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 발표한 3분기 가구 소비를 살펴보면 최하위 소득계층(1분위)을 제외하곤 버는 것 보다는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돈을 제일 잘 버는 계층(5분위)사람들은 분기당 평균 205만원의 돈을 쓰지 않고 있다. 작년 인구센서스에서 우리나라 총 가구 수가 15,988천 가구로 밝혀졌기 때문에 이 가구 수 중에서 5분위에 속하는 가구 수는 총 3,198천 가구이다. 3,198,000가구×2,050,000원= 6조5,559억원이 현재 쓰지 않고 남아있는 돈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5분위 계층만 고려할 때 그렇다는 이야기이며, 이것을 다음 고소득 계층인 4분위까지 확대할 경우 3조원이 추가되어 약 10조원이 올해 3분기에만 남아돌고 있는 셈이다. 독자들은 ‘올해 3분기에만’이라는 표현에 유의해야 한다. 더군다나 통계청 조사에서 ‘소비’로 잡혀있는 연금, 보험 등 사실상 저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포함하면 훨씬 증가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해서 2006년도 올 한해 최상위소득 20%의 가구에서 쓰지 않고 남아있는 돈은 18조 7,723억원이다. 즉 우리나라 최상위 소득 가구는 올 한해에만 돈을 벌어 쓰고 싶은 것 다 쓰고 약 19조원의 돈을 남겼다. 이 19조가 시중을 떠돌아다니는 부동자금, 잉여자금의 원천임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만일 05년도 잉여자금까지 합할 경우 줄잡아 약 40조원에 가까운 돈이 우리나라 상위 소득 20%의 가구에 남아있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통계를 보면 최하위 소득 가구는 버는 것보다 더 쓴다. 버는 것이 적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돈을 써야 할 사람들은 고소득 가구이지 저소득 가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고소득가구의 남아 있는 돈을 어떻게 쓰게 할 것인가가 언론에서 떠드는 한국경제 회생의 지름길 방책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술 먹으면 하는 말에 “있는 놈들이 더한다.”는 표현이 있다.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투자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러므로 이들 고소득 가구의 돈을 쓰게 하기 위해 고소득가구의 임의적인 처분에만 기다릴 수가 없다. 조세는 이래서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양극화가 심화되면 될 수록 부유세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