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연극

보리밭을흔드는바람

파랑새호 2006. 11. 13. 10:34

  아는 사람이 한번 볼 만한 영화라고 추천하고, 영화해설을 보니 아일랜드 독립투쟁을 다룬 영화라고 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나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2006년도 칸 영화제 대상작품이라 해서 가족들과함께 영화를 보려고 인터넷 예매를 했다. 집 근처에 있어서 자주갔던 롯데시네마에서는 절대 이런 영화를 방영하지 않는다. 롯데시네마는 무조건 돈 되는 영화만 상영한다. 8개의 영화관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성 싶은 영화는 5개 혹은 6개 영화관에서 돌리는 형편이다. 롯데시네마에 가면 영화보다는 돈 냄새가 나고, 돈냄새가 나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라하면 아 씨팔 이 동네는 왜 이런 X 같은 영화관밖에 없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광화문에 있는 딱 한곳에서 밖에 상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일단 놀랐다. 그래도 2006년도 칸 영화제 대상 작품이라고 하는데 영화내용이 일반인에게는 좀 지루한가하는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예메를 했다.

 

  광화문의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이 극장은 지하2층에 있었는데 물론 처음 가본 곳이다. 마누라와 딸아이를 데리고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무언가를 먹기위해 두리번 거렸지만 매점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밖에 없는 지에스25는 문을 닫아놓았던 터라, 우리는 한 카페에서 커피와 코코아를 샀다. 3잔에 거의 만오천원 수준이어서 나는 카드로 결제를 했다. 그리고 영화관에 입장하려는 순간 안내하는 사람이 제지를 했다. 우리는 부득이 커피와 코코아를 입구에 맡겨놓을수 밖에 없었다. 상영관 안에 들어서자  아주 아담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객석이 적어도 유지가 가능한가? 하는 생각도 더불어 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열린우리당의 엥커출신 정치인이 그 부인, 또 일행인 듯한 몇 분과 함께 바로 우리 앞좌석에 앉았다. 그와 나는 면식이 있었지만 그가 나를 보지 못했고, 또 굳이 아는 척을 할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였기 때문에 잠자코 있었다.

 

  영화는 영국의 식민지 아일랜드의 청년들이 무장독립투쟁을 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게릴라 전투 훈련, 배신자 처단, 영국군의 고문, 야만, 학살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아일랜드 무장독립 세력의 보복 등. 누구든지 한국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일본제국주의 지배하 우리 조선민중의 독립운동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영화는 모든 제국주의는 거의 비슷하구나 하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의 결정적인 메세지라고 할 수 있는 같은 친 형제의 이념적 갈등과 대립이 서서히 부각한다. 친 형제의 이념대립, 이것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이지 않는가?  이영화는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한국사람에게 그와같은 상황은 너무도 익숙한 것이어서 색다른 맛이 없거나 혹은 되살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독립 그 자체를 추구하는 그래서 가난한 할머니에게 500%의 고리대금을 파렴치하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업자라도 독립을 위해 무기를 샀기 때문에 묵인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형과 아일랜드의 독립은 사회주의가 되지 않고서는 영국의 자본에 또다른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동생의 대립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고리대금업자면 어떤가?  독립이 우선이라는 형의 판단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돈있는 사람은 돈으로 독립을 지원해야 하고, 지식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지원해야 하며, 힘있는 사람은 힘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러한 나의 판단에 돌을 던질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메세지가, 영화해설을 보니 감독이 좌파라고 하던데, 아일랜드 독립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이념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사랑은 일정한 조건이 있고, 상황이 있고, 시대가 있고, 먹고사는 문제 속에서 나타나고, 결국 일정한 세계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형이 동생을 죽일만큼 비정한 것이라고 이야기할 지 모르겠으나, 결국 그것 조차 사람사는 틀 내에서 벌어지는 현상인 것이다.  아일랜드가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못해 영국과 평화협정을 맺은 것이 역사적 과오라고 누가 주장할 수 있는가? 평화는 민중들에게 되돌아볼 여유와, 안락을 주지만, 사회주의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는 자각도 동시에 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우리 딸아이는 큰 소리로 너무 지겨웠다고, 재미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에 사람들이 다 웃었다. 좌파감독의 영화는 다 재미없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들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특히나 이극장은 영화 맨 뒤의 등장인물 소개와 기타 일꾼들의 소개, 감독이 영화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말들이 소개될때 까지 불을 키지 않았다. 이것은 참으로 신선했다. 롯데시네마의 경우 영화의 컷이 끝나면 바로 불이켜지고 그러면 사람들은 그냥 나가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해볼때 무언가 영화매니아를 위한 조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딸아이는 이것도 불만이었다.

 

(아래 사진은 영화의 한장면이며, 아일랜드를 배신한 농장주를 처형하기위해 산속으로 데려가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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