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은 딱 지금 상황에 맞는 말이다. 열린우리당은 각종 정치개혁을 추진했으나 경제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실적이 없다. 오히려 예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은 수준에서 예전문제를 그대로 온존한 채 경제시책을 펴 왔던 것이다. 재벌체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지금의 경제는 물론 해방이후 지속되어온 대외의존 시스템이 근본원인이라고 말 할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국가경제를 어렵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은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있다고 생각하며, 해결책 제시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합당하고, 전라도 사람들의 표가 한 정당에 집결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면 경제가 회복되는가? 오히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이명박의 운하건설이 고용을 창출할 것이고, 그러면 어찌되었든 먹고 살수는 있지 않겠는가?하고 생각한다. 이명박의 운하건설 공약이 이러저러한 문제점을 갖고 있고, 그래서 실현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봐라. 먹고사는 것이 어려운데 그거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살아나는 것을 막지 못한다.
그러나 만일 한나라당 같은 꼴통보수가 정권을 장악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재벌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양극화는 말 그대로 극단을 치닫게 되어 우리나라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제정책은 이미 수십년간 검증된 것이다. 한나라당이나 이명박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돈있는 사람들의 돈을 풀게해서 그들로 하여금 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정말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다. 돈을 쓰는 사람들은 그것이상의 돈을 갖고가기 위해서 쓰는 것인데 어떻게 상황이 나아지겠는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고 외국사람이 우리나라에 와서 돈을 쓴다고 해보자. 무슨 자선사업할려고 쓰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결국 더 많은 돈을 갖고 가려 할 텐데 어떻게 경제가 나아질 수 있는가? 돈은 더 많이 유통되겠지만 예전에는 40만원으로 등록금 지불했던 것이 이제는 400만원 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뀔 뿐이다. 본질적인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은 경제문제에 달려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 정치와 경제는 한 통속이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정치는 개혁적이지만 경제는 보수적이라는 말은 넌센스에 불과하다. 이렇다보니 사람들은 개혁이 사람죽인다고 생각하게 되고, 옛것이 좋은 것이고, 그나마 먹고는 살지 않았느냐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정희가 강력하게 추진한 경제정책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이점을 직시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로 국회를 과반수이상 지배하는 명실상부 집권여당이 되었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차지하는 보기드문 상황이 연출되었다. 과거 집권여당은 국회를 차지하지 못해 3당합당을 하였으며, 김대중 대통령 또한 김종필과 연대하여 정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순수하게 정치세력이 합당 등의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행정부와 국회를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탄핵에 대한 반사이익이라고 평가절하 할 수도 있으나,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국정을 맡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열린우리당은 선거가 시행될 때마다 보기좋게 패배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는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상황이 반전된 것인가? 우리 옆집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아저씨는 상계동의 동쪽 끝이라 할 수 있는 당고개 밑에서 부터 서쪽끝이라 할 수 있는 창동 방학동 근처까지 모든 상점을 돌아다녀 봐도 너무나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런 정도로까지 국민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느냐며 분개하였다. 여기에 설상가상 북핵문제가 터졌으니 이제 경제는 회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하기까지 했다. 나는 북핵문제에 대해서 "미국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북한이나 노무현정부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 아저씨는 미국이라는 나라와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경제는 끝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