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문제

쌀 협상

파랑새호 2005. 11. 23. 09:41

  쌀 협상에대한 국회비준을 놓고 민주노동당의 한 농민출신 국회의원은 단식을 근 한달여 하고 있고, 농민들은 이에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한참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우루과이라운드로 시작된 다자간 무역협상은 이제 농업의 약간, 서비스의 영역의 약간, 문화영역의 약간만 남겨놓고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무역자유화 = 개방을 실시하도록 만들었다. 소위 '관세화'라는 표현은 개방이라는 단어의 WTO식 표현인 바, 정부는 국민들의 정서나 농민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쌀에 대해서는 관세화 유예를 협상에서 관철시켰다.

  우루과이라운드 당시에도 논란이 되었던 것은 쌀의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소위 미국이나 특히 '케인지언 그룹'이라고 불리는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국가들로 부터 많은 농업분야의 개방이 촉진된 점이다. 즉 협상전략으로서 외국국가는 한국에 대해 쌀을 관세화 유예시키는 대신 더 많은 농업분야의 개방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협상은 물론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수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협상에는 지켜내야 할 최소한의 요건과 관철시켜야 할 최대치가 있다.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당시에도 그랬지만 쌀을 지켜내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개방순응성 태도는 우리나라 경제의 실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의존형 경제구조이다. 아니 냉정하게 보면 대외종속형 경제구조이다. 주권국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군사영역에선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고 있고, 식량자급율은 30%가 채 안되며, 에너지 자급율은 거의 미미한(3%정도라나 ...)상태인 것이 한국이다. 최근에는 설상가상 국토주권까지 일본에게 넘보이고 있으니 주권국가로서의 꼴이 말이 아닌 셈이다.

 

  왜 미국이 중동에 대한 지배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가? 왜 미국이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가? 그것이 다 에너지자급 달성때문이다.

 

  호주의 관리들은 무역협상때 늘상 다음과 같이 주장하곤 한다. "한국의 차나 핸드폰이 호주에 넘쳐나고 있다. 반면 한국에 호주의 상품이 얼마나 있나?" 이같은 직접적인 언급은 최근에는 베트남에서도 했다고 전해진다. 베트남에 한국의 드라마가 넘쳐나는 데 한국에는 베트남의 문화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협상을 하는 정부관리들은 국가전체적으로 볼 때 수출이 촉진되는 양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대방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당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며, 결국 그들이 원하는 농산물시장, 서비스시장, 문화시장 등을 일정부분 양보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음에 틀림없다.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에 대한 비준이 처리되지 않으면 개방해야만 한다고 거의 협박에 가까운 내용을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쌀 관세화 유예에 대한 비준이 아니다. 쌀 관세화 유예로 인한 반대급부가 너무 많다는 것이며, 농업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굳이 농업의 환경보전적 기능이나 홍수방지기능 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농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할 것이다. 수출위주의 대외종속형 경제에서 농업시장만을 지키는 일이 정말로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면 최소한 우리나라 농업의 백년대계를 세우고 그 작업에 국민들을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

'먹고사는문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시민과국민연금  (0) 2006.01.10
착하게 살기  (0) 2006.01.09
검찰의 모습  (0) 2005.11.16
교원평가  (0) 2005.11.15
선교  (0) 200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