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연극

상상력의 빈곤, 제국주의 박물관의 본보기(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파랑새호 2007. 1. 6. 09:45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박제가 된 여러 인형이나 동물이 살아 움직인다는 어찌 보면 어릴 적에 누구나 한번쯤은 해봄직한 상상을 동원하여 영화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킬링타임’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미국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영화는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제국주의의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는(제작진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그런 허섭쓰레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인가?

 

  대영제국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는 아직도 세계 각지에서 약탈해온 문화유적들이 많이 있다. 논란이 된 한국의 ‘의궤’도 이속에 포함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백보 양보하여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미이라와 보물을 비롯한 모든 전시품이 다른 제국주의 박물관과는 달리 실제를 본떠 만든 모형이라고 해보자. 거기에는 서부개척 당시 인디언에 대한 대량학살이 빠져있고, 루스벨트 대통령이 제국주의자의 전형이라는 내용이 빠져있다.

(영화속에서 나오는 루스벨트)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에 미국의 26대 대통령 루스벨트는 저 유명한 1905년 ‘가쯔라 테프트 밀약’을 주도한 대통령이다. ‘가쯔라 테프트 밀약’이란 무엇인가? 말할 필요도 없이 루즈벨트의 특사 테프트와 당시 일본 수상 가쯔라 사이에 조인된 미국의 필리핀지배와 일본의 조선지배를 합리화한 제국주의 열강의 땅 나눠먹기에 불과한 그들만의 협정이었다. 늘 그렇듯이 제국주의 박물관에는 제국주의의 야만성, 제국주의의 침략성이 고스란히 빠져 있다. 오늘 한국 사람들은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나오는 루스벨트를 보면서 ‘가쯔라 테프트 밀약’을 떠올리기 보다는 삶을 개척하고 여자 앞에서 수줍어하는 사람으로 만 인식하게 되었다.

 

 

  (영화속의 훈족)

 

  영화속의 주인공이 역사를 공부하면서 ‘훈족’이 사람의 사지를 찢은 종족이라는 것에 대해선 그림까지 곁들여 보여주지만, 서부개척 당시 백인들이 인디언의 가죽을 벗기거나 어린아이를 학살하는 장면은 빠져 있다.

 

  공룡이 살아 움직이거나 박물관을 소재로 한 상상은 이미 여러 영화에서 시도된 것이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빈곤한 상상력으로 제국주의를 합리화 시키는 노림수 -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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