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문제로 마치 학부모와 전교조, 교육당국이 양분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필자는 몇년전에 마누라의 강력한 요청에 의하여 소위 '운영위원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운영위원이 된 후 내가 제일 처음 제안한 것은 소년한국일보, 소년조선일보 원하는 사람만 구독하기였다. 물론 당시에도 형식상 원하는 사람만 보도록되어 있었으나 학교측에서는 아침자습으로 두 신문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문구독을 안할 경우 아침자습시간에 우리 애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걱정으로 사실상 강제적으로 구독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집의 경우도 그러했지만 년년생 애들이라 똑같은 신문을 2부 보게되는 상황, 보기도 전에 구독료 내기, 3학년까지는 무조건 한국일보, 6학년까지는 무조건 조선일보 등등 강제구독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학부모회에 이 안건을 정식으로 상정하자 당시 전교조에 가입해 있던 선생님 두분이 적극 호응하였다. 총 11명의 학교운영위원회 멤버중 학부모위원이 6인, 교장 등 교사위원이 4인, 지역 1인이었다. 신문구독 자율화에 대한 교장의 반대논리는 두 신문사로 부터 받는 지원금이 많다는 것이다. 아직 교육재정이 많지 않은 때에 이 지원금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는데, 이것은 사실상 강제구독을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이와같은 교장의 논리에 학부모 위원중 나를 제외한 5명이 찬성하여 결국 표결끝에 부결되고 말았다. 필자가 그때 놀란 사실은 학부모들이 의외로, 아니 엄청나게 교사들의 눈치를 보고 교사들에게 밉보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는 점이었다.
아뭏든지 이와같은 소동을 겪고 나서 학부모로서의 나의 위치와 또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교사들이 차지하는 위치를 알게되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위치는 거의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동네처럼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간혹 교사와 학부모가 바람난 이야기, 어떤 교사가 초등학생에게 수업시간에 늦었다고 이단옆차기로 날려버린 이야기, 학교운동장에 축구골대 세우는 돈을 누가 다 냈다고 하는 이야기와 함께 결국 그아이는 잘나가고 있다는 이야기 등등이 회자되면서 교사를 욕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교사의 절대적 권위, 신성불가침이라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웬만한 강심장 아니고서는 어떻게 학부모가 교사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제는 우리아이들이 혹시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하는 그 고민이 웬만한 교사의 허물을 지적하거나 문제제기 할 수 없게 만든다.
그 어렵던 초기와는 달리 최근 전교조에 가입하는 교사는 많이 증가햐였다.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수가 증가하면서 촌지안받기라든가, 교육현실에 전향적인 자세로 근무하는 전교조 교사들의 이미지도 그만큼 퇴색되고 있다. 예를들어 우리애들 초등학교 다닐때 전교조교사가 단 2명이었는데, 6학년 졸업할때는 거의 반수이상이 전교조에 가입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제 학부모들은 전교조 교사와 일반교사의 차이점에 대해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만 해도 "저 선생이 전교조에 가입했다고?"하는 반응이라도 있었다. 지금은 이런 반응조차 없다. 각종 선물은 마다하는 경우가 없는 교사가 전교조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적이 있다. "전교조본부에다가 확 신고해버려?"라는 생각도 했지만 아서라 우리애들만 피본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다.
전교조는 교사들의 대중조직이지만, 교사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이 우선적인 조직의 목표이지만, 전교조의 출발은 대중들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교육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헌신적인 노력빼면 전교조에 남는 것이 무엇이 있겠나?
우리나라 노동자의 50%를 상회하는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교사라는 직업은 대단히 안정적인 직업이며, 매력적인 직업이다. 그 속사정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은 무슨 기념일, 무슨 자율수업 하면서 몇일씩 학교를 쉬고, 또 방학이면 널널한 교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또 시샘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전교조는 바짝 머리숙여야 한다. 대중들에게 국민들에게 아직 그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진의가 전달될 때 까지 국민들의 여론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대다수 성실한 교사들의 존엄을 세우는 길이요, 교육의 ㄱ자도 모르면서 "경쟁력"운운하며 나불거리는 일부 정책입안자 들의 놀음에 맞서는 길이 될 것이다. 교원평가 그 취지가 좋다면 일단 하자고 해라. 평가주체, 평가방법 등등 이야기하고 합의할 사항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평가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는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