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한겨레신문에 원화 환율하락(가치절상)에 대하여 "정부의 무조건 시장개입 보다는 타이밍이 중요"(삼성경제연구소수석연구원 정영식), "기업들의 타성도 문제"라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신자유주의 기치가 "국가개입은 나쁘고 시장은 좋은 것이다"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환율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신자유주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무조건'이라는 수식어를 앞에다 붙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즉 조건이 있는 개입, 티이밍이 맞는 개입은 좋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자고로 국가에 의한 경제개입은 필연적인 현상이며, 신자유주의자들이 아무리 주장한들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고 불구경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하나도 없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의 환율상승(가치하락)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바, 이는 미국의 세계경제속에서 자국의 경제를 지탱시키기 위한 방책에 의한 것이다. 즉 달러화 가치하락은 미국의 국공채가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채권의 상환 등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위해서도 달러화 가치하락이 필요하다. 어차피 채권이라는 것은 장부상의 표기금액이며,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상환된다고 판단했을 때 달러화 가치하락에 의한 채권상환 부담의 경감은 미국정부에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두가지 적자(무역적자,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달러화 가치하락이 일정하게 필요하다.
작금의 환율시스템은 소위 변동환율제이다. 특정 가격으로 환율을 고정(peg)시키는 정책은 이미 IMF사태를 통해서 선진국 금융자본에 의하여 철저하게 분쇄되었다. 금융자본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과연 국가개입에 의한 환율 안정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것인가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만일 위의 기사처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주장했듯이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으면 환율안정 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금융자본의 위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며, 국가 환율정책 담당자들을 우습게 보는 행위이다. 하루종일 환율만 바라보고 환율만 고민하고 있는 환율정책 담당자들에게 타이밍 운운하며 국가의 정책부재로 몰아가는 것은 '정영식'이라는 사람이 비록 국내 굴지의 재벌 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이지만 현재의 신자유주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금융자본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도 않을 뿐더러, 미국의 세계경제지배를 너무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예전에 환율시장이 난리법석 난 경우를 생각해보라. 한국정부가 채권을 미국뿐만 아니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방침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가자마자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이미 전 세계 금융시장은 약간의 진동에도 와르르르 무너질 만큼 취약해 져 있는 상태이다. 한국 정부가 자칫 잘못 움직이거나 혹은 조금의 미동이라도 있다면 금융시장의 미국 채권들이 똥값이 될 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가 한꺼번에 물거품이 되는 그런 파국을 초래할 지도 모른다.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거의가 달러화로 표기되어 있는 데 지금 넉넉한 외환보유고가 자고일어나니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것을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환율 일선에서 근무하는 정부관리들은 아마도 똥줄이 탈 것이다.
미국 한 나라에 의하여 세계는 좌지 우지 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신자유주의 운운하며 미국의 세계지배를 기정사실화 하는 동안 전세계 경제는 순식간에 몰락할 수 있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 또 개입안하자니 좆도 모르는 소위 '수석연구원'들이 정부의 책임 운운하며 나설것 같고, 사실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작금의 객관적인 사태인식이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멀지만 길은 하나다. 미국의 세계지배, 신자유주의 이런 종류의 단어들이 사라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