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황우석 광풍

파랑새호 2005. 12. 9. 14:28

  황우석 교수의 문제는 피디수첩의 취재가 '오버'하면서, 그리고 그에대해 엠비씨가 공개사과하면서 처음 제기되었던 '진위'문제는 뒤로가고 어떻게 황우석 교수와 같은 세계적인 학자와 배아줄기 세포 연구자들을 보호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지금까지 피디수첩이 추구해온 방침 즉  일정하게 한국사회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파헤치고, 진실접근에 노력해온 그간의 경위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피디수첩을 더이상 방영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황우석 교수는 그동안 언론에 시달려온 그 여파로 병원에 입원하였으며, 초췌한 그의 얼굴모습이 각 신문의 1면에, 모든 뉴스의 머리에 생생하게 나타났다. 상황은 황우석교수에 대한 지지, 황우석교수가 그동안 감당해 온 힘든 과정에 대한 동정으로 변모하였다.

 

  과히 광풍이라 할 만하다. 솔직히 글을 쓰고 있는 나자신도 황우석 교수와 같은 세계적인 학자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동안 엠비씨 피디수첩이 일정하게 기여해 온 바도 있었기 때문에 '피디수첩이 왜 오버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과연 언론사에서 신빙성 없이 무턱대고 황우석교수를 물먹이게 하기 위해서 취재를 시작했을까? 취재과정이나 연구과정을 알 길 없는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판단할 길이 없다. 최근에 발간된 [대담]이라는 책에서 최재천이라는 생물학자는 황우석교수의 연구업적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언젠가 인간의 자궁을 복제해서 복제한 자궁에서 아기가 자라날 시간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표현과 함께. 우리나라의 장관 한분은 황우석 광풍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는 노력을 그만하자고 제안했다. 배아줄기 세포에 대한 진위여부 문제가 지속되면 될수록 황우석교수와 경쟁하고 있는 외국에만 이득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광풍이 휘몰아치는 한 구석에서 황우석 진실이 무엇인지 진실을 몰라도 되는 것인지, 그것이 얼마만큼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인지 알길 없는 나로서는 진실을 덮으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언젠가 다시 드러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주장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 혹은 전문가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비전문가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비전문가의 용어로, 비전문가의 사고로 전문가의 영역을 해명하고 설명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비전문가에 대한 설명과 관계를 중단할 경우 그는 더이상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졸라 무식한 전문가들만이 비전문가에 대한 설명을 무시하고 비전문가를 얕잡아본다.

 

  전문가들에 대한 처우, 전문가들에 대한 인식은 전문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는 비전문가인 여러 사람들로 부터 존경과 지원을 받아야 전문가이다. 만일 비전문가 대중들이 전문가에 대한 존경이나 지원하고 싶다는 인식이 없을 경우 더 이상 그는 전문가로서 존속할 수 없다. 나는 아직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의 사회적 의미를 알지 못한다.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질병치료가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영역에 대하여 특허를 신청하면서 미즈메디 원장에게 특허권의 일정지분을 인정한 것도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그가 아무리 배아줄기 세포연구를 후원했다고하더라도) 또한 배아줄기세포의 진위문제에 대해 일각에서 '의혹'이 제기되었다면(속으로야 기분나쁘겠지만)그것을 쉽게 설명하여 의혹을 해소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때 의혹이 제기되었을때 그것이 단순히 헐뜯기 위한 의혹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실은 늘 명쾌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로서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 명쾌한 설명이 어렵다면, 그리하여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문가가 반성해야 할 내용이지 비전문가가 반성해야 할 내용은 아니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그리고 황우석교수의 연구과정에 대한 대중적 설명과 의미부여가 없는 한, 광풍이 휘몰아치고 난 후 똑같은 의문이 다시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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