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검찰에겐 항상 '권력의 시녀'라는 말이 따라 다녔다. 도청을 했다는 이유로 전직국정원장을 구속시킨 것을 보면 이젠 그 말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예전에 도청했다고 꼭 구속시켜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뒤로 하더라도 어쨋든 국정원장이면 권력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법위반했으니 구속시킨다는 검찰의 태도가 사뭇 당당해 보이기도 한다.
반면 검찰은 회사의 공금을 빼 먹은 두산그룹 회장일가에 대해선 불구속했다. 검찰이 어련히 알아서 불구속했겠냐 마는 재벌이랍시고 돈 까지 빼억은 사람들에게 불구속한 것은 우리나라 경제를 고려한 것일까, 아니면 대외적으로 큰 문제가 있어서 였을까?
이제 검찰은 그 자체로서 권력이 되어버렸다. 예전엔 검찰은 권력의 시녀였지만 지금은 검찰이 권력 그 자체다. 사회의 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각각의 영역이 제 자리를 잡는다는 의미에서 검찰의 독자성, 탈권력은 좋은 현상일 수 있지만 사람사는 일은 법이나 제도만으로는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의 검찰은 법 그자체이거니와 어떤 정치력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정치를 외면하고 법만을 적용할 때, 검찰은 무소불위 권력과 같다. 정치와 법은 말하자면 한 국가가 지탱하는 핸들과 엔진이다. 엔진은 정확한 조종능력(핸들)에 의하여 자신의 최고성능을 발휘하게 되고, 핸들은 엔진없인 무용지물이다. 그러므로 검찰의 판단은 일차적으로 법이 우선시되어야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들을 고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두산그룹의 총수를 불구속한 것은 검찰이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한 것이지만, 전직국정원장을 구속한 것은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이 어떤 때는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하고 어떤 때는 고려하지 않는가? 두산그룹 총수와 전직국정원장간의 공통점은 무엇이었겠는가? 둘다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두산그룹 총수는 검찰앞에서 싹싹 빌었다는 점이며, 전직국정원장은 고개들고 뻣뻣했다는 점이다. 지금 검찰이 고려하는 유일한 기준은 바로 이점이다. 검찰에 대해 복종하겠는가? 그러면 여러 여건을 고려할 수 있다. 검찰에 대해 게기고 싶은가? 그러면 법대로 적용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언젠가 검찰도 이 같은 상황으로 부터 파생된 역반응에 놀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