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연극

태풍감상평

파랑새호 2005. 12. 19. 09:03

 일요일날(19일)영화 태풍을 구경했다. 텔레비전의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는 연말극장가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킹콩)대 한국판 블록버스터의 대결이 어떻게 될지 궁굼하다고 하면서 내심 태풍의 흥행을 바라는 것 같은 선전을 해 주었다. 블록버스터라는 것이 무엇이겠나? 예전에 영화평보면 'killing time용'이라는 말이 등장했었는데 바로 그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보다보면 시간이 지나간다. 시간보내기에는 적격인 영화를 말한다.

 

  그러나 태풍은 특정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긴박감 넘치는 구성이 있어서 한시도 눈을뗄수 없게 만드는 그런 영화도 아니다. 적당한 액션과, 적당한 눈물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돈을 쓰기는 썼나보네라는 느낌이 조금 들지만 때론 조금 지루하고, 때론 조금 유치해서 아무래도 큰 흥행을 하기는 어려운 영화같다.

 

  특히나 대사 중간중간에 정말 대책없는 표현들이 난무하는데, 예를들면 김갑수가 이정재에게 임무를 설명하면서 만일 실패하면 이정재의 어머니에게 적지않은 현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하자 이정재 왈  "사관학교 출신에게는 돈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장면이 나로 하여금 실소를 짓게 만들었다. 이왕지사 이런 대사로 나갈거면 "군인에게는 돈이야기 하지 말라"고 할 것이지 굳이 "사관학교 출신"이라는 표현을 채택한 것은 군인에 대한 무언가 사람들의 거부감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그냥 작가의 기호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블록버스터의 공통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어줍잖은 국가주의와 가족지상주의가 이영화에서는 드문 드문 등장하는데 국가주의와 애국을 혼동하고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이영화를 보면서 내가 더 신경쓰이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은 이제 남한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난'과 '탈출'의 나라로 완전히 낙인이 찍혀버렸다. 이것은 우리가 자랄때 이승복이라는 소년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이데올로기 보다 천배나 만배나 더 확실한, 그 어떤 이념교육보다 더 확실한 교육이다. 백억이 넘는 영화를 만들면서 한반도 이북의 사람들이 소재로 등장하지만 그들은 늘 남한을 동경하고 가난과 굶주림에 찌든 사람들이다. 영화만든돈의 10%만 지원하면 엄청난 의료효과를 볼 수 있을 텐데라는 어떤 아쉬움과, 영화관에서 난방을 어찌나 팍팍 틀어데던지 웃도리 벗고 봐도 땀이 질질나는 그런 상황에서 남한과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걱정하는 나의 이 어줍잖은 '오지랍'이 한데 어울려 뒷맛이 영 개운찮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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