-N 조합을 가진 신종 독감 바이러스에는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종 독감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하면 엄청난 위력과 속도로 번져나가게 마련이다. (이상 조선일보 2004년 1.27)

 

헤마그글루티닌은 적혈구 응착 또는 응집을 일으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것은 바이러스가 숙주의 세포 안으로 들어갈 때 사용하는 단백질로서 인체의 면역체계가 독감과 싸울 때 사용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독감 바이러스의 헤마그글루티닌 단백질을 봉쇄하는 것이다. 헤마그글루티닌 단백질은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의 허파에서만 증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감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킬 때 헤마그글루티닌 단백질의 커다란 전구체를 만드는데 이 전구체는 숙주 세포내 효소에 의해 둘로 나뉘어야 한다. 그리고 이 효소는 오직 인간의 허파 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독감 바이러스는 허파 세포 속에서만 증식할 수 있다. (이상 [독감] 지나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사이언스 북스, 2003년, 3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