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따옴표 헤드라인

파랑새호 2006. 11. 15. 08:29

  최근의 보수언론을 보면 헤드라인 제목에 따옴표를 많이 붙이고 있다. 따옴표라는 기호는 알다시피 남의 말을 인용할 때 사용한다. 신문사의 헤드라인은 그날 게재된 기사 내용중 가장 중요한 것을 선정하여 의미와 내용을 사람들에게 한눈에 확 전달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아주 절제되고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가 헤드라인이다. 말하자면 헤드라인은 신문사의 철학, 기사의 질, 편집능력 등 언론사 본연의 임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그런 헤드라인에 따옴표를 치는 행위는 말하자면 '우리 신문사에서는 이런 주장을 하고 싶은데 우리가 앞장서 주장하기는 싫거나 혹은 신문사의 체면상 직접적인 표현은 삼가한다는 차원에서, 마침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서 주장 했으니 이것을 인용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대개 따옴표 헤드라인은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이나 보수단체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말을 인용할 때, 특히 청와대나 노무현대통력을  비판할 때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실제 필자가 유념해서 확인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몇번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볼 때마다 따옴표헤드라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될 만큼 이니 적지 않을 것이다.

 

 헤드라인을 따옴표로 처리해서 증가되는 효과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직접적인 비난 표현 등을 게재하여 헤드라인에는 어울리지 않으나 전달강도가 증가하고 보다 선정적으로 느껴져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둘째, 언론사에서 헤드라인으로 처리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가 보다는 묵시적인 전제이다. 필자가 판단할 때 이같은 효과는 상당히 있거나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증폭되고 있다. 물론 헤드라인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차이, 세계관의 차이, 결국 이해관계의 차이가 결정적이라는 주장을 부정하지 않는다. 신문사에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신문의 이같은 행위는 결국 장기적으로 신문에 대한 독자를 감소시킬 뿐이다. 옐로우저널리즘이 왜 발생했는가? 만화가를 뺏어오면 부수가 더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론의 의미, 언론의 기능에 대해선 일체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수확장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점점 더 신문을 읽지 않는 이유는 선정적인 제목에 별볼일 없는 기사 내용 때문이다. 보수언론들이 따옴표 헤드라인을 너무도 쉽게 너무도 자주 사용하여 그들에게 돌아갈 것은 결국 신문의 축소, 신뢰상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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